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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건우 Jan 17. 2021

나이트 스토커

연쇄살인범

나이트 스토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1984년 4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첫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1985년까지 짧은 시간에 무려 열세 명을 살해했으며, 수십 건의 폭행, 강도, 강간 범죄를 저지른 범죄가 발생했다. LA경찰은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몇 건의 살인사건이 더 발생할 때까지 이들 살인 범죄가 연쇄살인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완 형사 프랭크와 신참 형사 길버트가 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시작했다. 범인이 미쳐 날뛸 때는 열흘 사이에 다섯 건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범인은 매우 주도면밀해서 지문을 포함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발자국은 어쩔 수 없었다.

생존자가 증언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몽타쥬를 그리고, 범행 장소에서 발견한 여러 개의 족적을 확인하면서 범인이 신은 신발이 매우 특이한 신발이라는 걸 밝혀냈다. 그 신발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유명 메이커는 아니었고,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모두 여섯 켤레가 대만에서 미국으로 들어왔고, 다섯 켤레는 다른 지역으로, 오직 한 켤레만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따라서 그 신발은 신은 사람이 범인인 것은 확실했다. 

범인은 키가 약 180센티미터, 백인 또는 밝은색 피부의 남미 계열 사람이며, 신발 크기는 295밀리미터였다. 경찰은 비밀수사에서 공개수사로 전술을 바꾸고, 범인에 관한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한번은 가장 핵심 증거인 신발에 관한 내용은 빼고 언론에 알렸으며, 두번째는 LA시장이 직접 범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형사들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수사를 하고 있던 형사들은 시장이 언론을 통해 말한 정보로 인해 범인이 자취를 감출 것이고,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에게 퍽 운이 좋았던 상황이었다. LA시장이 생방송으로 범인의 정보를 언론 앞에서 알리고 있을 때, 범인은 LA를 떠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던 형을 만나러 갔고, 그 다음 날,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다시 LA로 돌아온다.

단 하루 사이였지만, 모든 신문, 방송에서 범인의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고, 거리에서, 버스에서 시민들은 범인 리처드 라미레스를 알아보고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결국 범인은 도주에 실패하고,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린치를 당해 쓰러지고, 나중에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 잡혀 경찰서로 이송된다.

범인 리처드 라미레스는 1985년에 체포되지만, 정식 재판은 1989년에 하게 되고, 그에게 적용된 43건의 사건이 모두 유죄로 선고되면서 리처드 라미레스는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2013년 병원에서 암으로 자연사하는데,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하면 행복한 죽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리처드 라미네스는 1960년 생으로 멕시코인이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불우하고 불행한 환경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를 둘러싼 부모, 친척들 모두 폭력적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었으며, 마약,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봤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체포되고, 경찰의 심문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즉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의아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가 체포되어 대중과 언론 앞에 나서는 장면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건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의식하고,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고, 리처드 라미네스가 재판을 받는 장면을 보면,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수치심이 사라진 인간으로, 싸이코패스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인간의 외피를 한 '다른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표현이 비과학적이라는 건 알지만, 달리 표현하기 어렵다.

과학적 입장으로 보자면, 리처드 라미레스 같은 인간이 나오는 것 역시 사회가 한 '개인'에게 그런 영향을 끼친 것이고, 인간은 주위 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개인'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과 살았느냐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2009년, 미국의 '라이프'는 '세계의 살인마 31인'을 발표했다. 이 목록에 당연히 '나이트 스토커'인 리처드 마리레스도 있다. 이 목록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들의 범죄를 보면, 오히려 리처드 라미레스의 악행은 밑바닥에 있을 정도로 끔찍한 살인귀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유영철, 이춘재 같은 연쇄살인범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가정환경이 매우 불행하고 불우했다는 것이다.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모두 연쇄살인범이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니, 이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성장 환경과 과정이 개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린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함께 한다는 말은 과거의 공동체가 존재했을 때,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며 살았음을 의미하는 말인데, 오늘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공동체를 해체하고, '개인'을 내세우며, 개인들의 연대와 협동을 구조적으로 파괴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주인인 자본가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범죄를 단지 개인의 성향, 일탈, 인성과 같은 비과학적 분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적 역학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사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고, 개인의 삶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개인' 고유의 특성이 결합하게 되는 것이고, 극악한 범죄자들은 이런 '개인의 특성'이 그의 사회적 성장 배경과 결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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