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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7. 2015

미국 여행기 16 – 시카고

여행을 말하다_016

미국 여행기 16 – 시카고

콜럼버스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난 다음, 마지막으로 시카고에 다녀왔습니다. 시카고에는 지인이 살고 있는데,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가깝고 반가운 분들입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자동차로 거의 7시간 정도를 달려가야 하는 거리인 시카고는 첫 인상도 좋았지만, 여기저기 다녀보면서 점점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뉴욕, 로스엔젤레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고, 중서부에서는 가장 큰 도시입니다. 시카고에 있는 오헤어 공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혼잡한 공항이라고 하는군요.
시카고는 건축물이 유명합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은 세계 대도시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곳이죠. 그 이유는, 1871년에 발생한 시카고 대화재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당시의 건물은 거의 나무로 지은 것이었고, 빌딩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화재로 도시의 절반 이상이 불에 탔고, 이때부터 시카고는 건축에 관한 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시카고는 ‘마피아의 고향’이라고 할 정도로 범죄조직인 마피아가 활동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1920년대 갱단인 알 카포네가 활동했던 곳이 바로 시카고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소설가인 업튼 싱클레어가 쓴 소설 <정글>은 시카고의 육가공 공장을 배경으로 하는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에 관한 내용인데, 당시 육가공 공장의 위생 문제를 처절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로 인해 미국 정부에서는 FDA(식품안전청)을 새로 만들었을 정도였으니, 1900년대 초기의 미국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을 겁니다.

우리는 자동차로 시카고에 진입했고,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시카고 시내이면서 미시간 호를 볼 수 있었던 ‘그랜트 공원’이었습니다. 



<사진> 그랜트 공원에서 바라 본 시카고 풍경

그랜트 공원과 이어지는 큰 길에는 도로 옆으로 차를 세울 수 있는 시간제 주차장이 있고, 동전이나 카드로 결제하면 분 단위로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그랜트 공원을 돌아보았습니다.
위에 보이는 분수가 ‘버킹엄 분수’라고 하는데, 물줄기가 솟구치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공원은 넓고 한적했습니다. 오가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이곳에 있으니 도시도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이 분수에서 반대로 보면 미시간 호가 보입니다. 


<사진> 바다처럼 보이는 미시간 호

미시간 호를 보고 있으면, 여기가 바다지 어떻게 호수냐고 말하게 됩니다. 너무 넓고, 끝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거대한 화물선이 지나다니고, 항구에는 요트들이 가득해서, ‘호수’라는 말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미시간 호는 그 넓이가 한국(남한)의 절반 정도의 크기라고 합니다. 면적이 5만 7757㎢이고, 남북으로 517km, 최대 너비는 190km, 최대 수심은 281m, 평균 수면은 해발 176m로, 바다의 수면보다 176미터 높다고 하는군요.
한국(남한)의 면적이 10만 ㎢ 조금 넘으니까, 정말 반 정도의 크기로군요. 시카고가 도시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 가운데 미시간 호의 영향도 클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시내로 들어가 친구 가족을 만났습니다. 훌쩍 큰 두 딸과 함께 네 식구가 우리를 반겨주었고, 시카고에서도 유명하다는 ‘시카고 피자’를 먹으러 갔습니다.


<사진> 두툼한 시카고 피자

저도 피자 좋아합니다만, 시카고 피자는 처음 먹어봅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히 먹어 볼 기회가 없었고, 시카고 피자의 고향에서 진짜를 먹어보니, 역시 맛있습니다.
시카고 피자는 피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 피자와 비교하면 세 배쯤 두껍습니다. 도우는 비슷한데, 그 위에 올라가는 토핑 특히 치즈의 양이 다릅니다. 시카고 피자에는 엄청난 양의 치즈가 들어가서, 그러잖아도 칼로리가 높은 피자인데, 열량 덩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맛이 있으니 열심히 먹습니다. 특히 토핑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데, 시카고 피자가 두꺼우면서도 퍽퍽하지 않고 여느 피자보다 맛있는 이유는 토핑의 재료들 때문인 듯 합니다.


<사진> 나이프와 포크로 먹는 피자

우리가 갔던 시카고 피자 레스토랑은 이 지역에서도 유명한 맛집인 듯, 사람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꽤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거의 찼고, 왁자지껄 흥겨운 분위기였습니다.
우리는 피자를 먹고 나와 시카고의 명물이라고 하는 ‘핸콕 빌딩’으로 가서 시카고의 야경을 보았습니다.


