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체리맛 페퍼_닥터페퍼 체리 리뷰
인파가 가득한 자판기 앞을 홀로 걷는다. 커피를 마시지도, 담소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이 구역 자판기에서만 나오는 '닥터페퍼'를 뽑기 위해서다. 떨리는 마음으로 닥터페퍼를 뽑아가는데 누군가 말했다.
"닥터페퍼 그거 체리맛 콜라 아니냐?"
당신 뭐라고 했어? 닥터페퍼가 체리맛 콜라라고?
우리는 쉽게 닥터페퍼를 '체리맛 콜라'라고 부르기 쉽다. 나 또한 그랬다.
1. 닥터페퍼는 콜라와 비슷한 생김새였고
2. 심지어 재료에 콜라가 들어갔으며
3. 닥터페퍼를 마시는 사람은 코카콜라, 펩시를 마시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 닥터페퍼를 '콜라'라는 장르에 넣으려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이 완벽하고 특별한 신의 음료를 일반적인 '탄산음료'라고 불렀다가는 신성모독으로 끌려갈 것 같기 때문이었다(아니다).
하지만 닥터페퍼를 만든 재료를 보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닥터페퍼는 콜라가 아니다.
그리고 닥터페퍼는 단순히 체리맛도 아니다.
닥터페퍼는 단순해 보이지만 '23가지 맛의 콤비네이션'인 하이퍼 탄산음료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확한 재료를 밝힌 적은 없지만, 닥터페퍼 매니아들은 그 맛의 정체를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체리, 살구씨, 아몬드, 블랙베리, 감초, 카라멜, 콜라, 생강, 레몬, 바닐라, 계피, 육두구, 정향, 오렌지, 자두, 루트비어, 럼, 라즈베리, 코코넛, 페퍼민트, 토마토, 포도, 파인애플, 당근 ...
재료에 대해서는 설마다 차이가 있지만, 체리와 살구씨, 볶지 않은 생 아몬드가 들어간 것 같다고는 모두가 말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3가지의 향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살구씨 추출물, 혹은 생 아몬드 추출물로 만든 칵테일 '갓파더'를 마시면 뜻밖의 닥터페퍼 향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어차피 향은 비슷하니까 체리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닥터페퍼 체리맛'은 따로 있거든.
이 녀석 때문에 이야기가 길어졌다. '닥터페퍼 오리지널은 체리맛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 음료를 두고 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짜장맛 짜파게티라던지, 쌀밥맛 햇반이라던지, 콜라맛 코카콜라 같은 게 아니냐고(...)
하지만 닥터페퍼 체리는 '진짜 체리향'을 추가한 닥터페퍼다. 음료를 따라보니 검붉은 빛이 도는 탄산음료가 잔 아래로 떨어진다. 이 컬러감, 그리고 살짝살짝 풍기는 달콤한 체리의 향이 매력적이다.
닥터페퍼 체리를 마셔보았다. 닥터페퍼 하면 떠오르는 오묘함(이라고 쓰고 '밸런스'라고 읽는다)이 사라졌고, 더 가볍고 새콤하고 달콤하다. 닥터페퍼가 팀을 위한 23가지 재료들의 팀워크라면, 닥터페퍼 체리는 '체리'를 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22가지 재료들의 헌신이다.
닥터페퍼에서 체리맛을 좋아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맛이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체리맛이 돋보이다 보니 '호불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잘 만든 체리 탄산음료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좋은 점도 '호불호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냥 다 좋아할 것 같은데?
호불호 3대장, 체리사탕 녹인 맛, 화장품 맛 음료... 와 같은 오명을 듣고 살았던 닥터페퍼다. 하지만 이제 편의점과 마트에서도 닥터페퍼를 만날 수 있고. 심지어 대용량, 더 심지어 제로칼로리버전까지 나왔다. 닥터페퍼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늘었다. 혹은 닥터페퍼를 마신 사람이 그만큼 마셨다.
닥터페퍼를 즐기는 순간순간이 쌓일수록, 우리의 팬심이 쌓일수록, 새로운 닥터페퍼가 국내에도 나올 거라는 기대가 생겨난다. 세상에 우리가 마셔보지 못한 닥터페퍼는 정말 많으니까. 진정한 체리맛 닥터페퍼. 언젠가 너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겠지?
※ 더 마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