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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Nov 30. 2023

당신이 아직 맛보지 못한 '하이볼의 세계'

#바텔러_하이볼가든

"반차 쓰고 낮술을 하고 싶은 곳이다!"라는 마음이 가득 들어왔다. 한적하고 밝은 동네에 위치한 ‘하이볼가든’은 카페처럼 편안하고, 바 처럼 분위기 있는 매력을 가진 공간이었다. 



최근 하이볼이 유행을 타면서 거리 곳곳에 하이볼을 전문으로 하는 바가 생기고 있다. 하지만 하이볼가든은 10년째 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 하이볼의 성지다. 하지만 이 내용을 몰라도 바의 분위기 자체가 주는 따뜻함이 있다. 


이 매력적인 공간에서 우리가 만나지 못한 하이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하이볼의 유행하기 전부터

하이볼을 키워온 바


하이볼가든에서 우리를 맞이해준 사람은 전영호 매니저였다. 그는 처음에 이곳의 손님이었던 그는 어느덧 하이볼가든의 많은 것들을 맡고 있게 되었다. 그에게 하이볼가든과 하이볼에 대해 물어보았다.


Q. 하이볼바가 참 많이 생겼는데 '이곳이 근본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이볼가든은 어떤 곳인가요?

전영호 매니저 : 하이볼가든은 2014년에 '김소봉 셰프'님이 시작한 하이볼 바예요. 정말 오래되었죠. 저는 원래 손님이었고, 4년 전에 이곳에 총괄매니저로 왔습니다.  


Q. 2014년이면 한국에서도 하이볼이 뭔지 모르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하이볼의 역사가 되어버린 하이볼가든 메뉴판)

전영호 매니저 : 맞습니다. 하이볼을 내주기 전에 하이볼이 무엇인지 설명하는데 더 오래 걸렸다고 해요. 요즘 같은 경우는 이제 하이볼에 대해 너무 잘 아시니까 와서 어떤 하이볼이 있는지, 나의 취향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죠.


Q. 매니저님도 그럼 오래전부터 하이볼을 알고, 바텐더를 하셨었나요?

전영호 매니저 : 아니요. 대학교때 잠깐 아르바이트로 바텐더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원래 요리를 했어요. 그러다 지금 대표님이신 김소봉 셰프님을 만나서 요리를 했고, 또 하이볼가든을 자연스럽게 업무지원하면서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식도 음료도 재료와 맛의 조화를 잘 맞추는 것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봤거든요.


Q. 혹 요리를 하시다가 음료를 만들면 조금 힘들지 않으신가요?

전영호 매니저 : 사실 요리를 하긴 하지만 생선이나 그런걸 보면 약해져서. 너무 힘들더라고요(웃음). 지금 만족합니다.


Q. 이곳을 찾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전영호 매니저 : 저희가 동네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동네사람들에게는 하이볼이 유행하기 전부터 굉장히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유명하죠. 가볍게 뭔가를 마시면서 이야기하기에 너무 좋은 공간이거든요. 오랫동안 자리잡고 보니까 지나가다 사람들이 길 물어보고, 맛집 물어보기도 하고요(웃음). 쉽게 다가올 수 있는 바가 되었으면 했어요. 하이볼은 친절한 음료니까요. 



무궁무진한

하이볼의 매력

‘맥주의 시대에서 하이볼의 시대가 되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든 식당에서든 ‘하이볼’을 시켜서 마신다. 하지만 그들은 하이볼이 유행을 하지만, 아직 가지고 있는 매력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하이볼가든은 이 음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 하이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전영호 매니저 : 하이볼은 굉장히 전천후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울리는 것은 일식이 어울리죠. 일본음식을 관통하는 맛은 '우마미'라는 감칠맛이예요. 그것을 적절하게 보완해주는 게 '하이볼'이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의외로 스끼야끼 같은 국물요리나, 면 등에도 하이볼이 굉장히 잘 어울린답니다. 

전영호 매니저 : 저희는 하이볼에 안주로 치즈케이크를 내기도 해요.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조합이죠.


Q. 보통 하이볼은 어느정도 정해진 레시피가 있잖아요. 버번위스키가 필요하고, 탄산수, 그리고 레몬이 있어야 하는데. 하이볼가든에서 생각하는 하이볼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전영호 매니저 : 처음에는 하이볼은 이런 레시피로 만들어야만 하이볼이다! 라고 한 때가 있었죠.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고 봐요. 하이볼이 가장 유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탄산수가 아니라 '차'를 넣어서 우롱하이를 만들기도 하고, 추하이나 이런 것도 하이볼이거든요. 더 다양한 재료와 술을 섞으면서 하이볼을 만드는 것이 요즘의 추세라고 볼 수 있죠. 


Q. 그렇죠. 사실 하이볼이 그런 '장르'의 이름이지 상세한 레시피가 있는 칵테일은 아니니까요.

전영호 매니저 : 하이볼에는 뭐든 섞어도 좋은 것 같아요. 저희도 차도 사용하고, 주스를 쓸 때도 있고, 때로는 바나나맛 우유를 쓸 수도 있는 거죠. 하이볼가든의 메뉴는 아니지만 최근 '솔의눈'으로 만든 하이볼도 마셔봤는데 좋더라고요. 


Q. 말씀해주신 솔의눈 하이볼이 편의점에 사서 마실 수 있는 RTD 제품으로 나왔답니다. 이걸 비롯해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다양한 하이볼 제품이 나왔어요.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시나요?

