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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ul 04. 2016

생리대, 남성가부장 우월주의의 패배

한국에서 뜬금없이 ‘생리대' 논쟁이 벌어진 것은, 이 사회의 저열함과 천박함, 극렬한 빈부격차와 착취, 빈곤의 현상이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애초 가난한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깨끗한 생리대가 아닌, 여성의 몸에 해가 될 수 있는 대용품을 쓴 것이 밝혀지면서부터 생리대는 인권의 차원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성의 기본 인권과 관련한 이 문제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진정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생리대'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하는 어떤 남성 국회의원의 발언은 이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가부장 우월주의자들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생리' 또는 ‘생리대'라는 단어 조차 뭔가 께름칙하고, 거부감이 들며, 왠지 더럽고, 지저분하고, 불결하고, 터부로 여겨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단지 그 남성 국회의원 한 사람의 느낌이 아니라, 이 사회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갖는 공통의 느낌일 것이다.

인류의 모든 남성은 생리를 멈춘 여성이 낳은 후손들이다. 자기 어머니가 생리를 하는 것을 상상하면 더럽고 불결한가? 자신의 딸이 생리를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역겨운 마음이 드는가?

남성가부장 우월주의자들에게 여성의 ‘생리'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워야 하며, 절대 백주대낮에 드러내 놓고 까발려서는 안 되는 터부였던 것이다.

왜? 여성의 ‘생리'가 불결하고 역겹기 때문에? 아니다.

폭력으로 여성을 억압하기 시작한 이래-인류의 초기 단계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잉여생산물이 나오고, 이른바 ‘재산' 즉 사유물이 발생하면서 그 사유물을 자식에게 남기려는 남성들의 본능적 의식이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이전하는 결과를 만들었으며, 상속 제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를 선택하기 시작한 것 역시 남성의 지배에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남성들은 모계사회로 회귀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강력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모계사회는 평등사회이며 공산주의 사회였다. 어머니는 있으되 아버지는 누군지 알 수 없고, 자식들은 집단에서 공동으로 키웠다. 모계사회는 다툼과 경쟁, 착취가 없는 사회였고, 평화롭고 이상적인 사회였다.

그것은 인류의 이상이었지만, 잉여생산물을 놓고 다툼이 발생하고, 물리적으로 강한 힘을 가졌던 남성들은 모계사회의 평화와 평등을 폭력으로 해체했고, 여성의 몸을 금기 속에 가두어두기 시작했다.

소위 인류의 문명이라는 것은 여성의 신체와 정신을 억압하고, 폭력으로 짓밟으며,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오늘날 그 핵심은 변하지 않고 있다.

남성들은 여성보다 물리적 폭력에서 우위에 있으므로, 언제든 여성을 제압하고, 폭력을 휘둘러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면에서 더더욱 남성들의 비겁함과 나약함, 어리석음과 야만의 저열한 수준은 빛을 발하고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생리대 논쟁은 사실 논쟁의 여지도 없으며, 지극히 당연하게 ‘생리대의 사회화'가 진작 이루어졌어야 하는 문제다. 즉 ‘생리대의 공공성'은 인권의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그것이 소위 3만 달러 소득을 올리는 나라에서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는 못할 망정, ‘생리대'라는 단어를 쓰지 말자고 주절거리는 멍청하고 한심한 수준의 인식을 보이는 것은, 이 나라의 남성들의 한 없이 병신스러운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다.

날마다 수없이 일어나는 성추행, 성폭행은 거의 대부분 남성들이 가해자다. 남성에 비해 분명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공격하는 것은 단지 몇몇 인간쓰레기들의 일탈이 아니라, 여성을 여전히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의 차별이 구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의 ‘생리'가 문제가 되는 사회라면, 임신, 출산은 물론 육아, 가사노동, 직장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이 당하는 차별과 착취는 과연 어떠할 것인지 안 봐도 뻔히 알게 된다. 

비겁하고 저열하며 천박하면서 폭력적이기만 한 이 사회의 남성들은 호랑이가 곶감 소리에 놀라 달아나듯, ‘생리대'라는 단어만 들어도 질겁을 하고 도망간다. 이참에 아예 여성들의 생리대를 사용하고 나서 그 생리대를 가방에 매달고 다니거나, 몸에 두르고 다니는 운동을 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이건 절대로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다-남성들이 ‘생리대'를 보고 접근하지 않을테니, 대부분의 병신스러운 남성들에게는 생리대가 부적처럼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정부에서 생리대를 무상으로 공급-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처럼-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을 다시 주장하면서, 여성들이 더욱 당당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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