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May 26. 2017

싸인을 보내  오란-씨그널 보내♬

SNS에서 난리 난 오란씨 깔라만시 마셔보았습니다

"Trying to let you know~ Sign을 보내 Signal 보내"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지는 트와이스의 신곡을 들으며 독서실로 향한다. 노래가 좋아서 독서실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지난주부터 트와이스 다연을 닮은 여학생이 독서실에 들어와서 더 좋게 들리나. 빨리 독서실에 가고 싶다.

하지만 뭐하나. 눈짓도 손짓도 어떤 표정도 소용이 없다. 하나도 안 통해서 음료수를 샀다. 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쪽지와 음료수를 두고 왔다. 5분을 못 참고 두리번두리번 거렸는데, 음료수만 투명인간처럼 사라져 버렸다. 나의 오란-씨그널은 왜 답장을 못 받았을까.


"기다리잖아 다 보이잖아 왜 알지 못하니"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 내가 건넨 건 지극히 평범한 오렌지맛 오란씨였다는 것을. 나의 호감을 표현하려면 오란씨 3종 세트를 모두 줬어야 했는데, 적어도 새로 나온 오란씨 깔라만시 정도를 두고 왔어야 했다. 오란씨 깔라만시를 사서 유행에 민감한 나의 멋짐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다. 오란씨의 새로운 맛이 추가되었다. 바로 오란씨 깔라만시. 무려 8년 만의 라인업 변화다. 그동안 오란씨는 오렌지와 파인애플 2인 듀오만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오란씨 깔라만시의 합류로 3인조 상큼 그룹이 되었다.


오란씨의 컴백에 발맞춰 전국의 편의점에서는 1+1의 이벤트를 하고 있다. 한 캔에 500원, 마음만 먹으면 분신술을 하듯 대량 구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발 빠른 신맛 성애자들 때문에 편의점에서 오란씨 깔라만시를 찾기는 쉽지 않다.


"깔라만씨, 마실 때마다 마음을 담아 찌릿 찌릿 찌릿 찌릿"

깔라만시는 생소한 과일이다. 마치 덜 익은 초록색 풋귤처럼 생겼다. 오란씨 깔라만시는 시큼한 것으로 유명해서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수처럼 여겨진다. 물론 왜 물에 희석해야 할 음료수를 왜 그냥 내놓았냐는 의견도 많다. 논란거리가 많은 음료는 매력적이니 마셔봐야지.


첫맛에 우와. 혀끝이 찌릿한 신맛에 놀라서 졸음이 사라졌다. 깔라만시에는 몸의 해독을 돕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하던데 이건 아마 몸의 피로들이 깔라만시의 신맛에 놀라 도망가는 게 아닐까. 탄산보다 타격감이 있는 시큼함 속에는 레몬의 30배(1일 권장량 250%)의 비타민C가 들어있다. 오란씨 무슨 짓을 한 거지.


보통 시트러스(감귤류) 맛이 나는 음료수는 신맛과 함께 단맛을 넣어 새콤달콤함을 살려주는데, 오란씨 깔라만시는 무조건 신맛만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주춤했지만 나름 중독이 되니까 다른 과일 음료수는 생수처럼 느껴진다.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지.


"언제부턴가 난 네가 좋아지기 시작했어 바보야"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매일 아침 독서실을 향하던 나의 발걸음은 이제 편의점으로 향한다. 오늘도 오란씨 깔라만시를 산다. 잠시나마 너를 다른 사람의 책상에 놓을 생각을 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오란씨 깔라만시를 마신다. 오란씨 깔라만시가 입안에 전달하는 시그널을 느낀다. 이제 우리 사이는 아무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밥 안 먹으면, 나처럼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