전영호 매니저 : 일본은 굉장히 오랫동안 하이볼 열풍이 있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RTD 제품으로 나왔죠. 한국도 아직은 과도기지만 정말 좋은 RTD 제품이 나올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또 너무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주정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게해야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제품들이 생기는 거거든요.


하이볼이 오랫동안 사랑받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시도를 하는 시그니처가 나와야 한다는 하이볼 가든. 그들이 생각하는 특별한 하이볼 시그니처가 궁금해졌다. 



하이볼의 경계를 허무는

하이볼가든 시그니처


하이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친 매니저는 시그니처 하이볼을 만들 때 재료와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했다며 재료들을 바에 펼쳐놓았다. 각각의 하이볼마다 다른 술을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맛있게 그리고 기대한만큼 선명하게 난다는 것도 나름의 재미있는 특징이었다. 


Q. 하이볼가든에서 이런 걸로도 '하이볼'을 만들 수 있다! 싶은 메뉴가 있으실까요?

전영호 매니저 : 가장 추천하는 시그니처 하이볼은 저희가 제일 좋아하는 하이볼이자 저도 처음에 충격을 받은 하이볼이예요. 김소봉 셰프님이 만든 메뉴인데요. 음식과 음료의 경계를 무너뜨려볼까? 하면서 위스키에 와사비를 타셨어요(웃음). '와사비 하이볼'은 생 와사비 페이스트를 라이위스키에 풀었고요. 진저에일을 더했어요. 


Q. 와 위스키에 와사비를 풀어버리다니. 약간 셰프님이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재미있네요. 

전영호 매니저 : 그리고 여기 위에 '고추'를 올려드리죠(Q. 와 너무 재미있네요). 원래는 청양고추를 넣었는데 요즘은 오이고추로 바꿔서 넣고 있답니다. 


Q. 호불호가 갈릴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엄청 맛있습니다. 와사비의 알싸한 맛이랑 위스키, 진저에일의 달콤한 맛들이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끝이 깔끔하기도 하고요. 진짜 꼭 시켜봐야할 메뉴 같아요. 벌써 다음 하이볼이 기대가 되는데 어떤 메뉴인가요?

전영호 매니저 : 그 다음에 소개하고 싶은 것은 '우롱하이볼'인데요. 일본에서는 정말 대중적인 하이볼 중 하나예요. 원래는 우롱티를 차갑게 칠링한 상태에서 쇼추(일본의 증류주)와 함께 마시는 형태인데요. 저희는 위스키와 함께 해서 드리고 있어요.


Q. 하이볼에서 차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나네요. 

전영호 매니저 : 차가운 우롱차에 위스키를 함께하면 차가 가진 부드러움과 풍부함, 그리고 위스키의 바디감이 굉장히 잘 어울리거든요. 그 위에 말린 사과를 곁들여서 더 향긋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Q. 굉장히 품격있게 마시고 싶은 느낌의 하이볼이었는데요. 와사비하이볼과 우롱하이볼 만큼 좋은 하이볼이 있을까요?

전영호 매니저 : 마지막 하이볼은 조금 대중적인, 그러니까 20대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하이볼이예요. '피스코 하이볼'인데요. 피스코는 포도를 증류한 남미 페루의 술이거든요. 이거를 기주로 하고, 거기에 맞춰서 샤인머스캣을 머들링해서 즙을 만들어서 탄산수와 섞은 하이볼이예요. 생과일의 맛이 잘 느껴지죠.


Q. 저도 마시는 순간 ‘이건 진짜 안 좋아할 사람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술이 어려운 여성분들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맛있는 하이볼이 있네요.

전영호 매니저 : 그래서 저희가 그 소개팅 2차 맛집입니다. 자주들 오시고, 또 제가 또 오신 손님도 모른척도 하고.

지나가던 동료 바텐더 : 진짜 잘 모르세요. 심지어 유명한 연예인 분들이 바에 앉아서 하이볼 마셨는데도 모르시더라고요.


동료 바텐더님의 증언이 이어졌다. 스쳐지나간 연예인들의 이름에 놀랄 정도였다. 위스키와 하이볼을 좋아하는 손님들의 얼굴은 잘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유명한 연예인들이 와도 못알아봐서 난감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게 하이볼가든의 매력인 것 같았다. 유명한 사람들도 보통 사람들도 이곳에서는 하이볼을 편안하게 즐기는 사람이 된다. 그것이 하이볼의 매력이 아닐까?



맛있는 음료와 이야기를

줄 수 있는 가든을 꿈꾸며


하이볼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기부터, 모두가 하이볼을 마시는 시대까지. 그렇게 10년을 한 자리에서 하이볼의 매력을 알려왔다. 하지만 ‘하이볼가든’은 좋은 음료와 서비스는 당연한 것일 뿐, 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한 것은 공간이 주는 힘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직원들보다 가게를 사랑하는 손님들, 또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까지 가득했다. 


전영호 매니저 : 저는 아마 10년 뒤에도 하이볼 가든에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곳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이 동네에 있었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 가족들도 있고요. 또 이렇게 아버지, 어머님, 따님, 사위(웃음) 다 와도 전혀 부담없는 바가 없어요. 이런 공간을 지켜나가고 싶은 게 저의 마음입니다.


하이볼가든은 하이볼을 통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공간이었다. 10년 뒤에 이곳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따뜻한 이야기와 맛있는 하이볼이 이곳, 하이볼가든에 있다. 



※ 해당 원고는 '음료학교(https://blog.naver.com/beverageschool)'에 연재한 마시즘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음료학교는 마시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롯데칠성음료와 마시즘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원고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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