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제목 : 수중용접공
작가 : 제프 르미어
출판 : 미메시스
잭은 수중용접공이다. 그의 아내는 곧 출산을 앞둔 임산부로, 잭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특수용접을 해야 하는 현실을 걱정한다. 잭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고, 늘 해오던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일하러 나간다. 해안에서 멀지 않은 바다 위에 세운 구조물(시추선)의 물속 기둥에 균열이 생기면 용접공이 들어가 보수작업을 하는데, 물속에서 하는 용접은 특수용접이고, 산소통을 메고 헬맷을 쓰고 하는 일이라 육체적으로 몹시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수중용접에는 건식과 습식이 있는데, 잭이 하는 수중용접은 습식으로 건식에 비해 간편하고 설비비가 싸며, 응급처치를 할 때 활용한다. 수중 아크용접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일이 위험해서 임금이 높다. 한국에서는 하루 임금이 100만원에 가까울 정도라고 한다. 잭이 수중용접공으로 일하는 것도 임금이 높기 때문이고, 일을 적게 하고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 위험해도 잭은 이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잭은 용접을 하다 갑자기 어디선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바닥에 놓여 있는 회중시계를 발견하고 그걸 집으려다 정신을 잃는다. 잭이 눈을 뜨자 그의 동료들이 그를 걱정스런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가 고장나서 산소 공급이 끊겼고, 잭은 질식해서 기절한 것이다. 다행히 그의 동료가 일찍 발견해 끌어올렸다. 의사는 잭에게 정밀검사를 받고 당분간 일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지만 잭은 당장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결국 잭은 집으로 돌아오고, 임신한 아내는 안심하지만, 잭은 목욕을 하다 환각을 본다. 피곤했던 잭은 아내와 잠이 들고, 그는 꿈을 꾼다.
어린 잭은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바닷가로 간다. 아버지는 침몰한 배를 인양하는 개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의 꿈은 바다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찾는 것이다. 잭이 10살이던 때, 아버지는 잭을 데리고 바다로 나와 보물을 찾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서는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의 나이 33살이었고, 시간이 흘러 잭이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잭은 엄마를 만나보러 가고, 만삭의 아내는 오후에 잭과 함께 조산사를 방문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엄마를 만난 잭은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그가 찾는 회중시계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다, 바닷가에 앉아 잠깐 과거를 회상하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잭은 화난 아내에게 심한 비난을 받자 편지를 쓴 뒤 집을 나가 시추선으로 돌아간다. 그는 바다 밑바닥으로 내려가 회중시계를 발견하고 다시 시추선으로 올라오지만, 시추선은 망가져 있고,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그는 현재의 자신과 어린 시절의 모습을 오가며 현실과 과거의 기억이 뒤섞이며 혼란을 일으킨다. 그는 단골 술집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받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떠올린다. 아버지는 잭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잭은 아내가 사라진 걸 발견하고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시추선으로 돌아가 바다 밑으로 들어간다. 그가 깊은 바다의 밑바닥으로 내려가자 그곳에서 그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고, 아버지가 건네주는 회중시계를 받아들고 아버지와 진심으로 화해한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잭을 구하러 내려온다.
잭은 물속에서 정신을 잃어가며 앞에서 발생한 모든 일들을 환각으로 본 것이고, 그가 환각 속에서 만난 아버지와 엄마, 아내 수지와의 대화와 갈등은 잭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마음의 번뇌였다. 이 작품은 한번 읽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해는 하지만, 잭의 갈등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찬찬히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잭의 행동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지켜줘야 하지만, 잭은 자꾸 바다로 들어가려고만 하고, 이미 오래 전 죽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 집착한다. 잭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삶을 들여다보자. 잭이 열 살 때 그의 부모는 이혼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 따로 살면서 일주일에 한번 잭을 만나러 왔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가 받은 충격을 잭의 부모는 알지 못했고, 공감하거나 이해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잭은 부모의 이혼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온전히 스스로 끌어안고 살아야 했으며, 쌀쌀한 엄마와 다정하지만 알콜중독자 아버지 사이에서 마음을 편하게 내려 놓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어른이 된 잭은 수지를 만났고, 수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이제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잭은 임신한 수지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기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자신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고, 아버지라면, 열 살 때, 보물을 찾으러 바다로 들어간 알콜중독자 아버지가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 인해 잭은 깊은 상실감을 갖게 되고, 트라우마가 되었다.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아들이 열 살이 되었을 때, 잭 자신도 어린 아들을 두고 어디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그를 사로잡았다.
잭은 아버지가 된다는 현실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에 사라진 아버지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이혼으로 갈라진 부모, 사랑이 없었던 어린 시절,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이 혼재된 그의 내면은 분열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모든 감정이 수중용접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고,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질식해 가는 상태에서 환각과 환상을 보게 된 것이다. 동료에게 구조된 잭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고, 막 출산한 아내와 아기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