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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Sep 26. 2015

미국 여행기 13 – 하버드, MIT대학

여행을 말하다_013

미국 여행기 13 – 여행 일곱째 날

여행 기간 내내 아마도 몸이 긴장을 했나봅니다. 아침 7시가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졸립거나 지치지도 않습니다. 긴장과 흥분 상태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듯 합니다. 
보스톤에서 가까운 곳에 맨체스터가 있는데, 우리는 맨체스터에서 보스톤 쪽으로 오면서 best western rewards에서 묵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로비에 차려진 아침 뷔페를 보니, 지금까지 묵었던 곳 가운데 음식이 가장 좋았습니다. 종류도 다양하고, 특히 과일이 풍부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베스트 웨스턴’만 해도 지역마다 있는 체인점인데, 각 지점마다 아침 식사의 종류와 질이 조금씩 다른 것은 아마도 지점마다 재량이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차려 놓은 음식의 종류도 그렇고, 숙박비와도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사진> 여관에서 먹은 아침 식사

집에서 생활할 때는 아침 식사를 거의 하지 않지만,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는 아침을 거르는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먹게 되고, 집보다 더 잘, 더 많이 먹게 되더군요.
식사를 하고, 짐을 꾸린 다음 다시 길을 떠납니다. 


<사진> 우리가 묵은 best western rewards Inn

출발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건물도 깨끗하고, 음식도 잘 나온 여관이었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보스톤 시내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로 갔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는 하나의 울타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교와 마을이 서로 어우러져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물론 대학의 경계도 있고, 캠퍼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일부러 구분 짓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학교와 마을이 하나처럼 느껴지도록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하버드 대학 캠퍼스

하버드 대학의 잔디밭. 학생들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쉬거나,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느긋하고 편안한 시간이어서 마치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는 듯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163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무려 3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일류 대학교임에 틀림없습니다. 하버드 대학교를 세운 사람은 개인이 아니고, 매사추세츠 식민지 일반의회라고 하는군요.
하버드 캠퍼스에 동상이 있고, 이 동상의 이름이 ‘존 하버드’여서 모르는 사람은 이 동상의 인물이 하버드 대학교를 설립한 것으로 믿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존 하버드는 하버드 대학교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과 책을 기증한 첫 번째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 동상의 얼굴 역시 존 하버드의 실제 얼굴과는 다른 인물이라고 합니다.


<사진> 존 하버드 동상

그렇더라도, 저 동상의 왼쪽 발이 반질반질 닳아 있는 것은, 관광객들이 저 동상이 왼쪽 발을 만지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우리도 물론 만지고 왔습니다. ^^
이 대학을 다녔다는 한국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들이 이 동상에 올라가 오줌을 싸는 전통이 있다더군요. 그래서 저 왼쪽 발을 만진 다음에는 꼭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라고 알려주었습니다. ^^


<사진> 하버드 구내서점에서 발견한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

캠퍼스를 나와서 도로 옆에 있는 ‘하버드 대학 구내 서점’에 들어가서 책 구경도 했습니다. 마침 스티븐 킹의 신작 소설도 볼 수 있었는데, 이 소설은 아직 한국에서 번역되지 않은 따끈따근한 신작입니다. 한국어로 번역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 하버드 대학 공식 기념품점

하버드 대학교에는 공식 기념품점이 두 곳 있는 걸로 압니다. 하나는 대학 안내소(Information) 안쪽 건물에 있고, 다른 하나는 위 사진인데, 위 사진에 보이는 기념품점이 훨씬 크고, 상품 종류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꽤 여러 종류의 기념품을 구입했습니다. 후드티, 텀블러, 카드 지갑 같은, 비싸지 않으면서 쓸모 있는 것들을 골랐습니다.
이곳에서 느낀 건, 옷이며 여러 물건들의 제조국가가 미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도 상업성이 개입되어 있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는데, 적어도 미국의 최고 대학이라면 값싼 노동력으로 만드는 물건이 아닌, 미국 내 중소기업에서 만드는 품질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보스톤 전경

우리가 보스톤에 들린 날은 날씨가 퍽 좋았습니다. 맑고 선선한 날씨가 여행하기에도, 운동하기에도 좋은 날이었죠.
하버드 대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MIT는 꼭 들려야 할 곳입니다. 뭐,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지만,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존경하는 노엄 촘스키 교수님이 재직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MIT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대학교입니다.
우리는 MIT에도 들렀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MIT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가 정식 명칭입니다.
그런데, 매사추세츠에는 ‘매사추세츠 대학교(University of Massachusetts)가 있고, 이 대학에도 공대가 있어서, 혼동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MIT의 입구

MIT는 1861년에 설립된 학교로 오래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알아주는 최상위권 대학교입니다. 우리에게는 ‘공대’로만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자연대, 공대는 세계 1위권이고, 인문대, 사회대, 경영대(MBA) 등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명실공히 최고의 대학입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인문대와 사회대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다른 전공 분야가 조금 떨어지는 것에 비하면, MIT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곳에 노엄 촘스키 교수님이 계십니다.


