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을 말하다
북한강변 산책
아침에 도서관에 간다는 아들을 데려다 주고, 아내와 함께 북한강변 산책로를 걸었다. 가을 햇살이 밝고 따스하게 비추고, 파란 하늘 아래 맑은 바람이 상쾌하게 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느티나무 잎이 허공에 휘날리며 햇살이 반짝거렸다. 가을이다. 높고 파란 하늘과 맑은 바람과, 바삭한 잎사귀와 눈물겨운 햇살이 비추는 가을. 살아 있는 것이 아름답거나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가을이 아닐까.
아내의 손에는 막 꺾은 들꽃이 들려 있고, 작은 느티나무 숲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북한강은 다정하게 흐르고, 세상은 강 건너 움직이는 작은 자동차의 소음처럼 낯설고 먼 곳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지금 이 시간과 풍경이 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