<사진> 핸콕 빌딩에서 바라 본 시카고 전경

존 핸콕 빌딩은 1969년 완공 당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었고 시카고에서는 가장 높은 빌딩이었답니다. 지금은 시카고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이지만, 이 빌딩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군요.
시카고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의 건축물과 불빛 조명은,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물론 인공의 아름다움이 곧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거나, 자연에 도움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만든 것들이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에 해로운 경우가 더 많으니 말입니다.
저 밤의 불빛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건, 순전히 인간의 관점에서만 그렇다는 말입니다. 시카고에 가면 이렇게 높은 곳에서 시카고의 밤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멋진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존 쉐드 수족관

다음 날, 우리는 쉐드 수족관에 갔습니다. 한국에도 아쿠아리움이 여러 곳 있습니다만, 이곳 시카고 쉐드 아쿠아리움은 생물종의 다양성과 멋진 이벤트로 볼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아쿠아리움의 이름이 ‘존 쉐드’인 까닭은, 이 아쿠아리움을 기부한 사람의 이름을 땄기 때문입니다. ‘존 쉐드’는 <마샬 필드>라는 기업의 회장입니다. 이 사람은 돈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은 곳에 기부를 한, 미국에서는 존경받는 기업인입니다.
여러 대학과 박물관에도 기부를 했지만 특히 이 쉐드 아쿠아리움은 1920년대 초에 3백만 달러를 기부하면서 아쿠아리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http://www.sheddaquarium.org
(쉐드 아쿠아리움 홈페이지)

실제로 쉐드 아쿠아리움은 멋진 곳이었습니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이곳에 가보길 추천합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 있는 다양한 생물-특히 물과 관련된 생물-을 이곳에서 볼 수 있고, 스쿠버 다이버가 직접 물속에 들어가 먹이를 주는 장면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쉐드 아쿠아리움에서 바라 본 시카고 풍경

우리는 쉐드 아쿠아리움에서 다양한 수중 생물을 보고-그 가운데는 이곳에서 처음 본 생물도 많았습니다-시카고 시내에 있는 친구의 가게로 갔습니다. 친구는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데, 매장의 크기는 작은 편이었습니다. 
보통 미국의 식당을 생각할 때, 규모가 큰 것이 일반이겠지만, 이렇게 작은 식당도 있구나 할 정도로 미국식 기준으로 보면 작은 편에 속합니다.
친구네 가게는 한국 음식을 미국 사람 입맛에 맞춰 개발한 퓨전 음식을 팔고 있는데, 우리는 대표적인 음식인 닭튀김과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사진> 친구 가게에서 파는 닭튀김

닭튀김은 특이하게도 고추장 소스와 간장 소스를 썼는데, 한국의 양념 통닭과는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다고 하는군요.
늦은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시간도 조금 있어서 친구의 집 근처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에 구경 갔습니다.라고 전자제품만을 파는 곳이지만 규모가 큰 매장이어서, 넓고 깨끗한 실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곳은 한국으로 말하자면 ‘하이마트’처럼 전자제품 전문 매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이마트’처럼 상품만 진열해 놓고 파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사진> ABT 매장의 일부



거대한 매장 안에 다시 하나의 매장들이 독립적으로 들어 선 형태로, 하이마트와 백화점 또는 대형 아울렛과 같은 형태였습니다.


이곳에서 천천히 구경하면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제품들과 주방용품들이 많았고, 탐나는 물건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저녁 때가 되어 친구 집 근처에 있는 킹크랩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근사한 저녁을 사겠다는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사진> 식전 빵



이곳에서도 음식이 나오기 전에 식전 빵이 나왔는데, 빵을 튀긴 다음 버터를 바르고 마늘 소스를 올린 빵으로, 지난번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먹었던 식전 빵에 이어 두 번째로 맛있는 빵이었습니다.





<사진> 알래스카 킹크랩



이 레스토랑은 킹크랩 전문으로, 알래스카에서 잡은 킹크랩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크기가 거대합니다. 게살도 가득 차서 저 두껍고 굵은 다리에서 나오는 게살이 큼직합니다.


