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어 히어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 만화가가 주인공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어느새 전염병에 걸려 좀비가 된다는 설정은 '부산행'하고도 비슷하고, 좀비 영화가 그렇듯 좀비들은 쉽게 죽지 않는다. 좀비를 죽이기 위해서는 머리를 자르거나 머리통을 박살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잔혹한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평범한 사회에서는 능력도 없고 경쟁에서도 뒤쳐지는 루저의 삶을 살지만, 좀비들이 들끓는 세상에서는 영웅이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좀비영화의 사회적 의미는 당대의 공포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사회가 불안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가 커질수록 좀비영화와 호러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흥행에도 성공하는 경향이 보인다. 이 영화 역시 일본 사회의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서 '부산행'이 개봉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한국의 사회 분위기가 몹시 뒤숭숭하고 권력과 자본의 억압과 착취가 심해지고, 믿음이 사라지고, 경쟁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회가 좀비영화를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사라지고, 몸뚱아리만 움직이며 반사적으로 다른 사람을 물어뜯어 병을 전염시키는 행위는 무한 경쟁사회가 만든 지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 지옥에서 살아남은들 그 또한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