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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11. 2015

상의원

영화를 말하다_009

<영화> 상의원


한국영화에서 사극은 흥행에서 위험요소가 많은 장르다. '왕의 남자'와 '관상', '최종병기 활' 등과 같은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했고, 작품성도 인정 받았다. 즉 잘 만든 영화는 대개 흥행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고, 관객이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극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하고, 일찍 스크린에서 사라진다. 이 영화도 그런 안타까운 영화에 속한다. 조선시대에 왕의 옷을 짓는 어침장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신선한 소재에 속한다.

그것을 정통 사극이 아닌, 약간 퓨전의 느낌을 섞은 것은 영화의 흥행을 위한 타협이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시도가 영화를 가볍게 만드는 단점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유명한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관객이 외면한 이유는, '특별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소재가 약간 신선하긴 해도 이야기의 구조가 너무 평면적이고, 긴장을 유지하는 스토리 라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실, 어침장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심각한 긴장 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오히려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긴 하다.

그래서 천재적인 인물-이공진-을 등장시키고, 그로 하여금 기생들의 옷을 새롭게 디자인하도록 했으며, 그것으로 결국 왕비의 대례복까지 기존의 전통과 틀을 깨면서 완전히 새롭게 만들도록 시도한다.

새롭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이공진의 등장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만다. 어침장인 조돌석(한석규)은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다 무려 30년이나 왕족의 옷을 지어 온 사람이라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고 이공진과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예술가'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감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차라리 왕과 왕비의 옷을 만드는 과정을 보다 세밀하고 예술적으로 보여주었더라면 상황은 좀 더 달라졌을 것이다. 즉, 이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인 '형식'과 결과론에 치우치지 말고, 옷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영화를 더 긴장감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별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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