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을 말하다_002
요즘 결혼식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지인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갔다.
결혼식장은 강남에 있었고,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흔한 '웨딩홀' 보다는 고급한 장소인 듯 했다.
결혼식을 보고 나서,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즘은 '웨딩홀'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대중적이고 서민들이 결혼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겨서, 돈 있는 사람들은 최고급 호텔에서도 결혼식을 많이 하고, '웨딩'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고급한 장소를 찾는다고 한다.
특히 권력자, 재벌, 연예인 등이 결혼식을 하는 곳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을 부러워 하는 것부터 내가 보기에는 이상하다.
사람들은 흔히, 결혼식은 '일생에 한 번' 하는 행사이니, 추억에 남고, 하객들에게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성대하고 화려하게 보이길 원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요즘 이혼율이 30%를 넘는 세상에서, '일생에 한 번'이라는 말은 이미 현실을 왜곡하는 말이다.
돈이 얼마가 들던,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호화결혼이건 사치결혼이건 말릴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결혼을 '두 사람 만의 행복을 위한'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이 나라에서 결혼은 집안과 집안, 족벌과 족벌, 학연과 지연, 혈연이 결합하는 과정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결혼은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한 의식'을 넘어, 집안과 집안의 자존심 대결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과시용 행사이며, 최대한 많은 하객을 끌어모아 축의금 명목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경제 행위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 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도 강남에서 결혼식을 했고,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렸으며, 축의금을 받아 결혼식 비용을 치렀다. 생각해 보면 참 못났다.
우리는 못 났으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심해진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결혼식장은 더 호화로워졌고, 결혼식 비용은 더 늘어났으며, 결혼과 관련한 혼수, 집 장만, 신혼여행 등 관련 상품들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결혼식을 하고도 무려 30%가 넘는 부부가 이혼을 한다는 것은, 그 결혼식이 얼마나 성대하건 상관 없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부부의 시작이 화려한 결혼식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돈을 들여 눈부시게 화려한 결혼식을 한다고 그들이 더 행복한 인생을 살지도 않을 것이며, 고급 아파트와 자동차와 최신 가전제품으로 치장을 한 집에서 산다고 해서, 그들이 다른 부부보다 394.75%만큼 행복할 거라는 수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평상복을 입고, 가까운 공원에서, 구리반지를 서로 나눠 끼는 것만으로 결혼식을 한다해서, 그 부부가 눈물겹게 가난한 인생을 살아가란 법도 없을테고, 가난해서 불행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돈이 많아서 그 돈을 마음껏 쓰겠다는 데는 달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하객이나 친지, 친구의 이목을 두려워해서 빚을 내서라도 호화 결혼식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결혼식은 불과 20여분 남짓이면 끝이 나는데, 결혼식장을 치장한 그 많은 꽃들이며 화환이며, 온갖 장식들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큰 돈이 들어간 것이다. 불과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그 많은 돈을 들여 치장한 것도 그렇고, 하객 식사 대접에 1인당 5만원에서 13만원까지 하는 코스요리를 선택하는 것도,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옳다고는 못하겠다.
돈이 많아서 내 마음대로 돈을 쓰겠다는 심보는, 힘이 센 아이가 아무 생각없이 약한 아이를 때리면서도 '내 맘이야'라고 소리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돈이 많을수록 겸양하고, 사회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요즘 이 나라의 현실을 보면, 가진 자는 오로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에 급급하고, 중산층은 또한 더 많이 가진 자를 쫓아가기에 급급하고, 서민들은 중산층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부를 향해 일로매진할 뿐이니, 가난이 곳 죄이며,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가난해도 당당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젊음이 보고 싶다. 부자라도 겸양하고 이웃을 위해 배려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고의 가치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자본보다 인간의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사람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