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제목 : 너 좋아한 적 없어
작가 : 체스터 브라운
출판 : 미메시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청소년들의 미묘하고 까다로운 심리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체스터는 어릴 때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욕설 때문에 엄마한테 심하게 야단 맞는다. 그리고 그 뒤로 학교에서 욕설을 하지 않는 아이로 소문이 난다. 어릴 때는 대개 별 생각 없이 욕을 한다. 친구들은 체스터에게 욕을 해보라고 놀린다. 욕을 참는 것이 자존심과 연결되면서 체스터는 욕을 하지 않고, 친구들은 욕을 하라고 놀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체스터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체스터를 옹호하고, 그들 가운데 여학생 캐리는 체스터를 좋아하지만 정작 체스터는 캐리의 친구 스카이를 좋아한다. 체스터는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캐리를 보면서 부담스러워 하지만, 그렇다고 싫은 내색도 하지 않는다. 캐리의 언니 코니와는 친구로 지내고, 숨박꼭질을 할 때는 둘이 들판에 누워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체스터는 처음으로 스카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고백을 하고도 체스터의 마음은 복잡하다. 스카이도 고백을 한 체스터가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으니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지 의심한다.
체스터가 자기의 친구 스카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캐리는 체스터에게 화가 나서 '너 좋아한 적 없어'라고 말한다. 이런 일들이 체스터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 그의 엄마는 정신과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사망한다.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체스터가 잔디를 깎고 있을 때, 스카이가 찾아와 공연을 보러 가자고 하지만 체스터는 거절한다.
청소년 시기는 불안정한 상태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가족과 원만하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고, 학교의 친구들이나 이웃과 어려움 없이 지낸다면 불안정한 청소년 시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체스터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야했는데, 원하지 않고, 믿지도 않는 신을 찬양하기 위해 일요일의 행복한 시간을 버려야 한다는 건 몹시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체스터는 교회에 마지못해 나가고, 학교 생활도 묵묵히 해나간다. 체스터는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그는 열정적으로 반항하기 보다는,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친구들이 놀려도 상대하지 않고, 사랑하는 상대에게도 열렬한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런 냉소적 태도는 주인공의 타고난 성격이기도 하고, 그가 자란 환경의 영향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엄마가 정신병으로 입원해야 하는 상황은 그 전부터 집안에 우울함이 가득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물론 이 작품은 창작이므로 논픽션으로 생각하는게 이상하지만, 적어도 많은 부분에서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고,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아서 담담하고 심심하다. 마치 자기 이야기이면서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무심하고, 냉소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작가의 특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