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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연필 Aug 12. 2020

영어유치원 보내야 할까?

욕심난다. 영어 유치원

  복직을 2주 앞두고 마음이 뒤숭숭하다. 얼마 전, 어린이집 원장과 갈등도 있었기에 복직 전에 어린이집을 바꾸려던 참에 어떻게 눈치챈 건지, 아이를 뺀다고 말하려던 날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는 너무나 어린이집 생활을 잘하고 있고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아이를 미워하지 않는다며 자기도 그동안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계기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뒤늦게 관리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적응잘하고 있다는 말에 흔들려 그래 이번 해까지는 믿고 보내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아이도 6세이기에 유치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유치원은 사립이건 병설이건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될 확률이 적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 딱 한 군데 있는 영어유치원에 5세 자리 딱 1자리가 남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요동쳤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은 아니지만 이제 복직을 하면 내 월급으로 영어 유치원은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식을 더 낳을 것도 아니라 그 정도 지원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하지도 않고 딱 보낼 수 있을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남편에게 얘기하자, 콧방귀를 뀐다.


  ''한글도 모르는 애한테 무슨 영어야.''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남편은 애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건강하고 밝게 자라면 된단다. 공부 못해도 상관없단다. 건물이라도 물려주고 얘기하지 무책임한 소리를 한다.


   남편에게 모국어 익히듯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게 하려면 어릴 때 배우는 게 좋다. 적정시기를 지나면 외국어 익히듯이 어렵게 배워야 한다. 친구 딸 보니까 영어유치원 2년 다니니까 영어로 일기 쓰고 회화도 잘하더라고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지만 남편은 영 이해를 못한다. 친구 딸은 이번에 그 아래 동생도 보내고 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면서 다니기에 그 집 아이들을 보고 또 다른 친구도 이번에 딸을 입학시켰다. 적응도 잘하고 좋아하며 큰 기대 안 했는데 배워 오는 것들을 보고 놀란다고 한다.


  남편은 내 막냇동생에게  누나가 영어유치원 보낸다는데 처남 생각은 어떠냐 물었다.


  ''누나, 나중에 외국으로 보내게?''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영어 잘하면 좋잖아. 대학도 좋은 데 갈 수 있고 직업의 폭도 넓어지고. 토익점수도 높이고. 뭐 영어 하나라도 잘하면 먹고살기 편하지. 내 친구 딸보니까 2년 다니니까 영어로 일기도 쓰고 회화도 원어민처럼 하더라.''


  ''회화 잘해서 뭐하게? 외국 살 거 아니면 난 별로. 잘하면 좋긴 하지 근데 비싸잖아. 가성비 생각해봐. 1년에 천 넘게 쓰고 나중에 다 배우는 기본 영어 배우는 건데. 계속 안 하는 이상 초등학교 들어가면 다 까먹고 고학년 되면 실력 다 비슷해져. 그리고 토익은 영어 아냐. 문제 푸는 방법 배워서 몇 달 열심히 하면 다 고득점 맞아. 나 봐. 내가 뭐 어릴 때부터 배웠어? 그리고 앞으로 토익도 없어져. 그건 없어지는 게 맞지. 그냥 책을 많이 읽혀.''


  약대생인 막냇동생의 말에 힘을 얻은 남편은 그 보라며 괜히 바람 들지 말란다. 타도시보다 저렴한 편인 우리 지역 영어유치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는 것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난다.


  영어 유치원을 보낸다고 다 영어를 잘할 거라고 맡겨 놓기만 하면 안 된다고 친구도 말하긴 했다. 그 안에서도 집에서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실력 차이가 난다고 한다. 집에서 엄마가 봐줄 숙제도 많다고 한다. 집에서 따로 원어민을 불러 마음 맞는 친구끼리 과외를 받기도 하고 원어민 전화수업도 꾸준히 해주는 걸 보면 난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어 1등도 영어 유치원 출신이고, 꼴찌도 영어유치원 출신이라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아이들 숙제며, 원어민 선생님에게 답장을 쓰기 위해 열심히 번역기를 돌리고, 뒤늦게 나름 영어공부도 하는 엄마들을 보며 쉬운 길이 아님과 동시에 그만큼 노력했기에 좋은 결과가 따르는 것임을 알지만 친구 딸이 외국인과 혀를 굴려가면서 야무지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그 장면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엄마들을 의식하며 어깨 뽕이 한껏 치솟는 친구의 모습에 영어 유치원에 더 욕심이 생기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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