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기에는 너도 나도 다 전문가였다. 물론 그렇게 좋은 시장에서도 겁이 나서 시작도 못한 사람도 있고 소심하게 적은 금액만 매수해서 별 다른 재미를 못 본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을 그저 '운이 좋았다'라고 치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고 코스피가 바닥 모르고 흘러내리던 2021년 하반기부터 점점 자칭 전문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만 사라진게 아니라 시장에 관심을 갖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십만전자, 갓삼전을 외치던 사람들이 분노에 차서 '삼전 개잡주'를 외치고 있었고 매일 단타로 용돈벌이를 한다던 동기들은 쎄게 물렸다며 울상이었다. 그런 시기가 근 1년 가까이 이어지자 사람들의 관심사는 주식, 부동산, 코인에서 여행, 차, 드라마로 옮겨갔다. 이제는 더 이상 회사에서 코인으로 대박나서 퇴사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이전처럼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코인이나 주식으로 차 한 대씩 날려먹었다는 이야기만 들려온다. 유튜브를 봐도 '집값 폭락합니다', '절대 집사지 마세요' 같은 영상의 조회수만 폭발한다.
관심사가 줄어들었다는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체감하고 있다. 2020년부터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해 내가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용도로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다. 운영한지는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데 2020년에 한창 주식 시장이 좋았을 때는 많을 때는 하루 조회수가 5~7천씩, 평균적으로는 1~2천씩 나왔었다. 그런데 점점 조회수가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3~400 정도로 폭삭 가라앉았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장이 바뀌었다고 관심을 꺼버리거나 스탠스를 바꾸어서 폭락만을 외치는 것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내 주식 계좌가 녹고 있어도, 이미 차 한대씩 날라갔다 해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자산 시장은 시클리컬하다. 무조건 오르기만 하는 것도 없고 무조건 떨어지기만 하는 것도 없다. 시장이 좋을 때만 관심을 가지면 타이밍을 놓친다. 기회를 잡는 사람들은 아무도 시장에 관심이 없을 때도 계속 시장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외면하다가 여기저기서 돈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웃거리면 이미 늦었다. 파티는 이미 한참 전부터 시작해서 끝물인데 늦게 입장해서 남은 과자 부스러기나 주워먹는 꼴이다.
누군가는 부동산 시장은 이제 끝났는데 미련하게 뭔 공부를 하고 임장을 다니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이 좋을 때와 안 좋을 때를 모두 경험해봐야 진정으로 본인만의 투자 기준이 성립되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게 기회인 줄 알고 잡을 수 있는게 아닐까. 시장의 등락에 따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