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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ug 13. 2018

아빠를 위한 어린이 맥주

#나마아키 드링크(짱구맥주)

매형은 맥주가 마시고 싶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삶은 맥주 한 모금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까불지 말고 어서 자라'는 최면을 걸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아이들은 10시가 되기 전에 자고 그는 맥주 한 캔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치맥을 할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며 그가 먼저 잠에 빠진다.


결국 아침이다. 매형이 눈을 뜨며 느낀 것은 상쾌한 기분, 그리고 맥주를 못 마셨다는 분함이다. 그는 맥주가 마시고 싶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삶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의 반복 아니던가. 맥주를 멀리하고 원하지 않게 나날이 건강해지는 매형. 그는 내게 말했다."인생은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는 짱구 아빠 같지 않더라"



아빠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합법적 방법

(매형이 꿈꾸었던 아빠의 삶, 짱구는 못말려)

매형은 인정할 때가 되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맥주를 마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수능이 일주일 남았으니 하루에 한 과목씩 끝내볼까?'라는 다짐만큼 허무한 것임을. 나는 "차라리 아이를 돌보면서 맥주를 마시면 안 되나요?"라고 말했다. 말을 끝내기 무섭게 누나의 주걱이 표창처럼 날아왔지만.


덩달아 입담이 튼 조카도 말을 거든다. "술은 마시면 안 돼"



하지만 조카가 

맥주를 마시면 어떨까?

(랜덤으로 나오는 저 컵이 매력입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우리 아빠는 낚시가 가고 싶어서, 어릴 때부터 나에게 낚시를 가르쳤다. 그렇듯 매형이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먼저 조카가 맥주를 마셔야 한다. 이게 무슨 잡혀갈 소리냐고? 아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어린이 맥주, '나마이키 드링크(Namaiki Drink)'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나마이키 드링크에는 어린이용 맥주컵(어른에게는 양치컵 정도)과 가루 봉지가 함께 들어있다. 어린이 맥주를 양조하는 법도 세상 간단하다. 물을 100ml 부은 후 가루를 넣은 뒤에 얼음 두 조각을 띄워주면 끝. 맥주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와서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박수를 쳤다. 진짜 신기해.



마셔 보아라 

어린이 인생 최초의 맥주 맛

(맥주와 어린이맥주를 바꿔서 따르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자)

나마이키 드링크는 다행히도 생김새만 맥주와 똑같을 뿐이다. 당연히 알콜이 들어있지 않고 맥주 맛이 나지 않는다. 이 녀석은 종류에 따라 콜라맛이나 오렌지맛이 난다. 정확히 말하자면 콜라사탕과 환타맛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공책 대신에 샀다가 엄마한테 걸려 화끈한 등짝 맛으로 끝나던 과자 맛.


왜 이들은 이런 약간 불량한 맛을 낸 것일까? 바로 과음의 위험성 때문이다. 맥주도 어린이 맥주도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당히 마실 줄 아는 신사들이니까.


자! 어린이 맥주가 준비되었다. 하지만 혼술을 하기에 4살은 너무 어리다. 함께 건배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바로 매형이다. 한 팩에 3,500원(인터넷 가격) 정도 하는 어린이 맥주는 조금 비싸니까, 2,500원 하는 어른 맥주를 마시는 것이 좋겠지? 하하 이게 바로 건배의 맛이란다.



아빠와 엄마, 아이

모두를 위한 어린이 맥주


때마침 조카의 엄마. 즉 그러니까 나의 누나가 나타났다. 조카는 컵에서 넘치는 맥주 거품을 핥았다. 거품이 넘칠 때 입부터 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란 것이 확인된 순간이다. 누나는 말했다.  "그거 술 아니니?" 그러자 조카는 "이건 어린이 맥주야"라고 답변한다. 누나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도 빵 터진다. 매형과 나는 그 사이 함께 건배를 했다. 성공이야. 


현대인에게 맥주의 다른 이름은 여유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가 주는 위로는 대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맥주 한 모금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엄마, 아빠의 수만큼 많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마시는 맥주의 등장은 반갑다. 바쁘게 살아온 서로를 위한 한 잔, 함께 마셔서 더욱 즐거운 한 잔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맥주의 또 다른 이름이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카는 맥린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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