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Jun 20. 2019

맥주 종량세가 되면
술값이 어떻게 될까요?

#맥주 종량세를 둘러싼 국산맥주, 수입맥주, 수제맥주의 삼국지 

맥주 종량세... 참 좋은 거구나
근데 술값은 어떻게 되는 거야?


지난 몇 년 동안 맥주업계의 대화는 '기승전종량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주 종량세 전환은 수입맥주의 진격 속에 남은 한국 맥주의 마지막 희망 같은 것이었다. 물론 경제에 대해 1도 모르는 마시즘이 듣기에는 음주보다 어지러운 이야기였다. 6월 4일 정부의 '맥주 종량세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단 수제맥주 업계가 환호를 했다. 또한 국내 맥주 회사들도 환영을 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수입맥주들도 별 불만이 없다. 보통 이런 대전환(50년 만의 변경이라고 한다)이 일어나면 울상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그 호구가 내가 되는 것 아니야?


빠르면 내년부터 적용될 맥주 종량세가 뭐길래! 오늘은 맥주 종량세 전환이 우리 술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때가 되어야 알겠지만.



종가세, 종량세가 뭐길래 

이리도 혼란한 것인가


우리가 마시는 술의 가격은 '출고가격+세금(종가세+교육세+부가가치세)'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것은 들어봤지만 종가세(從價稅)는 낯설다. 종가세는 공장 출고 원가에 비례해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즉 비싸게 만들면 세금을 많이 내고, 싸게 만들면 세금을 적게 낸다. 


종가세의 비율은 술마다 다르다. 맥주의 경우는 출고가의 72%를 세금으로 매긴다(탁주는 5%, 약주와 과실주는 30%, 청주는 30%, 증류주는 72%). 나름 잘 짜여있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 틈을 수입맥주가 노렸다. 수입맥주는 출고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


그렇다. 국산맥주는 원가, 유통비,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및 마진 등까지 합해서 출고가가 나온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제작과정을 알 수 없어 '수입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72%를 적용했다. 그러다 보니 기존 국내 생산 캔맥주에 비해 세금을 덜 낼 수 있었다. '1만원에 4캔'이 가능한 것도 신고 가격을 낮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때문에 맥주 종량세를 도입한다. 맥주 종량세는 '출고가'가 아닌 '양'으로 세금 징수 방식을 바꾼다. 기재부에서는 최근 2년 동안의 평균세율을 적용해 맥주 1리터 당 830.39원이라는 세금 기준을 정했다. 국산맥주고, 수입맥주고, 수제맥주고 앞으로 맥주는 종류에 상관없이 동일한 세금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사정은 다르다.



국산맥주의 홈술화

캔은 싸지고, 생은 비싸지고

맥주 종량세의 전환으로 모든 국산맥주들이 세금을 덜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캔맥주'는 확실히 저렴해진다. 병이나 페트에 비해 제작단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국산맥주 제조업체 대형 3사 기준으로 지난해 캔맥주의 주세가 리터당 약 1,121원 정도다. 하지만 세금이 830원으로 내려갔다. 소비자 가격은 변함이 없겠지만 '할인의 여유'가 생겼다. 최대 200~300원 정도의 할인을 예측하기도 한다. 맛이나 제품을 바꾸기는 어려우니까 할인 공격으로 간다.


캔맥주를 즐기는 홈술족(집에서 술 마시는 사람)은 즐겁지만, 생맥주를 원하는 함술족(함께 술 마시는 사람)은 걱정이다. 맥주 종량세로 바뀌며 생맥주는 세금이 약 312원 정도 오르기 때문이다(생맥주를 담는 케그는 재사용으로 되었기에 종가세에서는 세금을 덜 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20%의 세율을 경감시켜서 맥주 가격을 잡을 예정. 근데 너무 잡아서 '리베이트'를 완전 뿌리 뽑기로 해서 음식점은 울상인 상황이다. 앞으로 주류업체는 모든 도매상에 같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해야 하고, 할인이나 판매장려금 등은 금지된다. 물론 마시즘이 전체 리베이트의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기형적인 관행으로 버텨온 음식점은 결국 생맥주 가격을 올리게 되지 않을까?



수입맥주의 견고함

1만원 4캔 유지 혹은 프리미엄

기존에 낮은 가격에 신고된 수입맥주들은 국산맥주와 같은 세금을 낸다. 현재 수입맥주의 주세는 평균 764.52원인데 여기에서 76원 정도가 오를 예정. 하지만 기존의 '1만원 4캔' 연합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의 맥주회사들은 자기 맥주도 만들지만, 해외맥주도 수입해오니까. 여기서 더 내도, 저기에서 덜 내면 괜찮다는 입장.


오히려 수입맥주들은 나라마다 신고하는 금액 차이가 컸다. 1리터를 기준으로 체코 맥주는 낮게(약 574원), 아일랜드 맥주는 높게(약 1,294원)정도로 신고되었다. 오히려 비싸게 들어왔던 수입맥주들이 각종 할인이나, 1만원에 4캔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다. 


맥주 개별의 가격이 어떻게 변하든 '오직 만원에 무엇을 담을까?'라고 생각하는 마트 맥주 덕후들에게는 엔트리 확대를 기대해볼 법한 소식이 아닐까?



