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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7. 2015

미국 여행기 15 – 워싱턴D.C

여행을 말하다_015

미국 여행기 15 – 여행 아홉째 날

전날 저녁에 워싱턴 가까운 곳에 있는 볼티모어에서 Best Western I care라는 여관에서 묵었습니다. 아침 식사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이 여관은 다른 곳보다 시설도 좋고, 아침 식사도 꽤 괜찮았습니다.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이 여관에서 제공하는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사진> 여관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의 일부

아침 식사를 하고, 워싱턴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미국은 넓은 땅 만큼이나 도시마다 특색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대도시는 어디나 고층빌딩이 있고, 크거나 작은 강이 흐르고, 주택은 도시 외곽으로 넓게 퍼져있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그럼에도 도시는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게 다른 곳 가운데서도 워싱턴은 단연 독보적으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날, 한여름 같은 더위가 워싱턴을 휘감았고, 날씨는 더웠지만 습도는 낮아서, 그늘에 있으면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우리는 도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백악관을 향해 걸었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워싱턴의 공기는 깨끗했습니다.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고,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줄지은 도로는 깨끗하고 넓었습니다.


<사진> 워싱턴에서 본 많은 동상들 가운데 하나

워싱턴이 어느 정도로 좋았느냐면, 함께 간 고모님께서 다른 도시에서는 아무 말씀 없다가, 워싱턴에 도착해서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워싱턴DC가 미국의 수도라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미 100년 전부터 미국의 수도로 계획하면서,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 정도로, 미국 사람들이 때로는 선견지명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워싱턴의 건축물은 다양하고 아름답습니다. 미국의 건축물이 유럽의 역사에서 빌려 온 디자인이라는 건 다들 알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워싱턴은 공공 건물은 물론, 개인주택들도 신경 써서 짓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건물의 높이는 연방정부 의사당 높이를 넘지 못하도록 했고, 그 덕에 다른 도시처럼 고층빌딩으로 밀집한 형태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워싱턴은 쾌적한 도시입니다.


<사진> 백악관

백악관은 TV에서 가끔 봤을 뿐,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화면에서 본 것과 똑같더군요. 백악관을 두르고 있는 것은 낮은 담장 뿐입니다.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이 있는 곳이라기에는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미국은 테러를 걱정하면서도 백악관의 담장을 높이거나, 무장 경찰을 늘리거나, 버스로 장벽을 쌓거나, 오가는 사람들을 검문하거나, 바리게이트로 막거나, 무전기를 들고 사람들을 노려보거나 하는 짓을 하지 않더군요. 한마디로 신사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백악관 앞에서 데모를 하는 몇몇 사람도 볼 수 있었고, 경찰도 느긋하게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백악관 주변으로도 경찰은 거의 볼 수 없었고, 가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경찰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처럼 백악관을 보러 온 관광객들도 백악관 담장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미국시민권이 있는 사람이라면 백악관 내부를 구경할 수도 있다는군요.


<사진> 워싱턴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건축물

워싱턴 거리를 걷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도 널찍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산책하기에도, 운동하기에도 참 좋은 거리입니다.
날씨가 더워서 많이 걷지 못하고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워싱턴DC가 뉴욕보다 남쪽이긴 하지만, 이렇게 더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사진> 카페에 걸린 역대 대통령들 사진

우리가 들어간 카페는 백악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날씨가 더워선지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더군요. 우리는 아이스 커피와 시원한 음료수를 주문하고, 마침 배도 출출해서 샌드위치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러다 카페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봤는데, 세상에, 미국의 역대, 현직 대통령이 이 카페에 들렀을 때 찍은 사진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냥 대통령들의 일상을 담은 스냅 사진을 모아 놓은 것이었습니다. 하마터면 대통령들이 이 카페에 들른 것으로 착각할 뻔 했습니다.


<사진> 카페에서 먹은 샌드위치

우리는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음료수를 마시고, 샌드위치로 출출한 배를 채운 다음 다시 워싱턴을 둘러보았습니다. 
워싱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백악관이지만,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은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이었습니다. 


<사진> 스미소니언 박물관 

하지만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잠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곳만 제대로 보려 해도 일주일은 걸려야 할 정도니 말입니다.
이번에 워싱턴을 방문하고서야 스미소니언 박물관 뿐 아니라, 워싱턴에는 다양하고도 멋진 박물관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워싱턴에는 수십 개의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데, 미국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멋진 곳입니다.
워싱턴에서만 몇 달 살면서 이런 박물관, 미술관을 보러 다니는 꿈을 꿉니다. 세상은 넓고, 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여행도 좋고, 관광도 좋지만,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진> 워싱턴 기념탑

워싱턴도 하루 일정이라 많이 들러 볼 수가 없었습니다. 워싱턴 기념탑, 링컨 기념관 등을 보고 나서, 워싱턴을 떠났습니다. 어느덧 오후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죠.
우리는 워싱턴을 빠져 나와 외곽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밥 에반스’라는 식당으로, 체인점이라고 하더군요.


