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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Nov 08. 2018

예술을 입은 음료 6

#이건 마시는 게 아니라 감상용이야

나에게 편의점은 루브르다


믿을 수 없겠지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한 손에 끼고 미학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과 화풍의 연대기를 듣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고 할까? 물론 예술은 나와 가까이할 생각은 없었다는 게 함정. 


예술에 대한 나만의 외사랑은 미학을 이어 들었던 '미술전시사'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살롱부터 박물관까지 여러 전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업에서 '편의점은 루브르다'라는 말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미술학도도 아닌 학부생의 어그로에 갑분싸한 상황. 


하지만 내게 편의점 아니 음료는 도서관이자 박물관, 미술관이 맞는걸? 



편의점의 루브르

덴마크 밀크

그렇다. 당장 편의점에 달려가 보자. 유제품 코너에 가면 세계적인 명화들을 만날 수 있다. 액자에 걸리지 않은 대신 우유갑에 그려졌을 뿐이다. 


그냥 인쇄된 작품을 누가 보겠냐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덴마크 밀크'가 2007년 처음으로 모딜리아니의 '노란 스웨터를 입은 잔느'와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을 우유 패키지에 차용한 해에 매출이 750%가 늘었다. 원작의 아우라 정도는 아니더라도 예술의 후광을 탄 것이다. 


덴마크 밀크는 잠깐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루벤스, 르느와르, 다빈치, 고흐, 밀레, 고야 등 우유에 꾸준히 명화를 걸어왔다. 조금만 더 열심히 많이 낸다면 루브르 못지않은 컬렉션을 집에 차릴 수 있을 것이다. 



아트와 맥주의 콜라보

피츠 X 케니 샤프

덴마크 밀크가 뿌려놓은 작은 씨앗은 발전하여 음료와 작가가 직접 콜라보를 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것을 '아트콜라보'라고 한다. 최근 가장 눈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팝아트 작가 '케니 샤프'가 패키지 디자인을 한 '피츠(Fitz)'였다. 


이것은 단순히 패키지에 작품을 넣은 것을 넘어서 '피츠 비어가든'을 만들어 케니 샤프의 작품을 보며 피츠도 마실 수 있게 하였다고. 비록 인싸가 아닌 나는 가지 못하였지만. 케니 샤프 스페셜 패키지는 부럽다.



젊은 예술가의 등용문으로

활명수

가끔 음료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름을 알리는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매년 한정판 패키지를 내는 활명수가 좋은 사례다. 활명수는 여러 아티스트나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를 하여 한정판 활명수를 내놓는다. 그중에 가장 멋졌던 것은 2014년에 나온 117주년 한정판 패키지.


117주년 패키지에는 미디어아트 작가인 이용백 작가의 'Plastic Fish'와 이동기 작가의 '아토마우스(설마 했던 그 아톰과 미키마우스가 맞다 당당한 풍자)'가 들어갔다. 국내 최고령 브랜드와 젊은 작가들의 콜라보는 예술, 특히 한국 예술에 대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물론 올해의 파트너는 '게스'라 활명수가 청바지를 입고 있다고.



이 모든 아트의 시작

앱솔루트

 음료와 예술가의 콜라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대표적으로 보드카 '앱솔루트(Absolut)'를 들 수 있다. 1879년 올슨 스미스가 만든 보드카인 앱솔루트는 스웨덴 내에서 '보드카의 제왕'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러시아들의 보드카에 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앤디 워홀(Andy Warhol)'이었다. 그가 그린 앱솔루트 작품은 광고와 예술의 벽을 허물어 버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후로 앱솔루트는 아티스트들의 캔버스가 되었다. 키스 헤링, 장 폴 고티에, 백남준 등 많은 작가들이 엡솔루트 광고에 참여하였다. 


많은 예술가들은 앱솔루트의 광고에 참여하길 원한다. 이제는 돈과 명예가 아닌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고 한다. 앱솔루트가 예술가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드카를 만들 테니, 너희는 그림을 그려라! 한석봉 어머니 스타일 콜라보라고 볼 수 있다.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다

코카콜라

주류에 앱솔루트가 있다면 청량음료에는 '코카콜라(Coca-Cola)'가 있다. 코카콜라 역시 다양한 예술가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제 코카콜라 자체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품이 되었다. 그렇다. 그들이 그토록 말하던 예술의 아우라. 그것이 코카콜라병에 담겨있는 것이다.


2015년 코카콜라는 코카콜라병 탄생 100주년 생일 기념으로 #Mashup Coke라는 이벤트를 했다. 코카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 하얀색, 검은색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Mashup Coke에는 15개국의 3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를 하여 전시회도 열었다. 작품들이 보고 싶다면 이곳(클릭)을 참고하라.



공간이 예술이 될 때

스타벅스

(호놀롤루와 볼티모어에 있는 스타벅스, 스타벅스 뉴스룸) 

우유도 나왔고, 맥주도 나왔고, 보드카와 콜라도 나왔는데 커피가 빠질 수 없다. 다만 커피의 경우는 제품을 벗어나 공간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 중 하나가 '스타벅스(Starbusks)'다. 이런 공간에서 마시면 믹스커피도 맛있겠다.


해외에 있는 유명 스타벅스에는 예술가들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곳들이 많다. 단순히 유명 예술품을 놓은 것이 아닌 예술가들이 직접 공간에 참여해 대형 벽화를 그리는 것이다. 과거 미켈란젤로가 성당에 벽화를 그렸다면 요즘의 미켈란젤로들은 스타벅스에 대형 벽화를 그리고 있다.



음료가 예술을 만날 때


음료와 예술이 성공적인 콜라보를 하는 데는 전제조건이 있다. '맛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료는 음료대로 최선의 맛을 내고, 예술은 그 위에 어울리는 멋진 옷을 입혀준다. 


음료와 예술의 만남은 단순히 유명 작품의 후광을 얻으려는 것을 떠나서 캔버스의 역할을, 미술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가장 흔하게 만나는 음료의 손을 잡는다. 이제 남은 것은 예술과 음료의 만남의 가치를 알아보고 즐거워하는 눈이 아닐까? 루브르가 별건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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