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을 말하다_003
'사회지도층' 좋아하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집단'인 것만은 분명한데, 언론도, 정치계도, 일반인들도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언론에서 '사회지도층' 운운하며 나올 때를 보면, 거의 정치계, 경제계의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이나, 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사회지도층'에는 이 두 분야 외에도 문화, 예술계를 비롯해 농업, 산업계 전반도 포함하겠지만, 정확하게 그 범위나 직위 등에 관해 합의된 내용은 없다. 더구나 '법적'으로 규정된 내용은 더더구나 없다.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는, 독재정권 시대에 인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던 비민주적이고 오만한 권력의 시선이 담겨 있는 단어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과 평등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때,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 나라의 민주화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는 물론이거니와 소위 '언론'에서 규정하는 그 '사회지도층'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사회'를 '지도'하는 '층'의 자격이 되는지 조차 전혀 믿을 수 없다. 인민들 누구도 어떤 계층이나 직업에 대해 '사회를 지도'하라고 위임한 적이 없으며, 그들의 지도를 받고 싶은 마음도, 이유도 전혀 없다는 것을 먼저 기억하자.
그럼에도 어떤 직업군의 특정한 부류들이 스스로를 '지도층'이라고 여기며 권력이나 여론을 주도하겠다고 나선다면, 그 자체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동이므로, 인민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그런 자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언론에 보도되는 '지능범죄'의 주체를 보면, 거의 대부분 언론에서 지칭하는 '사회지도층'이 많다. 우리나라의 '재벌'이라는 자들이 저지른 범죄는 거액의 횡령, 배임 등 심각한 경제사범이 많고, 이들이 미국에서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하루아침에 파산해서 길거리에 깡통을 차고 나앉거나 수 십년씩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중대 범죄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권력과 결탁해 항상 풀려나곤 한다.
최근에도 비밀창고에 현금을 140억원이나 숨겨놓은 의사가 있었는데, 의사 직업도 '사회지도층'에 해당하므로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평범한 인민이 저지르는 소소한 범죄에 비해 훨씬 무겁게 처벌을 받아야 함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긴, 판사나 검사 등도 모두 동류의 '사회지도층'이니 서로서로 봐주기를 잘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분명 하나의 '층'인 것은 분명하다.
권력과 금력을 장악한 자들을 '사회지도층'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와 민주주의의 파괴 행위는 '반국가적' 행동이며 북한과 대치한 상황에서 나라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는 '이적행위'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권력과 금력을 이용해 특권을 누릴 때는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를 달콤하게 여기면서, 정작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자연인'으로 변명하려는 그들의 이중인격은 그들이 도덕적이거나 양심적인 인간이 아니라, 오히려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임을 웅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므로 개인에게 어떤 특권이나 권력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이므로 정확하게는 '계급'이 존재한다.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이 그것이다. 이 두 계급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냥 '인민'으로 불러도 될 것이다.
물론 '인민'의 범주에는 '자본가 계급'에 가까운 인민도 있을 것이고, '노동자 계급'에 가까운 인민도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들을 '쁘띠 브루주아'나 '룸펜'으로 표현했지만, 어쨌든 1%의 '자본가'와 5%의 '자본가 계급'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노동자계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회지도층'은 결국 이들 5%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회'를 '지도'하는 것이 아닌, 인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우리는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비민주적인 단어인 '사회지도층'이라는 말은 결코 사용하도록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