수입맥주와 국산맥주의 혼종

오드와이저가 돌아온다

맥주에 대한 세금이 같아지면서 '수입맥주의 국내 생산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론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OB맥주(세계적인 맥주기업 AB인베브가 대주주)에서는 버드와이저나 호가든을 국내에서 생산하기도 했다. 이에 놀란 맥덕들이 OB맥주의 앞글자를 붙여 오드와이저, 오가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하지만 국산맥주의 세금이 더욱 부과되는 환경에서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은 해외생산으로 바뀌고 있었다. 심지어 카스의 경우는 미국에서 생산해 국내에 역수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맥주 종량세 전환으로 오드와이... 아니 버드와이저의 국내 생산이 늘어날 확률이 높아졌다. 


어차피 같은 AB인베브 산하에 있어서 맛이나 풍미는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래도 궁금하지 않은가. 버드와이저 VS 오드와이저의 마시즘 리뷰를...(죄송합니다)

 


수제맥주의 재반격

이대로 마트까지 진출한다

이번 맥주 종량세 전환의 주인공은 수제맥주다. 기존 종가세 체제에서는 제작단가를 낮출 수 있는 대기업이 유리했다. 제작 및 품질향상 등에 많은 돈을 쓰는 수제맥주 업체들은 많은 비중의 세금을 내고 있었다. 이제야 이해가 간다. 몇몇 수제맥주 업체에서 왜 맛은 있었는데 그냥 페트병에 파셨는지... 자린고비도 아닌데 맛 빼고는 포기한다고 했는지. 


(깻잎맥주, 이런 맥주들을 자주 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

여러모로 세금 부담이 줄어든 수제맥주 업체들은 다시 한번 진격해 볼만한 시점이 되었다. 여러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맥주를 만들 수도 있게 되었고, 기존의 국산맥주나 수입맥주들의 가격군으로 제품을 개발해 경쟁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판매가 생맥주라 어떻게 될지, 유통망은 어찌 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좋은 소식만은 아니지만, 수제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기회가 열린 것도 사실이다. 마시는 입장에서는 더욱 좋다. 언론사들은 1,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을 거라 예측한다. 아니면 같은 가격에 더욱 맛있고 독특해지거나.



막걸리도 종량세로 변했는데

소주는 왜 그대로야?

이번 종량세 전환에는 맥주와 막걸리가 포함되었다. 하지만 소주는 종량세의 대상이 아니었다. 소주까지 바꾸는 순간 여러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소주 가격을 올리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럼 소주 가격에 변화를 주지 않고 종량세 전환을 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다. 현재 소주는 증류주로 구분이 된다. 그리고 증류주에는 위스키가 포함되어 있다(WTO는 둘을 나누지 못하게 했다). 소주의 현재 가격으로 종량세를 맞추는 순간 출고 가격이 높은 위스키는 저렴해진다(문제는 내가 마실만큼 저렴해지지는 않는다는 것). 소주값은 그대로인데 위스키는 가격이 줄어? 소주를 마시는 사람 입장에서는 열불이 나는 일이다. 

 

하지만 초록병의 소주만 소주가 아니다. 기존에 여러 방식으로 만들어 마시던 전통소주, 전통주 등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가격경쟁력을 받기 어려웠다. 더욱 고품질의 다양한 소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주 역시 종량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출발선만 맞춰졌을 뿐

어차피 맛있어야 마신다


이대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알게 되었다. 소비자들이 못 알아듣게 어렵게 말한 것은 몰라도 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세금이라는 것이 결국 소비자들이 변화를 느끼지 않게 조정된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는데. 1년 가까이 몇 번이나 발표를 미루면서 계산한 기획재정부의 수학력이 빛을 봤다.


결국 가격경쟁력은 비슷해졌다. 결국 맛있는 것을 찾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 역시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맥주 종량세 삼국지에서 우리는 어떤 맥주를 마시게 될까?


참고문헌

‘독한 술’권하는 주세정책, 이윤성, 동아일보, 1999.8.5

[MT리포트]355ml 국산맥주 한 캔 '종량세'로 세금 매기면?, 안재용 김은령 민동훈 박경담, 머니투데이, 2019.6.4

주류 과세체계 어떻게 바뀌나? 윤영하, 2019.6.5, 세정신문

맥주·탁주만 우선 적용된 종량세…‘소주’는 어떻게 될까?, 이윤화, 이데일리, 2019.6.16

수입맥주, '4캔 1만원'에서 '8캔 1만원'까지, 원가 얼마길래, 김영주, 중앙일보, 2019.6.19

[기고] 50여년만의 주세개편을 환영하며, 정철, 아시아경제, 2019.6.13

소주도 종량세 도입해야 글로벌 경쟁력 생긴다, 강인선 ,매일경제, 2019.6.9

[주세법 개정] 소비자 인식개선 돼야 국산맥주 ‘꽃길’, 전세진, 팍스넷뉴스, 2019.6.17

맥주·막걸리 종량세로 전환…수입·생맥주에 붙는 세금 인상, 조귀동 ,조선비즈, 2019.6.5

맥주·탁주만 '종량세'로...캔맥주 가격내리나?, 정지우 , 파이낸셜뉴스, 2019.6.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