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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l 20. 2022

위기의 프렌차이즈를 구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타코벨의 대표음료_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

마운틴듀 덕후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같은 마운틴듀를 좋아하는 사람도 ‘주황색 마운틴듀 마셔봤어?’, ‘매운맛 마운틴듀 마셔봤어?’ 같은 독특한 마운틴듀를 얼마나 경험했는가로 덕후의 레벨이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에는 팔지 않는 마운틴듀의 새로운 맛들을 대체 어디서 구해 마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다.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마운틴듀는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한 제품으로 좁혀진다. 많은 사람들이 고른 마운틴듀의 1티어 맛은 바로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MTN Dew Baja Blast)’다. 한정판이고, 역사도 오래되었지만 마운틴듀 덕후들이 뽑는 가장 맛있는 마운틴듀. 오늘은 이 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타코벨에 왔는데 사람들이 음료를 안 시킨다고?

(KFC, 피자헛과 함께 프랜차이즈 트리오를 이루는 '타코벨')

시간을 2000년대 초반의 미국으로 돌려보자. 멕시코 음식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타코벨’은 줄어드는 실적에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타코벨은 자신들의 주요 고객인 10대들이 타코벨 매장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자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발견한다. 매장에 온 손님들이 음식은 시키는데 음료를 시키지 않는다.


그렇다. 10대 손님들은 타코벨에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한 뒤 집에서 원래 있던 음료와 함께 타코벨을 즐기고 있었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은 음료와 함께 제공되는 세트에서 많은 이윤을 얻고 있었는데, 타코벨은 음료가 빠진 상황이었다. 타코벨에도 다른 패스트푸드점처럼 음료를 파는데 왜 안 시키는 걸까?


그렇다. 타코벨 역시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마찬가지로 여러 음료를 팔고 있었다. 물론 코카콜라가 아닌 펩시를 팔고 있었지만.



펩시, 타코벨 전용 음료를 만들어줘

(타코벨을 살리고 얌 브랜드의 CEO가 되는 그레그 크리드)


단순히 코카콜라와 펩시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타코벨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레그 크리드(Greg Creed)’는 펩시(펩시코)에 타코벨 전용 음료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한다. 다른 패스트푸드점에서 볼 수 없는 ‘타코벨만의 음료’가 있다면 손님들은 타코벨은 물론, 음식과 음료를 세트로 주문할 것이다.


하지만 펩시는 단호했다. 타코벨에 전용 음료를 만들어줬다간, 펩시와 제휴가 되어있는 많은 프랜차이즈에서 전용 음료를 만들어달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1978년 타코벨이 펩시에 인수된 적이 있었지만, 당시는 완전히 별개의 회사였다. 타코벨과 KFC, 피자헛은 얌 브랜드(Yum Brands)라는 기업이었다. 때문에 타코벨 입장에서는 펩시가 요구를 거절한다면, 코카콜라 쪽에도 눈을 돌릴 수가 있었다. 당시 패스트푸드 업계는 (거의 변하지 않지만) 10년에 한 번씩 음료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크리드의 고집에 펩시가 손을 들었다. 그들은 파트너십을 깨지 않기로 했다. 나무꾼 앞에 산신령처럼 나타난 펩시는 타코벨에게 말했다. “어떤 음료 브랜드를 타코벨 전용으로 만들어 줄까? 펩시? 게토레이?”


“마운틴듀요”


그렇게 타코벨 전용 음료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니 도리토스도 나초인데 마운틴듀랑 찰떡이잖아?



휴양지의 맛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의 탄생

(처음에는 녹조색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셔보면 에메랄드로 보인다)

2003년 타코벨 전용 음료를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 팀은 멕시코의 카보산루카스로 워크숍을 떠난다. 이곳은 ‘바하 캘리포니아’라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름다운 휴양지가 있다. 곧 팀은 이 마운틴듀의 이름을 바하 캘리포니아의 이름과 분위기를 따서 ‘바하 블라스트(Baja Blast)’로 짓기로 하였다. 음료에서 휴양지의 느낌을 가득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다.


(휴양지의 느낌이 물씬 나는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

그렇게 만들어진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는 에메랄드 빛의 음료가 나온다. 또 시큼한 라임향이 짙게 들어가 마시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시즘이 마셔본 바로는 알콜만 안 들어갔다 뿐이지 하얀 모래사장에서 의자에 누워 맛있는 칵테일을 먹는듯한 기분이 들었다랄까?


실제로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는 보드카 같은 알콜을 타면 ‘미도리 사워’ 같은 근사한 칵테일의 맛이, 슬러시로 만들어서 먹으면 솜사탕 같은 달콤함이 올라온다. 여름에 정말 어울리는 맛. 타코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타코벨에서만 팔기엔 바하 블라스트가 아까운데?

(10년 넘게 인기를 얻다보니 바하시리즈가 이렇게 증식되었다)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는 곧 타코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가 되었다. 마트도 편의점도 아닌 타코벨에서만 이 음료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를 마시기 위해 타코벨에 가는 이가 있을 정도. 이를 가만히 두고 있을 펩시가 아니었다.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는 여름 한정으로 마트나 편의점 등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음료를 이제 가까운 마트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팬들은 환호했다. 이러한 인기에 이어 기존 ‘바하 블라스트’ 외에도 파인애플의 느낌이 가득한 ‘바하 골드’, ‘바하 망고 젬’, ‘바하 딥다이브’ 등 바하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마치 그 옛날 여름에만 즐기던 ‘비빔면’의 느낌이라고 할까? 여름이면 나오는 맛있고 시원한 마운틴듀 바하시리즈는 타코벨을 넘어 펩시에도 훌륭한 음료가 되었다. 한국에도 출시를 한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사람들을 공간에 부르는 요인은 무엇일까?


타코벨과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의 이야기는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공간이 손님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같은 음식을 팔더라도 이곳에서만 줄 수 있는 경험. 타코벨은 그 경험을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음료로 내세웠다. 우리는 이 음료를 즐기며 휴양지를 떠올리는 특별한 맛에 감동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타코벨과 어울림을 위해 고군분투한 노력이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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