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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마루 Apr 21. 2023

정신과 진료실에서 전하는 이야기

72. 고통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  얼마 전 클래스101에서 중독에 관한 강의를 준비중이어서 브런치가 불규칙해진 점에 대해 양해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지옥같은 치통을 겪게 되었는데요, 그 치통을 겪으며 느끼게 된 것들을 기억하며 몇 번의 글로 엮어보려 합니다. **


  여느때와 같은 하루, 별다를 일 없는 아침인데 유독 이가 시리고 아팠습니다. 둘째를 임신하고 이제 갓 안정기에 들어온 저는 별 생각 없이 평소 다니던 치과에 전화해서 예약을 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치수염(pulpitis)이 와서 신경이 죽었기 때문에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경치료를 하고 온 그날 저녁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치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만 아픈 것이 아니라 귀, 눈, 머리에서 안에서 울리고 망치로 꽝꽝 때리는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머리를 도려내고 싶은, 정말 잔인하지만 사실은 그 이상으로 잔인한 통증이 쉴 틈 없이 몰려왔습니다. 그나마 그날은 진통제 없이 버텼지만, 다음날은 타이레놀을 2~3시간마다, 그 다음날은 1시간마다 복용해도 통증이 전혀 사라지지 않는 지옥같은 날을 보냈습니다. 


  아무리 돌이켜봐도 어디서 치수염이 시작됐을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충치가 더 생긴 것도, 아주 딱딱한 음식을 먹어서 이를 혹사시킨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그 치아가 잠깐 아팠지만 신경치료를 받을 수준은 아니었기에 넘어갔습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뇌이고 되뇌여도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에 아팠던 그 치통이 머리를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쓰라린 통증이 될 줄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플 줄 알았다면 신경치료를 받지 않았을까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고통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고통이 우리의 잘못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찾아온 고통을 우리 마음대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더 어렵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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