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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Dec 20. 2018

마운틴 듀는
어떻게 서브컬처를 훔쳤을까?

#진정한 게이머라면 '마운틴 듀'를 마셔야 한다

진정한 게이머라면 언제나
키보드 옆에 도리토스와 마운틴 듀를 챙겨야 한다


게임(GAME). 그것은 현대인의 심신수련 방법이다. 호랑이와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어왔다면, 현대의 게임 덕후들은 책상에서 도리토스와 마운틴 듀만 먹고 있다. 자칫 마운틴 듀와 색깔이 헷갈려 베지밀이나 칠성사이다를 마셨다가는 그날 게임은 망쳤다고 보면 된다.


게임과 마운틴 듀의 끈끈한 관계는 (아마도) 동서양을 넘나드는 하나의 공식이다. 형광 녹색의 탄산음료 마운틴 듀. 인간은 언제부터 게임을 할 때 마운틴 듀를 찾게 된 것일까? 



마운틴 듀는

원래 술 이름이다

마운틴 듀, 그것은 194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역사가 깊은 탄산음료다. 출신은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이다. 바니 하트먼(Barney Hartman)과 엘리 하트먼(Allie Hartman)의 손에서 탄생했다. 


마운틴 듀는 위스키와 섞어서 마시는 음료였다. 마운틴 듀라는 이름 자체가 '밀주'를 뜻하는 속어였다. '마운틴 듀(Mountain Dew, 산 이슬)'는 불법 알콜 양조장이 이른 아침 산의 이슬처럼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엘리 하트먼은 손님과 이 탄산음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마운틴 듀'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마운틴 듀의 진화과정) 

마운틴 듀의 초기버전은 현재와 달랐다. 오히려 7-UP(스프라이트와 쌍벽을 이루는 사이다) 같은 맛이었다. 동네 술집에서 사용되던 마운틴 듀는 상업적 판매를 해보기도 하고, 코카콜라에 제안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싸늘한 반응만 가지고 고향에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1957년 마운틴 듀가 팁 코퍼레이션(Tip corp)에 인수되고 상황이 변했다. 팁 코퍼레이션의 사장 빌 존스(Bill Jones)와 공장장 빌 브릿지포스(Bill Bridgforth)는 레몬과 라임, 오렌지의 세 가지 맛과 향의 콤비네이션 공식을 만든다. 그렇게 우리가 아는 상큼하고 오묘한 맛의 마운틴 듀가 출시된다. 


지역의 명물에서 멈출 뻔했던 마운틴 듀는 전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리고 1964년 펩시는 마운틴 듀를 만드는 팁 코퍼레이션을 인수한다. 대기업 취업성공.



Do the Dew

서브컬처의 음료가 되다

펩시에 인수되고 마운틴 듀가 가진 슬로건은 'Ya-hoo, Mountain Dew!'였다. 듣기만 해도 메아리가 들리는 것 같은 문구다. 마운틴 듀가 가진 문제. 그것은 촌스러움이었다. 이대로 매장에 놔둔다면 다른 탄산음료들에 밀려 고향에 돌아갈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1980년대 말부터 펩시는 마운틴 듀와 스포츠의 관계를 생각했다. 그리고 마운틴 듀를 매장이 아닌 거리에 데리고 나왔다. 스케이트, 롤러 브레이드, BMX 자전거까지 액션 스포츠 선수들에게 마운틴 듀를 건네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운틴 듀는 젊은 이미지를 얻었다.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듀 투어)

마운틴 듀는 텔레비전, 라디오 광고, 대중 스포츠 정도에 의존하던 음료 광고들의 형식을 벗어났다. 대신 화면 밖에 있는 길거리와 운동장, 스키장에서 선수들과 꾸준히 교감을 쌓고, '듀 투어(Dew Tour)'같은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


마운틴 듀는 스포츠를 넘어 10대 서브컬처를 자체를 노린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그린라벨(Green Label)'이라는 크루를 만든다. 마운틴 듀 알루미늄 병에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는 그린 라벨 아트부터, 음악채널인 그린 라벨 사운드, 액션, 게이밍, 플레이스, 스타일까지 젊은 세대의 취향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 


(그린라벨 아트의 마운틴 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겪으며 마운틴 듀는 젊은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다. 단순히 큰 행사들에 상표를 비추는 정도가 아닌 문화를 조직하고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리토스와 마운틴 듀가

게이머들의 필수요소가 된 이유는?

마운틴 듀가 1990년대부터 e스포츠 대회를 지원하긴 했지만 게이머들의 음료가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특히나 서양사람들에게 '마운틴 듀와 도리토스'는 게임 세계를 표현할 때 등장하는 필수요소로 되었다. 그것은 아래의 인터뷰 영상 때문이다. 


(누가보면 이걸 게임 인터뷰가 아니라 먹방이라고 생각하겠지?)

인터뷰 화면의 주인공은 캐나다의 게임 저널리스트이자 게임 어워드 진행자인 제프 킬리(Geoff Keighley)다. 그는 헤일로 4라는 게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인터뷰 중간에 자꾸 마운틴 듀와 도리토스를 홍보했다는 것이 문제였지.


마운틴 듀... 아니 헤일로 4 인터뷰 영상은 상업적으로 부패한 게임 저널리즘을 상징하게 되었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합성짤을 제작했다.

 

(PPL을 하려면 이정도는 해야지)

하지만 너도 나도 합성을 하다 보니 정이 들어버렸다는 것이 함정. 그 뒤로 네티즌들에게 도리토스와 마운틴 듀는 게임할 때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사실 이 정도 합성에 흔들릴 마운틴 듀가 아니다. 마운틴 듀는 2007년부터 게임 속 회복제를 연상시키게 하는 마운틴 듀 게임 퓨얼(Game fuel) 시리즈를 만들어왔다. 워 크래프트, 콜 오브 듀티 등의 명작의 출시에 마운틴 듀 게임 퓨얼이 함께했다.


제프 킬리 덕분에 마운틴 듀와 도리토스는 대동단결을 했다. 서로 배틀 랩을 하는 영상을 슈퍼볼 광고에 싣기도 했다. 2009년 도리토스는 '퀘스트'라는 미지의 맛을 출시했다. 후에 밝히기를 퀘스트의 정체는 마운틴 듀 맛 도리토스였다고 한다. 


(올해 슈퍼볼 광고의 주인공이었던 도리토스와 마운틴 듀의 랩배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2014년 마운틴 듀도 도리토스 맛 '듀이 토스'를 만들었다. 첫맛은 마운틴 듀였다가 끝에서 도리토스 맛이 났다는데. 시음행사만 돌고 실제로 출시가 되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 되었다.  네티즌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똘기를 가지고 있다.



마운틴 듀

매니악함으로 승부하다


때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보다, 소수 매니아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것이 더욱 어렵다. 이를 해낸 마운틴 듀는 70년 가까이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것은 마운틴 듀가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일들에 도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칵테일 재료로 시작해 젊은이들의 구슬땀, 가상현실 게임까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음료, 마운틴 듀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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