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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7. 2015

미국 여행기 14 – 뉴욕

여행을 말하다_014

미국 여행기 14 – 여행 여덟째 날

뉴욕 근처 Holliday inn Express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창밖에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거대한 공동묘지가 보이더군요. 날씨는 더 없이 푸르고 맑았습니다.



<사진> 공동묘지가 보이는 풍경

어김없이 1층 로비로 내려가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빵과 잼과 버터와 시리얼과 우유. 전형적인 미국식 아침식사입니다. 


<사진> 여관의 아침 식사

사실, 이 정도의 아침 식사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빵과 시리얼은 이제 한국에서도 아침 식사로 많이들 먹잖아요. 
김치나 얼큰한 국물이 없어도 미국에서 먹는 다양한 음식들 가운데 한국의 김치맛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피클 종류도 많고, 얼큰한 국물이 있는 음식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한국 음식 때문에 미국 생활을 못하겠다는 말은 엄살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 음식만 줄창 고집하는 분들도 많은 걸 보면, 음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듯 합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꾸려 뉴욕 시내로 나갔습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뉴욕의 상징이자 미국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습니다.
이곳도 15년 전에 와 본 곳이지만, 이번에는 86층 전망대가 아닌, 98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이곳까지 가려면 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더군요.


<사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바라 본 뉴욕 풍경

뉴욕, 사실은 뉴욕에서도 맨해튼이 중심이고, 이곳에 가장 많은 빌딩이 모여 있습니다. 마천루의 숲을 보면, 미국이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라는 말이 실감나고, 60억 인구가 모여 사는 지구가 참으로 넓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미국 땅에는 약 3억 8천만 명 정도 살고 있는데, 미국의 땅 넓이를 보면 약 30억 명은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의 넓이라고 봅니다. 중국이 현재 15억 명의 인구인 걸 보면, 중국을 제외하고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구가 미국 대륙에 모여 살아도 될 정도로 미국 땅은 넓습니다.
여기에 캐나다 땅까지 합한다면 북미대륙에만 지구 전체 인구가 살 수 있을 정도로 넓죠. 다만 인구 밀도가 높아지는 것 때문인데, 한국처럼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땅이 넓은 나라로 분산 이주시키는 정책이라도 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호주나 미국, 캐나다 같은 땅 넓은 나라들은 지금보다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였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뉴욕 구경을 하고 내려와 점심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놀란 것이 있는데, 한국 거리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주변에 상당히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15년 전에는 한국 사람들이 하는 식당을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가보니 도로 양쪽으로 거의 전부 한글 간판이어서 마치 한국의 어느 거리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진> 수육 한 접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가까운 곳에 밀집되어 있는 한국 음식점들과 한국 상점, 사무실 등은 모두 한글 간판이었고, 한국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우리는 유명하다는 설렁탕 전문점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식당인 듯 합니다. 우리는 모두 설렁탕을 주문했고, 수육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수육이 먼저 나왔는데, 제대로 삶은 수육이 푸짐해 보입니다. 서울에서도 이 정도로 잘 나오는 음식점이 많지 않은 걸로 압니다. 그래봐야 미국 쇠고기 아니겠느냐고 하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전의 소를 잡고, 소뼈와 내장을 먹지 않기 때문에 광우병의 우려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적은 걸로 압니다. (미국 쇠고기를 두둔하는 것이 아님은 잘 아실 겁니다.)



<사진> 수육과 김치

설렁탕이 나오는 동안 수육과 반찬을 먹었는데, 김치가 맛있더군요. 미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맛의 김치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날배추도 고소하고, 함께 나온 고추는 무지하게 컸는데, 그리 맵지는 않았습니다.
모처럼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와서 뉴욕 현대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우리에게는 MOMA로 더 잘 알려진 곳이죠. 이번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포기하고 대신 ‘뉴욕 현대미술과’을 둘러 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서 곧바로 회원 가입하면 입장료를 20% 할인해 줍니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만 가입해도 되구요. 우리가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이곳이 워낙 널리 알려진 탓도 있고, 뉴욕에 세계에서 몰려 온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사진> 뉴욕 현대미술관 입구

현대미술관 답게 건물 디자인부터 상당히 현대적입니다. ‘모던’하다고 해야 하나요. 모더니즘은 심지어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조인데, 지금도 모더니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을 비롯한 디자인 분야에서 모더니즘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가 ‘모던하다’라고 할 때, 그 ‘모던’은 ‘현대적’이라는 의미보다 ‘새롭다’는 뜻도 있다고 봅니다. 즉 구시대, 구체제에서 벗어난 자본주의의 번성기와 맞물려 ‘모던’은 새로운 어떤 것, 나날이 발전하고 달라지는 어떤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개의 경우 ‘모던’은 20세기 이후의 모든 예술 양식에서 찾아볼 수 있고,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예술 분야는 아방가르드 하거나, 하이퍼 리얼리스틱한 경향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만, ‘모던’의 기본 철학은 우리의 생활, 삶 속에서 낡은 것을 거두고, 새롭고, 색다르고,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뉴욕 현대미술관을 아래쪽부터 보면서 올라갔는데, 그것이 맞는 방향이긴 합니다만, 차라리 가장 위쪽부터 보면서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가장 뛰어난 작품들은 가장 꼭대기인 6층에 다 모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입장권을 구입하고 들어가면 곧바로 내부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작은 공원으로 꾸민 이 내부 정원에는 여러 점의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사진> 뉴욕현대미술관의 내부 정원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사진을 찍긴 했습니다만, 정말 대단한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이미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등에서 거의 다 본 작품들이고, 그곳이 훨씬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현대미술관도 모딜리아니, 달리, 피카소, 고흐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있긴 합니다. 그 가운데서 저의 눈길을 한참 끌었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사진> 르네 마그리트 작품 ‘빛의 제국 II’

