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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Dec 08. 2017

코인노래방 열풍이 말해주는 것들

유흥시설이 아닌 순수한 문화공간으로

언젠가부터 코인노래방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주변에는 평범한 대형노래방이 대부분이었다. 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시험기간이 끝나면 친구들과 꼭 노래방을 갔다. 우리는 1시간치 요금을 냈을 때 조금이라도 서비스를 많이 주는 노래방을 찾아다니곤 했다. 노래방에서 나오면 매번 목이 나가 있었지만 시험공부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도 다 날아간 듯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부터였나, 혜성처럼 코인노래방이 등장했다.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른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코인노래방은 예전부터 오락실 내에 작은 노래 부스 형태로 존재했다. 일명 오래방이라고 한다. PC방의 등장으로 오락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오래방도 이대로 멸종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예상을 뒤엎고 코인노래방이라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코인노래방은 점차 일반적인 형태의 대형노래방을 밀어내고 대학가를 비롯한 도심 곳곳에 들어섰다. 이제는 코인노래방이 일반적인 형태의 노래방이 되었다고 해도 될 정도다. 지금도 코인노래방 창업 붐은 끝나지 않았다. 대형노래방이 장사가 안 되자 코인노래방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많다. 나와 내 또래 친구들도 대부분 코인노래방을 선호한다. 


그렇다면 코인노래방은 어떻게 이토록 급격하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을까? 



코인노래방 열풍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혼자 노는 문화의 확산이다. 1인 가구의 증가로 무엇이든 혼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혼밥, 혼술 같은 말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사람들은 혼자 놀기까지 한다. '혼놀족'은 혼자 여가를 즐기고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예전에는 혼자 놀면 친구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당당하게 혼자 취미를 즐긴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코인노래방은 혼자 놀기 딱 좋은 곳이다. 코인노래방을 찾는 사람들 중 약 40%가 혼자 온다고 한다. 어차피 혼자니 좁은 공간도 문제 될 게 없다. 방 안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다.


둘째는 사람들이 최대한 돈을 적게 쓰면서 놀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렇잖아도 돈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세대는 '스몰 플레이'를 추구한다. 대형노래방은 청소년 할인을 받지 않을 경우 1시간에 2만 원은 지불해야 한다. 그에 비해 1000원이면 노래 4곡을 부를 수 있는 코인노래방은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경제적 부담이 없으므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코인노래방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최근 문화 트렌드는 대형노래방과의 경쟁에서 코인노래방의 손을 들어준다. 젊은 세대에게 코인노래방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필연적이다. 한편으론 코인노래방 열풍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 지 의구심이 든다. 일단 불황은 별로 반길만한 뉴스가 아니다. 혼자 노는 문화를 현대 사회의 각박함, 폐쇄성과 결부시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대형노래방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코인노래방이 그 자리를 채우는 현상을 반가워해도 되는 걸까?


코인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기안84 (출처 : MBC 나혼자 산다)

그럼에도 나는 코인노래방 열풍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적은 돈으로 시간 때우기 좋아서가 아니다. 코인노래방이 순수하게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길 수 있는 작은 문화공간이라고 생각해서다.


대형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행위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일 때가 많았다. 회사에서 단체로 노래방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노래는 분위기를 띄우고 흥을 내기 위한 도구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간다고 해도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니면 적당히 분위기를 보면서 노래를 선곡해야 한다. 조용한 발라드나 나만 알 것 같은 마니아틱한 노래를 마음껏 부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코인노래방에서는 그렇지 않다. 자기가 부르고 싶은 곡을 마음껏 부르며 순수한 가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친구와 같이 가더라도 좁은 공간의 특성상 유흥보다는 노래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강제성이 있고 고통이 따른다면 그것을 '일'이라고 부른다. 그와 반대로 '놀이'는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을 주고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진다. 코인노래방은 비로소 노래 부르는 행위가 순수한 놀이가 되는 공간이다.


코인노래방이 상징하는 스몰 플레이 문화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놀이의 순수성을 강화한다. 코인 노래방은 대형 노래방보다 여러모로 접근성이 높다. 비용도 적게 들고,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남는 시간이 조금만 있어도 즐길 수 있다. 코인노래방이 등장하기 전에는 노래방에 가는 것이 나름대로 '빅 이벤트'였다. 요즘은 수업이 끝나고 학원으로 향하기 전에 교복 차림으로 코인노래방에 들르는 청소년들을 많이 본다. 술 한잔 하고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들르는 대학생, 직장인들도 많다. 더 이상 노래 부르는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 사소한 놀이가 되었다. 사람들의 일상과 공존하는 문화가 되었다. 



코인노래방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부작용도 존재한다. 현재 코인노래방은 무인으로 운영하는 지점이 많다. 그러다 보니 밤 10시 이후에도 청소년들이 쉽게 입장할 수 있다. 또한 폐쇄적인 공간의 특성상 범죄나 비행 등 범법행위를 위한 장소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 서둘러 개선점을 찾아서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인노래방이 순수한 가창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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