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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Sep 01. 2022

세상에 없던 상큼한 커피가 온다, 180 커피로스터스

#국가대표 챔피언의 시그니처는?

[편집자주] 좋은 음료는 ‘좋은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남다른 ‘시그니처’라고 불리는 음료들은 만든 이의 철학과 시간과 노력이 배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시즘은 맛과 모습 속에 숨겨져있는 음료를 만든 사람의 ‘생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80 커피 로스터스요?
커피 로스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카페죠


세상에 없던 시그니처를 찾아 전국을 누비는 마시즘. 오늘 소개할 곳은 2명의 국가대표 로스터가 있는 ‘180 커피 로스터스'다. 쟁쟁한 실력을 가진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마치 스포츠 팀처럼 완벽하게 협업하며, 최고의 커피를 내어주는 곳. 


“(커피잔을 내밀며) 아직 어디서도 맛본 적 없으실걸요?" 기대감을 안고 카페에 도착을 하니 마시즘에게 누군가 당돌하게 도전장을 건냈다. 그의 이름, 이춘희 바리스타. 오늘은 그와 함께 세상에 없던 180 커피로스터스의 시그니처 ‘오랑제트'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대한민국 로스터들의 스승님, 

180 커피로스터스 

미국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경기도 분당에는 율동공원이 있다. 번지점프를 할 수 있을만큼 넓은 도심 속 호숫가를 거닐다보면 먼 발치에서 이 곳이 보인다. 180 커피 로스터스. 주변에 H사, T사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왜냐고? 이 곳은 무엇보다도 ‘커피'와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 : 180 커피 로스터스)

180 커피로스터스에는 한국 로스팅 국가대표 챔피언 이승진 로스터, 주성현 로스터, 두 챔피언을 필두로 다양한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팀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실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벽면에는 수많은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그렇다면 커피업계의 슈퍼스타(?) 사이에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커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다양한 시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춘희 바리스타는 오히려 여러 시선으로 커피를 바라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말을 했다.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이 되어 함께 공부를 할 수 있고, 때론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시야가 넓어질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 역시 2021 SRC 스트롱홀드 로스팅 챔피언십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수재였다. 여기 뭐야..)  

하지만 사실 화려한 트로피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장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커핑’이다. 그 날 생산한 원두를 전직원이 모여 커핑(시음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아주 매서운 눈으로 꼼꼼히 맛을 체크하고 있었다. 어쩌면 트로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이런 모습 아닐까? 매일 본인들의 결과물을 냉철하게 체크하는 성실함이야말로 이들의 진짜 실력을 증명해주는 것일테니 말이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바리스타,

상큼한 크림을 떠올리다

(사진 제공 : 180 커피 로스터스)


“3개월 정도 커피투어를 했어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시그니처를 먹으러 다녔어요. 

… 위를 잃었어요" 


이춘희 바리스타의 또 다른 이름은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바리스타’다. 커피투어를 하면서 단기간에 너무 많은 커피를 맛본 탓에 위가 상해버렸기 때문이다. 대신에 남들이 얻지 못한 능력을 갖게 됐다. 비교를 통해 얻어진 ‘미각'이다. 


“(요즘 카페 음료들이) 단맛에 포커스가 맞춰진 음료가 많아서, 

저는 반대로 산미에 포커스를 맞춰보자고 생각했어요.”


그가 여러 카페를 다니면서 음료를 맛본 결과, 시중에는 단맛 위주의 커피음료가 너무나도 많았다. 차별화를 위해서라면 기존처럼 달달한 크림커피 음료로는 승산이 없겠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상큼하게 가보자. 

그 때, 그의 머릿속에 ‘오렌지 시럽'이 떠올랐다. ‘오렌지 느낌의 상큼한 커피음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익숙하지만 새로운

오렌지 초콜릿맛 라떼의 탄생

그렇게 이춘희 바리스타는 곧바로 연구, 제작에 돌입해서 음료를 만들어냈다. 180 커피로스터스의 대표 시그니처, ‘오랑제트'의 탄생이다. 


오랑제트는 사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초콜릿 디저트의 이름이다. 이 바리스타가 음료를 만들고 처음으로 팀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에서 한 팀원이 ‘오랑제트' 맛과 비슷하다고 피드백을 준 것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그가 만든 음료에서 오렌지와 초콜릿의 향기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렌지 크림을 제일 중점적으로 만들었어요.

오렌지 향을 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걸 표현하고자 이것저것 시도를 했어요." 

그는 오렌지의 상큼하고 밝은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적당한 농도로 크림을 치대고 그 위에 가니쉬로 ‘오렌지 건조칩'을 올렸다. 재미있는 반전은 여기에 초콜릿이 단 1g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에 초콜릿 느낌이 나는 콜드브루 커피를 사용해서 오묘하게 초콜릿의 뉘앙스가 느껴지는 맛을 만들었다. 일종의 향과 맛으로 이루어내는 착시효과인 셈이다. 


맛을 보면 커피 한 잔에서 오렌지의 향기와 달콤한 초콜릿의 느낌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상큼하게 시작해서 달콤하게 마무리 되는 음료랄까?


“아! 그런데 더 맛있게 먹으려면 오렌지칩을 코앞으로 두고 마셔야 해요.

사람이 음료를 마실 때 입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라,

코로 숨을 쉬면서 마시거든요.”


안그래도 맛있지만, 여기서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냐는 물음에 ‘꼭 오렌지칩을 코끝으로 향하게 두고 마시라’고 섬세하게 조언해주는 그에게서 음료를 최적의 상태로 전달하고자 하는 프로의식이 느껴졌다. 



시그니처를 만드는 나만의 노하우,

바리스타 이춘희의 철학 

“먹고 마시는 걸 좋아해요.

버번 위스키, 칵테일을 좋아하죠.

많이 마셔보고 맛있는 걸 가져와서 맛의 조합을 연습해봐요." 


어떻게 하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맛의 음료를 개발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마실 것을 좋아하고, 그만큼 많이 마신다는 것이었다. 특히 (같은 커피는 아니지만) 바텐더들이 무알콜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과 조합을 많이 떠올리며 연습해본다고 한다. 


“처음에는 제가 뭘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지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계속 마셔보면서 취향을 찾아나가는 게 재밌었고,

저도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이제 그의 꿈은 그가 취향을 찾는데 도움을 주었던 수많은 바텐더, 바리스타들처럼 누군가에게 폭넓은 경험을 선물해줄 수 있는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다. 커피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커피로 할 수 있는 여러 경험을 쉽게 제안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래서 그는 오늘도 수많은 음료를 맛보고, 만들어보면서 손님들 앞에 선다. 


(+ 상큼하고 달콤한 세상에 없던 오렌지 초콜릿맛 시그니처, ‘오랑제트'와 180 커피로스터스의 이야기는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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