이 작품 앞에서 한참 동안 발길을 뗄 수 없었습니다. 누구의 작품인지 알지 못한 상태로 봤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는 유명한 작가죠. 그림도 다작으로, 많은 작품들을 남겼고, 신비롭고 미스테리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그림을 그린 작가죠.
이 작품은 이곳 미술관에서 처음 본 그림이고, 다른 곳이나 이전에도 본 적이 없어서 조금 놀라웠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마치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우울하면서도 발랄한 불가사의한 조화를 느끼게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길 건너편에 MOMA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늘 인터넷으로만 구경하다 직접 매장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MOMA의 기념품 가게는 디자인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한 작품들을 팔고 있는데, 값싼 소품부터, 무지 비싼 작품들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사진> MOMA의 기념품 가게

MOMA의 디자인 제품은 온라인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몇 가지 소품을 구입했고, 아직 해가 떨어지기 전에 뉴욕을 출발해 워싱턴으로 향했습니다.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필라델피아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하다는 ‘필리 치즈스테이크’의 고향이어서, 이른바 원조 맛집에 들러보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도 아니고, 가는 길목에 있으니 당연히 들러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 우리는 필라델피아에 들렀습니다. ‘필라델피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영화 ‘필라델피아’가 생각납니다. 탐 행크스가 출연한 동성애와 에이즈를 소재로 한 인권 영화였죠. 이 영화에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주제곡 Street's of Philadelphia이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납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합니다. 광역 인구로는 약 5백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라고 하는데, 밤에 지나쳐 온 것이 아쉽습니다.


<사진> 필리 치즈스테이크로 유명한 가게

필라델피아에서 필리 치즈스테이크로 유명한 맛집이라는 지노 스테이크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식사를 할 무렵이었습니다. 평일이어선지 손님이 뜸하더군요. 이곳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라고 하던데, 의외였습니다.
우리는 필리 치즈스테이크를 한 사람 당 하나씩 주문했고, 바깥에 마련된 의자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은 식당이 내부에 없고, 모두 바깥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먹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라서 그런지 수 없이 많은 유명인사들이 이곳을 다녀간 기념으로 찍은 사진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필리 치즈스테이크

그런데, 여기 지노 스테이크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리 유쾌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11년 8월 23일, 지노 스테이크를 창업했던 조이 벤토가 사망합니다.
조이 벤토는 1966년에 아주 작은 가게를 열었는데, 그때 그가 가지고 있던 돈은 단돈 6달러와 스테이크 두 박스, 약간의 핫도그 뿐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지노 스테이크’를 창업한 이래 45년째 성업하면서 미국 전역에 맛집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인사들도 이곳을 꼭 찾곤 했답니다.
그런데, 조이 벤토는 인종차별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는데, 매장 앞에 ‘주문은 영어로 하시오’라고 써 붙여 놓아서 주로 이민자들이 아시아, 남미계 사람들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답니다.
어떻든 창업자 조이 벤토가 사망한 날에도 지노 스테이크는 영업을 계속할 정도로, 나름 장사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가게이기도 합니다.


<사진> 창업자 조이 벤토를 기리는 명패가 매장 앞 바닥에 깔려 있다

우리는 필리 치즈스테이크의 원조 맛집에서 먹는다는 신기함과 즐거움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필리 치즈스테이크는 그 자체로도 물론 맛있지만, 사실 진짜 놀라웠던 것은 이곳에서 제공하는 반찬이었습니다.
반찬이라야 피클 종류였지만, 여기서 맛본 매운 고추절임은 매우 독특했고, 인상 깊었습니다. 


<사진> 지노 스테이크에서 제공하는 매운 고추절임

필리 치즈스테이크만 먹으면 느끼한 맛이 있겠지만, 이 매운 고추절임과 함께 먹으면 입안이 개운하고 상큼해져서, 아무리 느끼한 음식을 먹어도 느끼한 줄 모를 정도입니다.
우리가 흔히 ‘핫소스’라고 말하는, 매운 소스를 피자에 뿌려 먹기도 합니다만, 여기 지노 스테이크에서 먹은 매운 고추절임은 바로 그 ‘핫소스’의 진짜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맛도 비슷하고, 진짜 맵습니다. 한국 사람이 매운 맛을 좋아하고, 미국 사람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고 알고 있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매운 걸 좋아하는 한국 사람도 쉽게 생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단지 맵기만 한 것이 아니고, 굉장히 새콤한 맛도 있어서 매콤새콤한 맛이 강렬합니다. 저는 그 맛이 마음에 들어서 저 고추절임을 꽤 여러 개 먹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싸오고 싶더군요.
저녁을 맛있게 먹고, 다시 워싱턴을 향해 길을 나섰습니다. 가능한 워싱턴 가까운 곳까지 가서 잠잘 곳을 찾기로 했습니다.


<사진> 뉴욕에서 볼티모어까지의 경로

워싱턴 직전에 있는 볼티모어에서 묵을 곳을 찾았고, 저녁 시간에 이동하는 방법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가 떨어지면 차로 이동해서 밤 11시나 12시쯤 여관에 들어가는 것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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