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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21. 2018

너는 이미 미래에 와있다, 음료계의 로봇 8대장

#인간 VS 로봇의 음료대결이 시작된다

마시즘, 그는 인간을 져버리고, 기계의 품에 안긴 첫 번째 인간이다.


그렇다. 때는 2016년.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경기가 있던 봄 날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든 인간이 텔레비전 모니터에 집중하던 때. 누군가 말했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역시 이세돌이겠지?" 인간들은 모두 이세돌의 승리를 확신하며 인류애를 확인했다. 마시즘. 그만은 예외였다. 그는 "알파고가 이기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사람들 비위 좀 맞춰준 거지. 아니나 다를까. 인간들은 "하하 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며 꺄르르 웃었다.

경기가 끝났다. 웃음은 온데간데없었다. 다음 경기도, 그다음 경기도.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영역을 개척할수록 회사에서 마시즘의 입지도 좁아졌다. 이세돌이 멋진 반격을 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기계의 앞잡이로 사라질 뻔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 이후 세상은 변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이미 세상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은 음료 역시 마찬가지다. 마시즘(a.k.a. 기계의 앞잡이)은 각계 음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로봇들을 소개한다.



로봇 바리스타의 모닝커피

낮과 밤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 그것은 커피다. 많은 사람들의 수요만큼 카페의 수도 많아졌지만, 가끔 긴 줄을 기다려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헨리 휴(Henry Hu) 역시 그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커피는 품질이 영 떨어졌다.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로봇이 만들면 어떨까?"

바리스타 로봇 '카페X(Cafe X)'는 그렇게 태어났다.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하면 메뉴부터 원두까지 맞추어 커피를 제조해준다. 무려 한 시간에 120잔을 만들 수 있다. 커피를 받아가면 손까지 흔드는 여유를 보여준다. 그 시간에 커피를 만들면 130잔도 가능할 텐데 말이다. 아직 한국의 자판기를 따라가려면 멀었다. 분발해라 카페X.



로봇 소믈리에 신의 물방울

커피 보다 와인업계에 로봇과 인공지능의 바람이 강하다. 특히 수년간 기계는 소믈리에 급의 미각을 장착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와인에 있는 '탄닌(쉽게 말해 떫은맛)'을 측정하는 것인데. 쉽게 피로해지는 인간의 미각을 대신해 기계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영국 캠브리지 컨설턴트에서는 '빈퓨전(Vinfusion)'이라는 소믈리에 로봇을 만들었다. 이것은 고객이 취향을 입력하면 최적의 와인을 블렌딩 해주는 것이다. 당도부터 바디감까지 자유롭게 섞는 것이 특징. 심지어 마신 이의 표정을 사진 찍어 만족도를 체크한다고 한다.

문제는 취향을 아는 사람은 빈퓨전에 물어볼 일이 없다. 취향을 모르는 사람의 경우는 설명이 없으면 와인반응을 이끌기 쉽지 않다. 미각이 아무리 잘난들 입담을 장착하지 않는 한 로봇이 스토리텔러인 소믈리에를 이기기는 힘들다. 어서 가갸거겨 먼저 배우도록 하자.



알파고가 만든 수제 맥주

와인도 만들었는데(물론 섞은 거지만) 맥주도 못 만들라는 법은 없다. 일본 맥주회사 기린(KIRIN)은 이미 인공지능으로 맥주의 맛과 향, 도수를 조절하고 있다. 20년간 쌓은 양조 데이터 덕분이라는데. 이걸 사람이 배우려면 최고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기린보다 영국이 빨랐다. 영국의 스타트업 인텔리전트X에서는 최초로 인공지능이 만드는 맥주를 선보였다. 이 녀석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사람들의 맥주 취향을 배웠다. 그리고 11차례 스스로 맥주를 만들면서 양조기술을 익혔다. 이를 '자동 양조 지능'이라고 한다.

그렇게 인공지능판 수제맥주가 출시되었다. 골든AI, 엠버AI, 페일AI, 블랙AI는 병당 6,800원 정도에 팔렸는데 1주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인텔리전트X는 다음에는 더욱 맛있는 맥주로 돌아오겠다며 조만간 맥주대회에도 출품할 뜻을 밝혔다. 문제는 이후로 소식이 없다. 맛이 특별한 것은 아니기 때문.



로봇아 거품 안 넘치게 따라줘

차라리 맥주라면 이쪽이 유명하다. 독일에서 만들어졌지만 동방의 대한민국 '치맥페스티벌'에도 초청될 정도로 바쁜 녀석이다. 바로 쿠카로보터의 '엘비알 이바(LBR iiwa)'다. 세계 최초의 감응형 로봇으로 흔들림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해내고야 만다.

