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쿠우'를 잊지 못하는 이유
내려줘, 나는 미래라는
업데이트보다 과거가 좋아
아직 기억한다. 2001년도 월드컵에서 그렇게 대단한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을 못 한 시기. 윈도우 XP, 플래시 게임을 하려고 부모님을 눈치를 볼 때 들리는 멜로디. 바로 이 음료의 광고였다.
"맛있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누구든 맛을 보면 이렇게"
쿠우(Qoo). 하찮지만 귀여운 캐릭터와 귀여운 일상, 무엇보다 마성의 멜로디는 친구들 사이에서 흥얼거리는 인기 음악이었다. 맛은 어땠냐고? 사실 탄산 없는 환타 같았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마시고 쿠우를 외칠 수 있잖아.
우리는 이것이 영원할 줄 알았다.
시간은 다음장으로. 문방구 과자와 슬러시 먹기 바빴던 친구들은 이제 입시를 위한 학원을 간다. 입시 후에는 취업, 취업 후에는 결혼과 집 여러 고민들이 우리의 입맛을 쓰게 만든다. 가끔 추억의 음료, 추억의 광고에서 쿠우를 보긴 했지만 이제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데 20년 만에 쿠우가 한국에 돌아왔다.
2023년 쿠우가 한국에 재출시되었다. 익숙한 멜로디의 광고음악이 나온다. 초등학교 친구의 얼굴과 이름도, 밤새 보던 만화책의 제목도 까먹었는데 쿠우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다. 그런데.
묘하게 너(쿠우)가 아닌 것 같지?
영상의 댓글에도 의견은 두 갈래다. 반갑다는 이야기와 함께 너무 선명한 화질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내 기억 속 쿠우는 흐린 화질에 꼬질꼬질한 감성이라고. 우리 마음은 2020년대의 기술로 돌아온 쿠우가 아니라, 2001년 그때의 쿠우를 원한다. 아쉬운 마음에 유튜브에서 옛날 쿠우 영상을 찾는다.
추억의 영상들은 줄기를 타고 모인다.
무려 20년 전의 콘텐츠에도 '아직도 이걸 보고 있다'는 사람들의 댓글이 달린다. 충격, 속보, 단독, AI 시대, 부자가 되고 싶은가? 상처가 선명하게 보이는 4K의 최신 영상보다 저화질의 영상에서 위안과 즐거움을 찾다니. 적어도 인류는 정신의 타임머신을 발명한 게 분명하다.
그러나 모두가 안다. 이제 우리는 타임슬립물의 결말처럼 과거에게 안녕을 외칠 때라는 것을. 새로운 것들이 있어야 추억이 더 아름답게 쌓일 테니까. 미래에서 만나면 더 반가워해 줘야지. 2001년에서 2026년으로 돌아갈 시간. 마지막 딱 한 모금의 광고를 다시 본다. 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