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CCTV

by maru

"도저히 안되겠어요! CCTV 보여주세요!!"


주말아침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던 마루의 평화를 깨는 한마디였다.

늘어지는 주말아침, 침대에서 할일 없이 뒹굴며


'오늘은 뭘 먹을까?'

'요 앞 공원이나 다녀올까?'

'오늘 재미있는 메이저리그 경기는 뭐가 있지?'

와 같은 생각들로 시작해야 하는 하루였다.


그 평화를 깬건 한통의 문자였다.


-왜 주말에는 선생님 연락이 안되는거에요?

-애가 맞고 왔는데 도저히 못참겠어요. CCTV 보여주세요.


핸드폰에 뜬 미리보기 메세지를 확인한 마루는 누워있던 자세를 황급히 고쳐 앉았다.

아마, 지한이가 친구에게 맞은 모양이었다.

어머님은 그걸 늦게 발견했고 주말 아침부터 연락을 했는데,

문제는 주말에는 학부모 소통 앱의 알람이 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차!


마루는 이마를 한번 짚은 후 심호흡을 했다.

바로 지한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님은 잔뜩 흥분해 있었다.


"선생님은 왜 주말에는 연락이 안돼요!!!!!"

- 그야 주말이니까...

"애가 맞고왔다고요! 어떻게 선생님 안보이는데서 일부러 몰래 꼬집을 수가 있어요!"

- 아이들은 스치기만 해도 때렸다고 할 때가 있어요 어머님...상대방 아이 얘기도 우선 들어보고...

"걔네 엄마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 그건 저도 잘...뭐하는 분인지랑 상관이 있을까....요?

"그쪽 부모 전화번호 줘요! 사과 받아야겠으니까요!"

- 개인정보를 함부로 요구하는건...

"CCTV공개해주세요! 아니면 경찰에 신고할까요?"

- 어머님이 원하시면 그렇게....


마루는 하고 싶은 대답들을 속으로 삼키며 다다다다 쏘아대는 지한이 어머님의 말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일단 흥분부터 가라앉혀야 했다.


"어머님, 많이 속상하시겠어요. 지한이가 몰래 맞았다고 하니

제가 내일 유치원 가서 지한이 얘기랑 상대 아이 얘기도 들어볼게요"


마침, 내일이 월요일이니 출근을 하자마자 아이들과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며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마루였다.


"선생님은 결혼 했어요? 애는 있어요?"


공격이었다.

이 일과 상관없는, 해결에도 도움이 안되는 개인적인 감정이었다.


"그러니까 공감을 못하지요!"


다시한번 들리지 않게 한숨을 삼켜야 했다.


지한이 어머님은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해결을 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마루의 마음에 상처와 돌덩이를 얹어놓고서야 통화를 끝내주었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이었다.



그날 저녁-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속이 울렁거리고 가만히 앉아있어도 조명이 핑핑 도는게

술한모금 안먹었는데 엄청난 숙취가 오는 느낌이었다.

느낌이 안좋았다. 어딘가 크게 아플 것 같았다.


일요일. 하루종일 일부러 크게 웃으며 보낸 마루였다.

작은 일에도 일부러 소리내어 웃고, 영화나 책을 보면서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들어가보려 했다.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내일 유치원에 가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오늘은 푹 쉬자'


라며 의도적으로 의식에서 지한이 일을 밀어냈었다.

오히려 그게 탈이 난 것 같았다.

신경을 쓰지 않기위해 너무 많이 신경을 쓴 것이었다.



다음날.

아프고 지친몸을 이끌고 기다시피 유치원에 출근했다.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지한이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했다.


맞았다는 지한이.

때린 적이 없다는 루이.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미 주말이 지난 상황에서

누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기에는 여섯살 아이들의 기억력에 한계가 있었다.


다시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지한이 어머님께 상황을 이야기 하자 이번에는 화살이 다른데로 돌아갔다.


"그 상대방 애 부모님 전화번호 줘요.

사과 받아내야겠어요. 애를 어떻게 키우길래, 친구를 몰래때려요!

자식이 그모양이면 부모도 똑같을꺼 아니에요!!!!"


수화기 너머로 날카롭고 짜증섞인 지한이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머리 한가운데를 얇은 철사가 관통하는 듯, 찌르는 투동이 찾아왔다.

마루도 모르게 수화기를 들지 않은 손으로 뒷목을 짚었다.


부모님들끼리 연락을 하게 하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한쪽이 이렇게까지 흥분해 있다면, 좋은 대화로 마무리 될리가 없었다.


링 위에 두 어머님을 올려놓고, 서로 때리라며 친절하게 글러브까지 끼워준 뒤


"1라운드.. 시작!!!!

자, 마음껏 싸워보세요!!!"


라며 심판만 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마루가 중간에서 해결해야 했다.


월요일.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아름다울 수 없는 요일이 더욱 힘겹고 무겁게 느껴졌다.

주말에 얹어진 돌덩어리가 쉽게 치워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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