<사진> 체인 레스토랑 밥 에반스

밥 에반스 레스토랑은 창업자의 이름과 같습니다. 창업자 밥 에반스는 2007년에 사망했고, 레스토랑의 시작은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하이오주의 리오 그란데에서 작은 트럭 하나로 시작해 지금은 23개 주에 570개의 점포를 보유한 외식업계의 기린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창업주인 밥 에반스는 농장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를 판매하다가 농장 옆에서 요식업을 시작한 셈이죠. 이들이 내세우는 건, 집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말하자면 ‘집밥’의 개념을 적극 도입한 소박하면서도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값도 비싸지 않은 음식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사진> 미국식 백반을 만드는 밥 에반스

밥 에반스에서는 처음 식사를 했는데, 음식은 맛있었지만, 우리 입맛에는 조금 짠 느낌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미국 음식이 전체적으로 한국 음식보다 짠맛이 강했습니다. 우리가 싱겁게 먹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미국 음식의 짠맛은 쉽게 적응하기 어렵더군요.
그래도 음식 맛은 괜찮은 편입니다. 아마 밥 에반스가 한국에도 들어올 날이 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체인점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대중화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사진> 워싱턴에서 피츠버그까지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콜럼버스까지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한 번에 갈 수 없어서 중간쯤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밤 늦게 도착한 곳은 피츠버그 외곽이었고, Spring Hill Suites 여관이었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들은 모두 체인점이었는데,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에도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첫째, 반드시 예약하라. 두 번째, 가급적 프랜차이즈 모텔에 투숙하라. 홀리데이 인, 라마다 인, 컴포트 인, 그리고 모텔6 등. 

우리는 예약을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전화해서 물어보는 방식으로 숙박을 해결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모텔은 조금 더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워싱턴 일정은 이것으로 마치고, 특별한 일정이 없었던 날, 우리가 먹었던 음식에 관해 간단하게 써보겠습니다.


<사진> 직접 구운 스테이크

위의 스테이크 사진은 제가 직접 구운 것입니다. 처남이 ‘월마트’에서 쇠고기를 사 왔는데, 정육점에서 파는 고기 가운데 가장 좋은 부위(안심)라고 합니다. 즉, 고기 등급이 최고 등급이라는 뜻이겠죠.
다른 음식도 그렇지만 특히 고기에 관한 한,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좋은 환경입니다. 값도 쌀 뿐 아니라, 다양한 고기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우리나라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정도라고 본다면, 미국은 전세계에서 먹는 육류는 거의 다 찾아볼 수 있고, 구해서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다양성에서도 앞서 나가고, 육류의 소비가 많으니 값도 오히려 싼 것이 상식입니다. 저 정도의 쇠고기 안심이라면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한국에서는 최소한 두 배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먹는 스테이크도 물론 맛있지만, 이렇게 고기를 사다 직접 숯불에 구워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값도 훨씬 싸게 먹히죠.


<사진> 스테이크를 먹기 전에 나오는 식전 빵

며칠 뒤에 처남이 스테이크를 잘 하는 레스토랑에 가자고 해서 따라 갔습니다. 처갓집 근처에 있는데, 나름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처남이 하는 말, 이 집은 식전 빵이 더 맛있으니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빵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위 사진에 보이는 빵은 지금까지 제가 먹어 본 빵 가운데서 가장 맛있는 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식전 빵은 무제한 리필인데, 몇 번을 더 달라고 했고, 남은 빵은 포장까지 해왔습니다. 스테이크 집에서 빵이 더 맛있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만, 빵도 맛있고, 스테이크도 맛있었습니다.


<사진> 스테이크

스테이크 전문점이어서 다양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었는데, 고기를 잘 먹는 사람은 한 덩어리에 600그램 정도 되는 크기의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150그램이 1인분으로 나오고, 많아도 200그램을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200그램이 1인분이고, 400그램짜리와 600그램짜리가 있습니다. 물론 스테이크의 부위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400그램짜리를 주문해서 먹어보니, 배고플 때라면 어떻게든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식전 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반 정도 먹고는 남겼습니다.
고기를 잘 먹는 사람은 400그램이나 600그램짜리 스테이크를 먹으면 고기를 먹었다는 행복한 포만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스테이크와 함께 나오는 구운 감자나 튀긴 감자도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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