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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10. 2015

Gone Girl

영화를 말하다_004

<영화> Gone Girl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소설 내용의 일부만을 표현할 뿐인 영화가 이 정도라면, 소설은 훨씬 대단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무려 150분으로, 일반의 영화 상영시간보다 긴 시간이다. 그것도 대단한 액션이나 식스센스,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대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었던 영화. 

감독이 데이비드 핀처라는 것만으로도 일단 믿을 수 있는 영화였다.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이들이 서양배우라서 갖는 남다른 느낌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똑같은 연기를 동양인이 했다면 아마도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느낌이 달라지면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에게는 많은 부분이 달라보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연출이 뛰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캐스팅이 훌륭했다. 첫 씬과 마지막 씬이 서로 이어지고 있는 장면에서, 여주인공 로저먼드 파이크의 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표정은 이 영화가 누구의 영화인지를 상징한다.

결혼 5주년 기념일에 벌어지는 실종 사건은, 남편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듯 하다가, 관객에게만 남편이 범인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남편이 놓인 위험하고 불안한 위치와 아내가 만든 덫 사이에서 선정적인 미디어의 치부를 드러내고, 남편의 고통을 부각시킨다.

여주인공 에이미는 작가인 부모가 쓴 동화 '어메이징 에미이'의 모델로, 이름을 알린다. 게다가 머리도 좋아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뛰어난 사회 생활을 하며, 아름다운 미모로 학생 때부터 많은 남자들이 줄을 섰던 여성이었다.

영화에서는 많은 것이 생략되었지만, 이 젊은 부부는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남편 닉은 아내에 비해 보잘 것 없는 학력과 재산을 지난 남자로, 아내에게 늘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반면 에이미는 모든 남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 주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여성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남성 쪽 시각인 것이고, 에이미의 시각에서는 남편인 닉의 태도가 매우 못마땅했을 것이다. 경제불황으로 닉은 직장을 잃고 먹고 살 길이 힘겨웠음에도 그가 가르치던 나이 어린 여학생과 불륜에 빠지고, 부모가 물려 준 집을 팔아 쌍동이 여동생에게 술집을 열어 주는 등 부부의 미래에 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은 에이미는 이런 모든 상황을 뒤집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결혼기념일에 사라지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흐름에 지루한 줄 모르고 빠져든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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