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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풀잎을 찾는 사람들

by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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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완만한 산기슭에서 두 여인이 나물을 캐고 있습니다. 묵직하니 넝쿨을 꼬아 만든 바구니에 어느 정도 나물을 담았는지 한 사람은 일어서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이 바쁜 중에도 머리에 두른 수건과 매듭은 단단합니다. 땀이 흘러도 잘 간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치마를 걷어올려 당겨 묶은 것이 믿음직스럽습니다. 이제 두 사람은 조금 더, 조금 더 봄나물을 캐다가 집에 가 소중한 가족을 먹일 것입니다. 향긋한 냉이국일지 나물밥일지는 알 수 없지만요. 이 그림을 감싸는 분위기는 참으로 담백하고 산뜻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당대의 부호였던 해남 윤씨 집안의 후손으로 태어난 공재 윤두서(尹斗緖, 1668~1715)는 18ㅅ기초에 돋보이는 문인 화가입니다.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등 전형적인 선비의 삶을 갈구했지만, 남인(南人)이었던 그는 당대 권력자가 서인(西人)에게 있었기에 벼슬을 하지 못하고 홀로 학문과 그림에 열중하였습니다. 해남 윤씨 집안에는 녹우당(綠雨堂)이라는 문서고가 있었는데, 수많은 책과 가치 있는 예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림과 글을 좋아하는 윤두서에게는 안성맞춤인 환경이었습니다.

강렬한 눈동자와 피부결, 수염과 터럭 하나까지 선명하게 그려낸 「자화상」에서 보다시피 윤두서는 관찰하는 일에 능했습니다. 일반 백성의 생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김홍도와 신윤복으로 상징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풍속화가 나타나기 한참 전에, 윤두서는 「나물 캐는 여인들」과 같은 풍속화를 남겼습니다. 우리나라 풍속화의 원형이 되는 선진적 그림, 그리고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나물 캐는 여인들」의 독특함과 가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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