<사진> MIT 입구 로비에 걸려 있는 표지

MIT는 하버드 대학교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공대라는 특성답게 건물이나 조형물 등이 상당히 수학적으로 보이고, 오가는 학생들의 분위기도 조금 더 긴장되고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MIT와 칼텍의 학생들이 벌이는 경쟁은 하나의 전설로 회자될 만큼 유명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MIT 학생들이 패러디한 동영상이 있는데, 이 동영상에 노엄 촘스키 교수님이 깜짝 출연하십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
http://youtu.be/lJtHNEDnrnY

우리는 MIT를 떠나 보스톤을 흐르는 찰스 강을 따라 달렸습니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입니다.


<사진> 보스톤 시내가 보이는 다리

MIT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보스톤의 항구가 가까운 곳에 있는 오래 된 식당으로 갔습니다. 식당이 처음 문을 연 때가 1826년이니까, 190년이 넘은 식당입니다. 이 정도면 일단 ‘근대문화유산’에는 충분히 들어가겠습니다.


<사진> 오래된 식당의 메뉴판

식당의 이름으로는 조금 이상하죠? ‘굴 조합 건물’이라니? 아마도 이곳이 옛날에는 굴을 잡는 어부들의 조합이 있던 곳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200년 넘는 건물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부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건물의 높이가 낮고, 천정이 시커멓게 변한 것을 보아 건물의 시간이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대표 음식은 ‘랍스터’입니다. 식당 이름에는 ‘굴’이 들어 있는데, 정작 대표 메뉴는 랍스터라니, 조금 이상합니다만, 이름에 걸맞게 랍스터가 꽤 맛있습니다.


<사진> 보스톤의 명물, 랍스터

식당 1층에는 일반 좌석 뿐 아니라 카운터가 있어서, 이 지역 사람들은 카운터에 앉아 생굴을 주문해 먹고 있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생굴을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주문을 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랍스터가 나왔습니다. 찐감자와 옥수수 그리고 대합이 잔뜩 올라왔고, 랍스터는 먹기 좋게 몸통이 갈라져 나왔습니다.
일단 양에서 놀랍니다. 1인분이 저 한 접시인데, 랍스터도 작지 않고, 함께 나온 대합도 양이 무척 많았습니다. 위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음식이 나오기 전에 식전 빵으로 스콘이 나왔는데, 이 스콘의 맛이 또 대단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스콘을 먹고 더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도 더 주문해서 남은 것은 기어코 포장을 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먹었다면 한 사람 당 10만원 정도는 들었겠지만, 이곳에서는 40불 정도, 팁까지 해도 약 45불 정도였습니다.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이른 저녁을 먹고, 보스톤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습니다. 보스톤에서 뉴욕은 그나마 가까워서 뉴욕에는 밤에 도착해 브로드웨이를 둘러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뉴욕의 기마경찰

뉴욕은 15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느낀 것은 15년 전보다 더 화려해진 대신, 맨해튼 전체가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로드웨이를 중심으로 번화가는 더욱 화려했지만, 그 바로 뒤쪽 골목은 훨씬 어둡고, 침침하고, 냄새나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뉴욕은 미국을 상징할 정도의 대도시이자, 상업, 경제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곳이 관광지가 몰려 있는 곳은 밝고 화려하고, 그곳에서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도 도시 빈민의 삶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침 여행 다녀와서 뉴욕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는데, 뉴욕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해 근근이 돈을 버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주로 아시아계, 남미계 이민자들인 이들은 뉴욕의 거리를 다니며 폐지, 깡통, 병 등을 주워 재활용센터에 팔아 적은 돈을 법니다. 이들에게도 구역이 있어서, 아무 곳에서나 줍게 되면 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자기 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사진> 뉴욕의 중심지 브로드웨이 51번가

이들은 대도시의 그늘에서 살아가며, 중산층의 눈에는 띄지 않는, 거의 밤에만 움직이는 야행성 동물같은 존재들입니다. 세계 어디에나 빈부의 격차로 인한 빈곤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이들은 인간의 보편적 복지를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채 쪽방에서 겨우 몸을 누입니다.
우리도 브로드웨이를 조금 걷다가 숙소를 찾아 이동했습니다. 늦은 밤에도 브로드웨이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났고, 마치 밤을 잊은 것처럼, 잠들지 않는 밤처럼, 사람들은 휘황한 불빛 아래서 흥겨운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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