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음료리뷰_펩시소다샵 시리즈
인파가 가득한 매장 안을 혼자 걷는다. 이곳은 식당도 아니고, 카페도 아니다. 그가 주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새로 나온 탄산음료들이다. 70년대 미국에는 이런 탄산음료를 전문으로 파는 매장이 있었다지... 언젠가 한국에도... 언젠가 우리 동네에도...
"띵동" 낮잠을 깨우는 벨소리가 울린다. 국가가 허락한 음료신상털이 마시즘의 사무실에 무슨 일이지. 문 앞에 놓인 택배에는 마치 방금 꿈에서 배달된 듯한 제품이 들어있었다.
펩시 소다샵(PEPSI SODA SHOP). 뭐야, 소다샵에서 만든 펩시가 왔다고?
펩시 소다샵은 미국에서 출시된 '레트로 펩시'시리즈가 돌아왔다.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맛까지 모두 옛날 펩시 스타일을 구현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리얼슈가'를 썼다는 것이다. 옛날의 방식으로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얻는 설탕을 이용하여 펩시를 구현하여 깔끔한 단맛을 강조했다.
펩시소다샵의 제품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단순히 콜라가 아닌 '크림소다'버전의 콜라, 그리고 '블랙 체리 콜라'까지 3가지 라인업으로 나온 것이다. 옛날 레시피를 구현해서 만든 특별한 맛의 콜라는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 70년대 미국 소다샵 감성을 그대로 가져왔다.
서, 설명은 여기까지. 사실 디자인만으로도 참을 수 없이 마시고 싶은 콜라였다. 과연 이 녀석들은 어떤 맛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까?
첫 번째는 펩시 소다샵의 메인 제품인 '크림소다콜라'다. 자칫 살색의 펩시는 이게 화장품 업체와 콜라보를 한 것인지, 혹은 콜라에서 파운데이션 맛이 나면 어떡하지 걱정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녀석은 '크림소다'라는 엄연한 장르를 가지고 있는 맛있는 음료다.
크림소다는 미국판 밀키스나 암바사정도를 생각하면 좋은데, 그것들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질감을 자랑한다. 실제로 마셔봤더니 펩시콜라에 투게더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를 띄운듯한 부드러운 맛이 느껴진다. 짜릿하게 먹기는 아쉽지만 나름 부드러운 콜라라고 할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로슈가' 버전의 '크림소다콜라'가 더욱 입맛에 맞는다. 크림소다 특유의 바닐라향과 달콤함은 살렸다. 하지만 이 녀석은 크림의 무게감보다는 탄산의 짜릿함을 더 살렸다. 바닐라 코카콜라를 처음 먹었을 때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칼로리도 0이라니. 당신 합격(?) 제발 한국에 와줘요.
사실 이런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의 콜라들은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콜라와는 거리가 멀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들은 짜릿하고 시원하거나 새콤한 느낌이 드는 콜라를 마셔왔거든. 하지만 이런 크림소다의 매력에 빠져버리면 탄산음료의 즐거움은 더욱 커지게 된다. 해외구매를 해야 해서 지출도 커지는 게 함정이지만.
세 번째 펩시소다샵은 다른 맛이다. '블랙체리콜라'다. 말만 들어도 체리코크나 닥터페퍼가 떠오른다... 면 그 기준을 충족시켜 줄 탄산음료라고 볼 수 있다. 펩시판 닥터페퍼라고 할까?
블랙체리콜라를 따라보았다. 일반적인 짙은 갈색의 콜라들과 다르게 이 녀석은 붉은빛을 띠고 있다. 때문에 거품마저도 분홍색이다. 예쁜 비주얼을 따라 향을 맡아보면 익숙한 체리향기... 는 아니고 병원에서 주는 체리사탕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향기말이다.
하지만 맛은 닥터페퍼와는 결이 다르다. 체리콜라라고 오해하지만 여러 재료가 섞여서 묘한 뉘앙스의 뒷맛을 남기는 닥터페퍼와 달리 블랙 체리 콜라는 체리와 콜라에 집중한다. 때문에 끝맛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닥터페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 하지만 닥터페퍼의 복잡 미묘함이 어렵다면 블랙 체리 콜라만으로도 맛있는 체리콜라를 느낄 수 있다고.
탄산음료의 맛은 추억을 쌓기 위해 마시거나, 추억 때문에 마신다. 펩시는 한쪽으로는 제로슈거나 나이트로(질소) 펩시 등으로 트렌드에 맞춘 도전을 한다면, 다른 한쪽으로는 우리의 추억을 건든다. 잊힌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고, 옛날 소다샵 감성을 말하며 레트로 펩시시리즈를 출시한다. 이 작은 탄산음료에서 어떤 맛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펩시 소다샵은 12주 한정으로 판매되는 제품이고,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지만. 콜라 하나만으로도 가보지 않은 과거의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제품이었다. 강제 추억 주입기 같은 치명적인 매력의 펩시. 올해도 이런 음료들을 많이 소개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