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신상털이_펩시 일렉트릭 블루
인파가 가득한 거리를 홀로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새로 나온 음료뿐이다. 그런데 오늘은 콜라라고? 약간은 다를 수 있어도 콜라가 다 똑같지... 생김새도 비슷한잖ㅇ...
"그런데 파란 콜라인데요?"
"이건 못 참지."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신상털이. 마시즘이다.
먼저 이름을 살펴보자 '펩시 일렉트릭 블루'다. 출신은 유럽이다. 125주년을 맞아 새롭게 바뀐 펩시 로고가 네온사인처럼 들어가 있다. 디자인만은 그 어떤 펩시보다 멋지게 생겼다. 심지어 제로 슈거다. 완벽하지 않은가.
기존의 콜라들이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콜라의 색깔이 짙은 파란색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블루는 펩시의 퍼스널컬러가 아니었던가. 이참에 음료의 색깔까지 파란색으로 바꿔서 새롭고 시원한 느낌으로 가보자고!
...라는 생각을 이번에만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다. 펩시에 블루는 약간 금기시되었던 조합이거든.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펩시 블루 사건'
파란색 펩시가 처음 나온 것은 2002년이었다. 미국 한정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출시를 해서 국내에서도 출시된 적이 있다. 파란색의 펩시라니!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새로운 콜라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맛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조금 더 달콤해진 펩시라고 할까? 다만 문제는 우리 뇌에서는 파란색은 콜라라고... 아니 맛있는 거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펩시 블루는 여러 놀림을 받았다. 식욕이 떨어진다, 자동차 워셔액 같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펩시 블루로 밥을 지어 파란 밥을 만들고, 우동을 만드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대중들의 반응 역시 좋지 못해서 단종이 되고 역사 속에 사라지는 줄 알았으나
사실 펩시 블루는 죽지 않고 때때로 돌아왔다. 펩시 블루 하와이맛(파인애플 맛이 살짝 남), 미국에서는 (흑)역사를 기념하여 다시 한번 출시되기도 했다. 펩시 블루가 혹평만 들었던 것은 아닌 게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사랑받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펩시 블루가 돌아온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가 아닐까? 심지어 일렉트릭이라는 이름까지 붙였으니 뭔가 대단한 맛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파란색이 아무리 짙어져도 워ㅅ... 아니 파워에이드 같은 색깔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향을 맡아보니 기존의 콜라와는 다르다. 오히려 마운틴듀 같은 음료에서 느껴지는 귤향이 난다고 할까?
펩시 일렉트릭 블루를 마셔보았다. 일단 우리가 아는 콜라의 맛, 펩시의 맛은 아니다. 향처럼 새콤하면서 달콤한 귤맛이 감도는 탄산음료다. 새콤함이 좀 더 강조되다 보니 산뜻해서 콜라가 아니라 소다를 마시는듯한 기분도 든다.
맛이 나쁘지는 않은데 너무 콜라 같지는 않은 뭐랄까 "펩시 블루가 전기에 감전된 거 아냐? 괜찮아?" 싶은 맛이 난다. 펩시 보다는 블루 마운틴듀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런 시도 자체가 펩시스러운 멋이지.
펩시가 가진 숙제는 기존의 공식대로 가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가기만 해서는 최대가 2등이 될 수밖에 없다. 공격적으로 광고를 하고, 로고를 바꾸고,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콜라의 색깔과 정의마저도 뒤바꿔본다. 새로운 시대에 표준은 펩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펩시 일렉트릭 블루처럼 정말 멋진 디자인, 파격적인 시도에도 미국이 아닌 유럽에만 남아있는 것은 대중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는 펩시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직 한 번의 승리를 위해 공격적인 시도를 해보는 것. 펩시가 앞으로도 낼 새로운 제품들을 기대하게 하는 맛이다.
물론 다음에 또 블루는 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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