음식과 함께 시카고에서 나오는 지역 맥주를 마셨는데, 미국은 대형 맥주회사의 맥주도 많지만, 지역에서 만드는 맥주도 판매하고 있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우리도 로컬푸드의 개념을 보다 넓게 잡아서, 개인이나 협동조합에서 만드는 각종 막걸리, 와인, 발효액 등도 쉽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시카고 빈



시카고를 떠나던 날, 우리는 밀레니엄 공원에 들러 ‘시카고 땅콩’을 보고, 공원을 산책했습니다. 시카고 땅콩은 시카고의 명물이라 사람들-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더군요. 이런 멋진 조형물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가를 한국의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은 좀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




<사진> 크라운 분수



역시 밀레니엄 공원 안에 있는 유명한 분수인 ‘크라운 분수’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사각형이 조형물에 사람의 얼굴이 보이고, 입에서 물줄기가 솟아나옵니다. 떨어지는 물은 바닥에 고이는데, 물이 바닥에만 살짝 깔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걸어다녀도 문제 없습니다.


이밖에도 밀레니엄 공원에는 다양한 조형물이 있습니다. 그런 조형물 하나하나가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예술적으로 아름다우며, 도시의 풍경을 멋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술과 디자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엉터리, 사이비 예술가들 때문에 도시의 미관이 더 나빠지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심히 참신하고 진정한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으로 도시를 빛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멋진 디자인, 좋은 디자인은 우리들 사람의 생활을 바꾸고, 풍경을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엉뚱하게 삽질을 해서 몇 십조씩 세금을 낭비하는 사기꾼에게 속지 말고, 적은 돈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예술과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밀레니엄 공원을 나와 시카고 대학으로 갔습니다. 시카고 대학교는 1890년, 당시 석유 재벌인 록펠러가 기부금을 내어 지은 사립대학교입니다. ‘시카고 주립대학교’는 따로 있습니다.


한국의 유명한 재벌 오너 가운데 한 사람도 이 대학을 나왔는데, 공부를 잘 해서가 아니고, 대학에 많은 돈을 기부했기 때문이라더군요.


시카고 대학은 연구 중심의 대학이고, 특히 인문, 사회과학 계열이 뛰어납니다. 이 대학에서 배출한 노벨상 수장자만 무려 89명이나 된다는군요. 특히 경제학과 물리학에서 앞서나가고 있고, 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이 대학교에서 헌법학을 강의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대학교의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분-친구의 지인-의 도움으로 대학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시카고 대학 도서관



우리는 먼저 대학도서관에 들렀습니다. 시카고 대학도서관의 건물 디자인도 대단히 뛰어나고 멋졌습니다. 도서관 건물만 봐도 감탄이 나오고, 저절로 공부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시카고대학 도서관은 기존에 있던 건물(위 사진)과 이번에 새로 지은 최첨단 디자인의 도서관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마치 SF영화에 나올 것 같은 멋진 유리돔 형태의 도서관 모습이 보입니다.


새로 지은 유리돔 형태의 도서관은 지하로 땅을 깊게 파서 책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인다고 합니다. 대학도서관 가운데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곳은 하버드대학교로 약 1300만권이 넘고, 시카고대학교는 900만권이 넘는다는군요. 그렇다면 한국의 대학교는 어떨까요?


서울대학교가 450만권으로 가장 많고, 그 아래로 200만권, 100만권 단위로 떨어집니다. 대학도서관의 장서가 곧바로 그 대학의 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학교라면 도서관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책은 보유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대학도서관에서 보유한 책들은 일반 공공도서관처럼 학생 뿐 아니라 누구에게든 빌려줄 수 있거나, 디지털로 만들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출판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런 조율은 해야겠지만 말이죠.




<사진> 근동학 박물관에서



시카고대학을 안내해 주신 분은 이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하는 분으로, ‘근동학’에서도 특히 언어학을 전공한다고 했습니다. 시카고대학교에는 Oriental Institute가 있고, 독립된 박물관도 있어서, 우리는 이 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전공을 하는 사람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돌아보니, 역사 공부도 되고,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울 수 있어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서양에서 사용하는 알파벳의 근원이 바로 근동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단지 알고 있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여행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비록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방인의 눈으로 미국 사회를 보고 느낀 것을 아는 만큼 적어보았습니다. 어느 분께라도 이 내용이 작은 도움이 된다면 기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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