사실 이 녀석은 산업용 로봇이다(쿠카로보터는 세계 1위의 산업용 로봇회사). 하지만 기계를 조립하는 것 외에도 성능의 우수함을 어필해야 했다. 그래서 공장에서 기계를 조립하던 로봇팔로 맥주를 따라주기 시작했다. 본격 친화력 갑. 회사생활에서 맥주 한 잔 잘 따르면 충분하지 뭐.



나의 단골 바텐더는 로봇이지 아마

커피, 와인, 맥주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로봇이 필요한 곳은 바로 칵테일 바가 아닌가 싶다. 레시피만 해도 아득하게 많고 바텐더의 능숙함이 많이 필요하다.

현재는 바텐더 로봇이 많이 생겼다. 한국 로보케어의 '아로(A-Ro)'는 업계의 단군할아버지 같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초기에 카보라고 불렸는데 '아이스카빙을 하는 로봇'이라는 뜻에서였다. 아이스카빙은 칵테일 잔에 올려주는 동그란 얼음을 깎는 일인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걸 손 시릴 일 없는 아로가 한다.

이 녀석은 얼음을 깎아주면서 위스키에 대한 지식을 뽐내기로 유명하다. 이것이 '설명충'처럼 느껴지면 침묵 버전으로 진중함을 뽐낸다고도 한다. 아직은 수습이라 자기 말만 하지만... 조만간 업데이트를 기다리라는 제작회사의 설명.



페이스북만 봐도 음료를 만들어준다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도 신기하기만 할 뿐, 그 이상 특별함까지 가지 않은 것은 '인간스러운 레시피'에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소셜샷(Social Shot)'은 오직 로봇만이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을 제공해준다. 자신의 페이스북 아이디를 알려주면, 성격을 분석해서 칵테일을 만드는 것이다.

칵테일의 재료는 5가지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라고 적혀있는데. 각각의 재료 색은 섞이지 않고 구분되어 나오기 때문에 심리테스트로 사용할 수도 있다. 만약 나 같이 남들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사약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무섭다.



그 어려운 다도를 로봇이 해냅니다

세상에서 가장 마시기 어려운 음료. 그것은 녹차다. 우리에게는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녹차 티백이 있지만, 사실 모든 예의에 맞춰 차를 마시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물은 어떻게 부어야 하며, 녹차는 얼마만큼, 또 어느 정도 저어서 거품을 내야 하는지... 이를 마스터하는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특히 일본은 녹차를 예의로 대하는 국가다. 녹차계의 청학동 같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녹차를 타는 로봇을 만들 때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바로 다도를 지켜서 녹차를 타는 것. 일본의 아노 랩이라는 회사는 녹차를 만드는 로봇 '151A'은 이를 완벽하게 지킨다. 마시지도 못할 것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타는 모습을 보면 로봇으로 사는 것도 참 힘든 일이구나 싶다.



너희는 술 만드니? 나는 술 마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료로봇. 그것은 '드링키(Drinky)'다. 세계 최초 술 마시는 로봇이다. 그 누구도 로봇으로 술을 만들 생각만 했지, 마실 생각은 못했다. 제작자인 박은찬씨도 여자친구 없는 크리스마스에 혼자 소주를 마시다가 만들었다고 하니. 알고 보면 슬픈 녀석이다.

드링키는 자신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주면 건배를 한다. 그리고 원샷(위험한 녀석이다)을 하고. 빨개진 볼로 머리를 흔든다(즐기는 음주꾼 위험하다). 그런데 취하지도 않는다. 유튜브에 올라온 드링키의 음주 영상에 한국은 물론 일본과 영국 언론도 주목했다. 요즘에는 각종 로봇행사에서 다른 로봇 술 만들 때 혼자 술 마시는 중.



로봇은 인간의 자리를 빼앗을까?


흘러가는 시간과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음료에서 맡는 영역은 점차 커질 것이다. 2017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는 칵테일 로봇 2대가 술을 만들기 시작하자 그 지역 호텔 노조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반면에 일손이 부족한 일본은 음료 로봇을 적극 추진 중이다.

로봇이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바텐더를 대체하게 될까? 아직은 이르다. 기본적으로 음료를 주문하고 마시는 것은 맛 자체보다 경험이 주는 효과가 크다. 음료를 주문할 때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재미가 없는 한 로봇의 영역은 단순작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보조자이자 동료로 인간과 함께 음료를 만든다고 생각을 해야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물론 이 정도 글이야. 각종 인공지능 로봇에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해주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안 돼! 그만 해! 코드... 코드가 어딨지!?


타이틀 이미지 : A Robot Walks Into a Bar / Alex River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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