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레벨 1 '첫 만남 발레' 수업은 숨쉬기부터 시작했다.
발레의 호흡은 평소 생활할 때의 호흡이나 노래를 부를 때의 호흡과는 조금 달랐다. 매트에 누워 내 갈비뼈가 양 옆으로 잔뜩 벌어지는 것을 느낄 정도로 숨을 크게 들이쉰다. 폐 가득히 숨이 들이찬 게 느껴졌다면, 다시 그 숨을 마치 촛불을 불듯이 후-하고 뱉는다. 더 이상 내뱉을 게 없을 만큼 숨을 내쉬었을 때, 안으로 쏙 들어간 배의 모양이 있다. 배에 있는 근육이 안쪽으로 당겨진 것인데, 그때의 배 모양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니까, 발레는 배의 근육을 단단히 붙잡고 더 이상 배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를 하고 팔이든 다리은 움직이는 것이다. 배의 근육이 잘 잡혀있지 않은 상태로 발레 동작을 하려다 보면 몸 전체의 균형이 흐트러지고 예쁜 모양을 만들 수 없다. 결국 배의 근육을 유지한다는 건 코어 근육의 힘을 단단하게 잘 만든다는 말이기도 하다.
평소의 몸 사용이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숨쉬기부터 연결된 내 배의 움직임을 느껴보니, 배뿐만 아니라 평소엔 잘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내 몸의 다른 근육들도 하나 둘 감지되기 시작했다.
가끔 몸이 뻐근해서 유튜브를 틀어두고 대충 따라 움직였던 스트레칭도 발레수업에서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움직여보니 당장 내 눈엔 보이지 않아도 피부 안에 숨겨져 있는 나의 속근육을 움직이는 동작들이었다. 몰랐을 땐 귀찮아도 그냥 건강하려고 일단 움직였던 것이라면, 설명을 듣고 하나 둘 그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하자 내 몸에 있는 근육의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되게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해왔던 숨쉬기조차도 내가 인지하지 않고 살아왔던 수많은 내 몸의 근육들이 각자 제 기능을 해내어서 이루어낸 것이라 생각하니, 대단하게 느껴졌다.
나 자신의 힘을 들여서 나의 근육을 움직이고, 내 몸을 나의 의도에 알맞게 움직인다. 되게 쉬운 일일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숨을 들이쉬고, 다시 내쉰다. 그 짧은 순간에도 나의 몸은 움직이고, 근육들은 각자 제 몫을 해낸다. 아직은 아주 능숙하지 않아도, 모든 존재를 내가 다 의식하고 있지는 못해도, 나의 근육을 나의 힘으로 움직여보는 발레.
70분의 수업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온몸에 땀이 올라와 있었다. 평소에 잘 쓰지 않았던 근육들을 쓴 탓에 살짝 얼얼한 온몸의 느낌이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성취감과 기쁨이 있었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