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Jul 07. 2017

라무네 뚜껑에 감춰진 사이다의 역사

당신이 알지 못한 구슬 사이다 이야기

우리가 아무리 뉴스나 영화를 보며 '사이다'라고 말해도 한 여름에 마시는 진짜 사이다만큼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 사이다는 여름의 동력이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사이다는 더욱 맛있을 거야!


오늘 마시즘이 가져온 것은 바로 일본의 국민사이다 라무네(ラムネ)다. 고급스러운 유리병으로 만들어진 라무네를 마시면 정말이지 시원할 것 같아 준비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었더니 입구가 없다. 구멍에 구슬이 하나 박혀있는데 불량품인가. 입구를 돌려봐도 안 열리고, 누르고 당겨봐도 꼼짝하지 않는다. 이거 완전 통조림 처음 따는 원숭이 신세다.


'대체 음료수의 뚜껑이 왜 이렇게 생겼단 말인가...' 조사를 하는 동안 나는 라무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무려 145년의 역사를 지닌 라무네 사이다에는 알면 더욱 맛있는 역사가 숨어있다.


1. 우리가 아는 사이다는 오직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여러분은 "초장부터 장난질이냐?"라며 나의 손목을 잡을 수 있다. 미안.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사이다(Cider) 주세요'라고 말을 하면 당신은 사과맛 나는 술을 대접받을 것이다. 


(사진출처 : 일본 전국 청량음료 협동조합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1868년, 영국인 '노즈 안드레'가 요코하마에 상점을 열면서 만들었던 사과탄산주 이름이 '샴페인 사이다'였다. 탄산음료를 처음 마셔본 일본인들은 컬처쇼크에 빠졌다. 그 후 탄산이 들어간 음료수를 '사이다(サイダ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라무네(ラムネ)는 메이지 5년 5월 4일(1872년 6월 9일)에 만들어졌다. 영국에서 들어왔던 '레모네이드'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영국인들의 레모네이드는 개봉을 할 때 '펑'하고 소리가 났다. 이에 사무라이들이 깜짝 놀라 칼을 들고 쫓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2. 인천 앞바다에 뜬 사이다는 라무네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이 노래는 60, 70년대의 코미디언 서영춘 선생의 만담으로 기억된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사이다가 만들어진 곳이다. 처음 사이다를 마신 조상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의 음료수는 식혜 아니면 수정과였으니 탄산의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조상님들은 사이다를 마셔도 너무 마셨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 병이 둥둥 뜰 정도로 마셨다 하여 이런 노래가 만들어졌다.


(경인철도에 붙은 사이다 광고, 사진출처 : 유동현)

인천에 들어온 최초의 사이다는 1905년 2월 히라야마 마츠다로(平山松太郞)가 인천 신흥동 해광사 인근에 만든 '인천 탄산수 제조공장'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뒤이어 나카야마 우노키치(中山宇之吉)가 같은 동네에 라무네 제조소를 만들었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단편소설을 보면 '라무네 병 속의 구슬같이 차진 놈을 다시 살 속에 박아 넣은 것과도 같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가 오늘 나와 이마트를 함께 간 것이 아니라면, 그 시대의 라무네 병 역시 지금과 같은 모양이었음이 분명하다.


3. 라무네 구슬을 빼는 완벽한 방법


라무네는 국내에서 '구슬 사이다'라고 불린다. 사이다의 입구 부분을 구슬이 막고 있어서 생긴 별명이다. 이를 열기 위해서는 뚜껑에서 얻을 수 있는 마개로 구슬을 밀어야 한다. 그러면 구슬이 '뻥'소리와 함께 '퐁'하고 떨어진다고.


사실 초기의 탄산음료수는 이렇게 구슬로 입구를 막았다. 탄산의 압력 때문에 병이 폭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긴 병의 형태를 'Codd-neck bottle'이라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히람 코드'Hiram Codd'란 사람이 만든 야심작이다. 물론 왕관 모양의 병뚜껑과 캔이 나오면서 이런 스타일은 모두 사라졌다.


라무네 역시 새로운 흐름에 밀려 판매량이 저조해져 갔다. 하지만 140년이 넘는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일본인들의 노력 덕분에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라무네 한 병에 들어있는 역사의 맛

몸의 땀은 식었지만, 병 뚜껑을 열기 위해서 뇌에 땀이 많이 났다. 결국 나는 라무네 뚜껑을 열 줄 아는 인류가 되었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부터 사이다를 마시며 무더운 여름을 잊은 사람들의 기쁨이 느껴지는 듯 하다. 참을 수 없이 라무네의 뚜껑을 열어본다.



* 마시즘 SNS 채널 구독하기

카카오 플러스 친구 : pf.kakao.com/_GEDgd

facebook :www.facebook.com/masism.kr


매거진의 이전글 수줍은 연애, 이슬톡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