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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1. 2015

기업의 본분은 ‘깨끗한 돈’을 버는 것이다

취중진담을 말하다_009

기업의 본분은 ‘깨끗한 돈’을 버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다. 기업이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하고 옳은 주장 같지만, 이는 왜곡된 주장이다.

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 그리고 법에 따라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단순하고 명쾌한 과정이다. 다만,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온갖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가 문제인 것이다.

이윤 추구를 위한 활동이 불법으로 이루어지면 안 되는 것처럼, 그렇게 모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힘들고 어렵게 번 돈을 사회에 내 놓을 때는 좋은 뜻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대개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이윤의 사회 환원을 위해 탈법, 불법을 통해 돈을 긁어모아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예전에 안철수 교수도 주장한 바가 있듯이, 기업의 역할은 깨끗하게 번 돈으로 세금을 정당하게 내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제도 정비를 통해 탈법, 불법을 저지르면 기업이 망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정당한 경제활동을 통해 세금을 납부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니, 대기업 자본가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느니 하는 요식행위가 오히려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정부가 세금을 정확하게 걷고, 탈세에 대해서는 미국처럼 ‘쪽박’을 찬다는 엄정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렇게 걷힌 세금을 알뜰하게 쓴다면 지금의 예산으로도 우리나라는 훌륭한 복지국가가 될 것을 확신한다.

기업 역시, 돈을 버는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에 대해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충분한 임금과 사회 수준에 걸맞는 복지 제도를 갖춰야 한다. 노동자의 피땀을 빨아 먹는 흡혈귀와 같은 모습이 바로 '자본가의 얼굴'임을 자본가 스스로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에게 충분한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면, 그 노동자는 다시 받은 임금을 생활비, 문화비, 여가활동비 등으로 쓰게 되어 사회 전체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게 된다. 

기업, 특히 주식회사의 경우 자본가나 전문경영인은 '주주의 이익'을 가장 우선하고 있는데, 주주의 이익을 위해 실제 이윤을 창출하는 노동자의 임금, 복지 등을 소홀하게 한다면 '깨끗한 돈'을 번다고 할 수 없다. 

깨끗한 돈이란, 제품(또는 서비스)의 제조 단계부터 그 과정이 투명하고,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가 사회 수준에 걸맞아야 하며, 노동조합 활동의 인정, 아동 노동력 착취의 근절, 이주노동자나 여성노동자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가난한 나라의 노동력과 원자재를 착취하지 않는 공정한 무역 등 고려해야 할 내용이 많다. 그래서 까다롭고 힘들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잘 지키는 것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이며, 자본주의가 진화하는 길임을 자본가들은 알아야 한다.

일반 시민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도 기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여기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기업에 대한 정당한 감시와 비판은 지금보다 더욱 날카로워야 하지만, 기업이 깨끗한 돈을 벌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업으로 하여금 권력이나 사회에 눈치보지 않도록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왜곡된 지배구조, 2세, 3세로 이어지는 세습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비판하고 바꾸도록 해야 하지만, 기부금이니 찬조금이니 성금이니 하는 따위의 ‘코묻은 돈’을 빼앗는 것 같은 치사함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돈이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고, 실제 사회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자본주의 나라라도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기업의 투명한 경영과 정당한 세금 납부, 모든 국민들의 높은 세금 부담률을 통해 교육, 의료, 육아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박노자 교수의 출산기가 그것을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여당의 예산 날치기와 같은 폭거는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세금을 정당하게 걷는 만큼 그것을 사용하는 것도 낱낱이 밝혀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피묻은 돈’을 주머니돈처럼 함부로 쓰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정당한 방법을 통해 번 ‘깨끗한 돈’은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과정을 통해 인정하자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박하고 몰염치한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천민자본주의 국가에서 ‘깨끗한 돈’을 만들 수 있는 제도와 감시와 시스템이 갖춰지려면 많은 시간과 혹독한 시련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자본 흐름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지하경제를 (거의 완벽하게) 조세 정책의 거름망에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이윤의 흐름이 불법과 탈법의 지하수로 흘러나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소수 기득권자와 자본가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믿게 된다면, 그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할까.

투명한 과정을 거쳐 깨끗한 부를 축적할 때,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을 존경하게 될 것이다. 기업 경영이 투명하면 사회가 투명해진다. 기업이 정직하면 사회가 정직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허파와 같은 역할이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실 것인지, 오염된 공기를 마실 것인지에 따라, 몸 전체가 건강할 수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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