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 수능, 이렇게 된 이상 '음료공부법'으로 간다!
전국에 있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긴장하는 날, 그것은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바로 '수능날'이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 이 날을 잘 치르기 위해 몇몇 분들이 '수능 때 마시면 점수가 잘 나올 음료'를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성분 위주로 대답한 적이 있다. "어 음... 일단 따뜻한 음료 드시고요, 카페인이 많지 않은..."
하지만 그가 원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나한테 수능날 마셔야 할 음료를 물어볼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면, 그는 그동안 착실히 공부를 했다는 사실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이 글을 볼 정도의 여유의 수험생이라면 역시 마찬가지(...)겠지?
그래서 준비했다. 수능 D-2, 이렇게 된 이상 '벼락마시기 음료공부법'으로 간다!
가장 한국적인 밀크티 '데자와'는 서울대생 음료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유독 잘 팔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울대를 바라는 학생들은 수능시즌이 다가오면 일단 데자와를 마신다. 공부는 몰라도 음료 취향만큼은 서울대일 수 있으니까. 그렇게 조금씩 서울대생이 되는 건 아닐까(전혀 아니다).
데자와가 '전국구'인 서울대라면, 이 우유는 '월드클래스'다. 아인슈타인 우유다. 어려서부터 이 우유를 마시면 인류 최고의 두뇌를 가졌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 우유를 문과가 되면서 포기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은 잘했는데 언어와 외국어에서 낙제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파스퇴르 우유로 유턴한다(파스퇴르는 재수했다).
한국에 '데자와'가 있다면, 세계에는 '닥터페퍼'라는 고학력자의 음료가 있다. 이 녀석은 마시는 음료임에도 '닥터'란 이름이 붙어있는 제품 중 하나다(다른 하나는 '닥터캡슐'이다). 심지어 우유 베이스였던 앞선 음료들과 달리 탄산음료라 가볍게 마시기가 좋다. 하지만 첫 입에 '맛있다'라고 느끼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함정. 아무리 그래도 수능 초치기로 공부하는 맛보다 닥터페퍼가 맛있지 않을까?
오랜 세월 '정규교육'이라는 정파를 거부하고, '찍기'라는 사파에 몸 담고 있던 친구가 한 가지 진리를 알려주었다. 찍기에도 컨디션이 있다고. 아는 건 전혀 없어도 지문과 문제의 흐름, 출제자의 의도에 맞춘 답 순서를 보면 답이 보인다는 도인 같은 말을 한 것이다(물론 수능 후 도인처럼 사라졌다). 때문에 머리부터 눈까지 시원해지는 솔의눈은 어쩌면 최고의 찍기 텐션을 줄 수 있는 음료가 아닐까 싶다. 물론 닥터페퍼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음료라 입이 견딜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말했다. "꿈은 크게, 목표는 멀리 잡아야 그 근처라도 가는 법"이라고. 그렇다면 이 음료. 하늘보리, 아니 SKY보리야 말로 수험생이 꿈꿀 수 있는 가장 높은 이상을 표현한 음료다. 서울대의 S, 고려대의 K, 연세대의 Y가 합쳐진 음료다. 심지어 평범한 맛을 보여주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튀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자, 잠깐만 스카이를 바라보면서 평범한 점수다고? 잠깐만 우리 이야기한 거 아니지?
수학을 못하면 산수라도 잘하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이 물을 마시면 산수 하나만큼은 백점을 맞을 것 같은 이름이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수'로 끝나는 음료를 들고 가라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수능이라는 세계에서 '수'자 돌림은 재수, 삼수... 같은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백산수, 백산수, 백... 수... 아 안 돼! 그냥 하늘보리 마셔!
병문안을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음료다. 델몬트 오렌지 100. 빨간색으로 적힌 100이라는 글씨가 왠지 모르게 수험생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처럼 생겼다. 심지어 오렌지 주스는 비타민 C가 들어있어 두뇌회전에도 도움을 줄 것만 같다...라고 생각하고 시험 전 날 가족들에게 사달라고 했는데. 가방에 들어있는 게 델몬트 오렌지가 아니라 '제주사랑 감귤사랑'이었던 적이 있다. 안 돼 내 100점, 안 돼 내 오렌지!
사실 웃자고 한 이야기. 나도 틀렸으니까 당신도 틀려봐라(아니다) 하는 이야기다. 음료를 바꾸는 것만으로 우리의 성적이 올랐다면 '마시즘'은 지금쯤 '퓰리쳐상'정도 되는 지위를 누렸을 것이다. 모든 것은 준비한 만큼 정직하게 점수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능'같은 중요한 순간 우리의 곁에 음료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날 나의 긴장과 갈증을 해소시켜 줄 음료. 그것은 어떤 음료일까?
행운을 찾아줄 것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능을 망칠 것 같은 분위기를 주는 음료'를 피하는 것이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일생일대의 날. 이런 음료는 오늘내일 피하고, 수능이 끝난 후에 조심히 마시도록 하자.
각종 '제로' 음료들 : 0에 가까운 음료는 흉하니 피하자
암바사 : 자칫 수능 '암바사'라는 말 나올 수도 있다
핫식스 : 이름부터 "뜨거운 6등급"
몬스터 : 사람 취급 못 받는 점수
2% 부족할 때 : 원하는 것에 2% 부족하게 나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