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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ug 19. 2022

디저트와 홍차의 세계로 초대하는 <뚝방길 홍차가게>

# 커피 보다 잘 어울리는 한국의 홍차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좋은 음료는 ‘좋은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남다른 ‘시그니처’라고 불리는 음료들은 만든 이의 철학과 시간과 노력이 배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시즘은 맛과 모습 속에 숨겨져있는 음료를 만든 사람의 ‘생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리를 보면 요리사를 알 수 있듯이, 진정한 시그니처 음료는 만드는 사람을 쏙 빼닮는다. 음료를 보면 그 사람이 즐겨먹는 음식 취향부터 습관, 심미안, 심지어 철학까지 엿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뚝방길 홍차가게’ 장주연 대표는 그야말로 홍차 같은 사람이다. 겉으로는 수수해보이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단단한 뚝심이 느껴졌다. 마치 여리여리한 찻잎에서 강력한 향과 맛이 뿜어져 나오는 홍차를 닮았달까? 화려한 외국어 대신, 담백함이 좋다며 일곱 글자 한글로 직접 지은 ‘뚝방길 홍차가게’에서 그를 만났다. 



조각 하던 미대생, 

디저트 파티셰가 되다 

손맛은 실제로 존재할까? 똑같은 레시피로 된장국을 끓여도 엄마와 내가 만든 맛이 다른 걸 보면 조물주의 비밀이 있긴 있다고 어렴풋이 느껴왔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손맛의 실체를 목격한 기분이다. 장주연 대표는 두 손을 야무지게 놀려서 직접 구운 따끈따끈한 스콘과 차를 내놓았다. 눈이 휘둥그레 커질만큼 비주얼로도, 맛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도대체 이 손맛의 출처는 어디인가.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을 배우고, 대학교 전공은 조각을 했어요.

사실 미술이 그냥 손으로만 하는 일은 아니거든요. 


졸업 이후에는 남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고차원적인 미술이 필요하더라고요.  

솔직히 그런 소질은 없다고 생각해서 디저트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머리로 하는 일보다 손으로 하는 일을 잘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대학교 3학년 때부터 한국에서 르노뜨르(프랑스의 유명 제과 학교) 스쿨을 다니며 디저트를 배웠다. 거대한 흙과 돌을 깎던 손으로 이제는 밀가루 반죽을 거침없이 치댄다. 그래서일까? 그가 만든 디저트에서는 왠지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삐뚤어지거나 튀어나온 구석 없이, 정갈하고 반듯해서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기분 말이다.


디저트를 커피랑 마신다고? 

진정한 고수는 홍차와 함께 마신다

디저트 만들던 파티셰는 어떻게 홍차 가게를 열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여행'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행에서 애프터눈 티를 맛보는 장주연 대표

“디저트 공부를 하면서 프랑스, 일본으로 시장조사를 자주 갔어요.

그런데 제대로 먹으니까 차랑 디저트랑 너무 잘 어울리는 거에요

홍차랑 디저트를 같이 먹는 그 맛에 빠져가지고, 

어느날 제가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더라고요."


그렇다. 소주 없는 삼겹살이 의미 없고, 치즈 없는 와인은 매력이 반감된다. 이처럼 진정한 맛의 세계는 홍차와 디저트를 페어링할 때 열렸다.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면 되지 않냐고? 그렇지 않다. 케이크와 커피를 함께 마실 때 상대적으로 가려졌던 케이크의 맛이, 홍차를 함께 곁들이면 홍차의 향기가 오히려 케이크 맛을 살려주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한 쪽만 살고, 다른 한 쪽은 죽는 맛이 아니라 서로가 얽히고 설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맛이랄까? 


그렇게 디저트를 좋아하는 취향은 자연스럽게 흘러 홍차의 세계로 향했다. 


깊이 알수록

와인과 닮은 홍차의 세계 

그렇다면 홍차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그는 홍차가 와인과 비슷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홍차는 와인 같거든요. 

와인도 포도 나무, 땅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차도 중국, 스리랑카, 인도에서 나오는 차들이 다 달라요.

떼루아에 따라 향이랑 풍미가 달라져요"


그렇다. 매일 같이 전세계에서 날라온 여러 종류의 차를 맛보며, 재배지와 시기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차의 예민함을 느낀 것이다. 대륙 별로 다른 차의 맛을 느끼면서 그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왜 한국의 홍차는 없는걸까? 


가장 한국스러운 시그니처 홍차, 

해질녘 티의 탄생

제주, 보성, 하동 등 한국의 차밭에서 나온 찻잎으로 만든 홍차를 ‘한국홍차’라 부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녹차'의 소비량은 많지만 한국 홍차는 그에 비해 인지도가 적은 현실을 장 대표는 안타까워했다. 외국 홍차에 비해 훨씬 부드럽고, 감칠맛이 좋은 것이 장점인 한국 홍차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렇게 뚝방길 홍차가게는 하동의 유명한 다원 ‘연우제다'와 인연을 맺고 자체적인 블렌딩 티를 개발한다. 하동의 홍차, 돼지감자, 카카오닙스, 비트 4가지 천연재료를 최적의 조합으로 블렌딩해 뚝방길 홍차가게만의 시그니처 티 ‘해질녘’이 탄생했다. 한국의 땅에서 나고 기른 재료로, 가장 한국스러운 맛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간은 4~5달 정도 걸렸죠.

생각보다 천연 재료에서 맛이 안 우러나오더군요. 

재료를 조금씩 섞어서 마셔보면서 맛을 찾아갔어요.”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맛이 별로라면 살아남을수 없다. 그렇다면 해질녘 티의 맛은 어떨까? 마셔보니 초콜릿 무스처럼 부드러운 향기가 감돌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고소한 맛이 피어올랐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호감이 느껴지는 차랄까? 실제로도 장 대표는 초콜릿 디저트와의 페어링을 제안했다. 


“마리아주가 좋으려면 초콜릿 디저트류가 잘 어울리고 맛이 풍부하게 살아나죠. 

뜨거운 물에 5분 이상 우려 드시고, 찻잎을 한 번 더 우려드셔도 좋고요.” 


그렇게 해질녘 티와 초콜릿 스콘을 함께 먹어보니 과연 맛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좋은 재료로 한국인에 입맛에 찰떡같이 다가오는 맛이라니. 이렇게 친절한 홍차가 또 있을까? 이런 가게는 떠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이번 인터뷰 준비를 했다. 


고소한 홍차와 달콤한 디저트가 있는 카페 <뚝방길 홍차가게> 장주연 대표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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