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참 좋아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중고등학생 때 진로 고민을 할 때도 남들은 복지나 근무 환경 때문에 최고라고 하는 직업도 내 기준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기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취준생 때는 취업이 하도 안되다 보니 어디든 붙여만 주면 감사하지라는 생각으로 중소기업 면접도 봤지만 결국에는 돈이 발목을 잡아서 최종합격을 하고도 가지 않았었다. 어쨌든 여러 난관과 이동을 거쳐 현재 내가 정착한 곳은 금융권, 은행이다. 돈 좋아하는 애가 돈 만지는 곳에 갔으니 어찌보면 천직이다.
웃긴건 돈을 그렇게 좋아하는데 물욕은 없다. 물욕이 있는 대상은 억단위의 비싼 외제차나 집이다. 그 외에 자잘자잘한 옷이나 가방, 신발 같은 물건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여행도 좋아하지 않고 즐기는 취미 생활은 전부 돈이 별로 안드는 취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돈이 많이 드는 취미는 돈이 아까워서 못하는게 맞다. 나는 돈이 생기면 그 돈을 쓰는데서 희열을 느끼기보다는 그 돈이 통장에 쌓여 잔고가 늘어나는데서 희열을 느낀다.
한 때는 회사 월급이 사회초년생 월급 치고 절대 적은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않아서 부업을 해볼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운영하던 블로그도 수익화를 위해서 애썼고 스마트스토어를 해볼까, 유튜브를 해볼까 여기저기 기웃거려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바로 내가 돈을 좋아하지만 돈 그 자체만을 좋아하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취준 시절의 우울함이었다. 취준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듭되는 불합격에 심신이 너덜너덜해졌을 때 문득 블로그를 다시 해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해외영업 직무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매일 조금씩이나마 외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고 내가 공부하는 것들을 정리할 겸 묵혀뒀던 블로그를 다시 부활시켰다. 운이 좋았던건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급속도로 증가했고 오랜만에 성취감을 맛 볼 수 있었다. 재미가 붙으니 더더욱 블로그 운영을 열심히 했고 애드포스트 광고 수익이나 체험단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과 달리 블로그 수익화를 목표로 운영하기 시작하자 한 달만에 금세 흥미를 잃었다. 수익화를 위해서는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 필수이기에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다는 조회수가 나올만한 키워드에 맞춰서 글을 썼다. 당연히 쓰고 싶지 않은 내용도 억지로 써야했고 어느덧 블로그는 즐거운 취미 생활이 아닌 또 다른 일이 되어버렸다. 그 전까지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블로그를 쓰는게 즐거운 취미 생활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또 다시 고된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애드포스트로 돈 좀 벌어보겠다고 이웃들과 품앗이로 광고를 클릭해주다가 네이버에 딱 걸려서 결국 1회 이용 정지를 당한 이후로 깨달음을 얻었다. 이렇게 해선 안되겠구나. 내가 블로그를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건 애초에 목적 자체가 '재미'였기 때문이다. 수익화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나니 포스팅의 주제나 횟수에 대한 강박도 사라지고 다시 블로그 운영에 재미가 붙었다.
브런치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브런치는 돈 되는게 하나도 없다. 조회수가 많이 나온다고 원고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책 출간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냥 글을 쓰는게 재밌다. 대나무숲처럼 나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공간에 내 생각과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게 즐겁다. 만약 내가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했다면 아마 브런치 작가는 신청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블로그든 브런치든 유튜브든 뭐든 어쨌거나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일인데 기왕이면 수익화까지 된다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이 기를 쓰고 돈을 악착같이 벌고 모아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수익화시키려고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그냥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영하면서 소소한 용돈벌이 정도만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이런 생각이 바보같다고 할 수도 있다. 나도 블로그 애드포스트 수익으로만 한달에 1~2백만원을 벌고 그 외에 협찬, 원고료 등등 기타 수입을 다 합치면 몇백씩 번다는 블로거들을 보면 부럽다. 한달에 꼴랑 5~6만원의 애드포스트 수익을 얻고 가끔씩 체험단에 당첨돼서 밥 한끼 먹고 오는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블로그로 몇백씩 버는 사람들은 하루에 적게는 3~4개, 많게는 10개 이상씩 매일 포스팅을 하면서 블로그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동을 쏟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블로그가 일이자 직업인 것이다.
돈이 목적이 되면 참 불행해진다. 돈을 버는 이유도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인데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돈을 목적으로 하면 그 과정에서 즐거움도, 성취감도 느끼기 어렵다. 원하는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는 덤이다. 돈은 그냥 내가 즐거운 삶을 사는데 조금 더 도움을 주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좇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