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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ug 24. 2022

장르보다 정신,
한국에 크래프트한 술 '술로시티'

#시크릿셀러 두번째_술로시티 브루어리

술의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예요
술은 사실 농업이라고 볼 수 있죠


오랫동안 사랑받는 술에는 각자의 고향이 있다. 하이네켄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기네스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이 고향이다. 이것은 단순히 술을 빚는 공간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문화, 지역의 농산물과 자연이 들어가 있다. 한국에도 이런 술들이 없을까? 대신 어려운 술 말고... 편하게 맛볼 수 있는 술로.


그런 곳이 있다. 로컬의 농산물로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술을 만드는 곳. 오늘은 1%의 사람들만 아는 비밀스러운 시크릿셀러 브랜드 '술로시티'를 소개한다.



시와 인문학을 사랑하던 대학생

술 항아리를 만나다


한국 사람은 술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마시고 즐기는 술'을 사랑한다. 시와 문학을 사랑하던 유상우 대표 역시 술을 마시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인생이 글이 아닌 술을 빚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진 못했다. 고고인류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박물관에 취업했는데, 그곳이 '술 박물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그는 출근길 새벽에 술이 익어가는 항아리를 보게 된다.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빠져 직접 술을 만들어보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막걸리와 전통주로 시작한 술빚기는 곧 맥주와 와인, 위스키로 이어진다. 그렇게 양조장 10년 동안 일을 한 후 그에게는 하나의 꿈이 생겼다. 


"내가 자라온 고향에서, 고향의 농산물을 사용한 술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맥주도 전통주도 아닙니다

로컬 크래프트 술


그렇게 전주에 내려와 양조장을 만들게 되었다. 전주가 '슬로시티(Slow city)'를 추구하는 것을 살려 '술로시티'라고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어떤 술을 만들어야 할까?


다양한 술을 만들 수 있는 그에게 '장르'는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고민하는 것은 '어떤 농산물'을 쓸 것인가 였다. 그때 당시는 FTA로 국산 보리농가가 어려웠던 시대. 술로시티는 지역의 보리를 활용한 재미있는 술을 만들기로 하였다. 그렇게 맥주인듯 맥주아닌, 전통주인듯 전통주 아닌 술로시티만의 크래프트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 술도 커피도 음료도 사실은 다양한 농업과 과학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해외에서 재료들을 공수해서 맛있는 술을 만드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술을 둘러싸고 있는 농업과 환경을 어떻게 만드는가가 아마 우리 술이 가야 할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술로시티는 전주산 보리를 계약 재배하고, 직접 홉 농장을 만들어 운영을 하고 있다. 이제는 양조자보다 농부에 가까워진 것 같다는 유상우 대표의 대답은 술이라는 음료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여러 노고를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 같다. 



지역 이름을 담은 술 

만경강, 도덕남, 도도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맛있는가이다. 술로시티의 3가지 제품은 '만경강', '도덕남', '도도녀'이다. 각각의 이름은 농사의 근간이 되는 만경강을 필두로 도덕동, 도도동이라는 동네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첫인상은 대중에게 굉장히 친근한 시원한 맥주 스타일이다. 하지만 자세히 맛을 보면 보리의 고소함이나 재료들의 느낌이 전통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 사이에 황금빛의 만경강은 쌉싸름하면서도 귤의 새콤한 향이 들어가 있고, 검은빛의 도덕남은 보리를 더욱 로스팅하여 고소함을 극대화시켰다. 붉은빛의 도도녀는 과일향이 아닌 허브의 향미가 어우러지는 신기한 술이다.



전주를 넘어 여행하는 술로

술로시티의 꿈은 

맛은 친숙하지만 이야기가 깊은 술. 또 술을 빚기까지의 고민을 듣다 보면 더욱 특별해지는 술이다. 술로시티는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술 빚는 일과 농업이 더욱 무르익을수록 다양하고 맛있는 술로시티의 크래프트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술로시티의 첫번째 꿈은 '전주의 현재를 표현하는 술'이 되는 것이다. 전주의 농산물을 가지고 전주 사람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술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꿈이 있다면 이 술이 전주를 떠나 여러 도시와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함께 자라나는 친구처럼 술로시티의 술이 다양한 사람과 추억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시크릿셀러는 세상에 없는 음료를 찾는 '음료학교'와 마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루는 '마시즘'이 함께하는 음료 스타트업 발굴 프로젝트입니다. 작지만 큰 꿈을 가진 음료 스타트업들에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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