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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May 18. 2020

사무치게 그리운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음료 신상 털이_ 할리스 몰티져스 초코빙수 

메뉴가 가득한 식당을 홀로 걷는다. 음식을 시키지도, 숟가락을 들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함께 나오는 새로운 음료뿐이다. 평소 마시즘을 즐겨봤다는 의뢰인은 외친다. 그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음료 신상털이. 삼시세끼를 음료로 마시는 사람. 씹는다는 행위를 해본 적 없다는 턱이 게으른 남자...


"저... 저기 그 정도는 아닌데. 의뢰할 음료가 무엇이죠?"

"네, 음료는 아니고 빙수요."


잠깐만. 아무리 제가 학생 때 할리스의 지박령이었지만, 지금은 국내 최고의 음료 미디어의 에디터라고!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소신을 밝혔다. 


“빙수는 완벽한 음료죠. 컵에 나오잖아.”



인정해줘라

빙수도 음료 아니냐

(컵에 나온 빙수는 음료 맞잖아… 큰 컵...죄송합니다)

마카롱이 한국의 제사상에 올라가는 전통음식이고, 한국 프로야구팀 NC 다이노스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지역팀에 들어가는 혼란한 상황이라면. 빙수도 충분히 음료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아니다). 


빙수는 이름처럼 단지 액체화가 덜 진행되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음료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빨대로 빙수를 마실 생각으로 할리스 카페에 들어와 주문을 했다. 아차... 그런데 토핑이 너무 크다.


곱게 간 얼음 위에 큼지막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얹어 탑을 쌓는 게 한국 빙수의 특징이다. 시원함도 시원함이지만 재료에 따라 맛도 모양도 다양하게 변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날씨만 제대로 무덥게 받쳐주면 음료보다 빨리 흡입해버리는 빙수. 때문에 극단적인 빙수파는 '히트텍은 여름에 빙수를 먹기 위해 존재하는 의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드디어 빙수가 나왔다. 잠깐만 이 익숙한 이름은... 몰티져스? 이건 초코볼 이름이잖아!



할리스에 륙한 몰티

그런데 빙수 되었다고?

(몰티져스, 저 붉은 양동이가 덕질 포인트)

한국에서는 우유나 생크림에 말아먹기로 유명한 몰티져스(Maltesers)가 국내에서 첫 콜라보를 했다. 그곳이 커피 프랜차이즈인 할리스다. 그리고 할리스에서 빙수제품으로 콜라보를 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과자 브랜드가 커피 브랜드의 빙수에... 아침 드라마 같은 관계도가 그려지는 신선한 조합이다. 


하지만 빙수를 보면 막장드라마일 것 같던 이 조합이 제법 웰메이드 드라마 같은 구성을 하고 있다. 일단 할리스의 초코빙수가 자리를 하고 있고, 몰티져스 초콜릿 2봉지(봉지당 6~7알 정도가 들어있다)가 함께 나온다. 


그대로 빙수 위에 토핑 하거나, 시리얼처럼 말아서 먹거나, 손으로 부셔서 가루로 뿌려도 잡혀가지(?) 않는다. 한때는 해외여행 선물이었던 귀한 몰티져스를 이렇게 가지고 놀 수 있다니(몰티저스가 더 필요하면 할리스 내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몰티져스를 상징하는 빨간색 양동이(몰티져스 파티 버켓) 초코가 꼭대기에 앙증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누가 귀여운 거 좋아하는 할리스 아니랄까 봐. 귀엽다고 장땡이 아냐. 귀여우면 부자 될 준비나 하라고. 



콜라보 빙수인데요

몰티스는 셀프입니다

(주르륵, 군침이 흐르는 소리가 아닙니다)

감상이 길어졌다. 알고 보니 귀엽지만도 않다. 빙수의 완성을 손님이 직접 해야 한다. 이케아, 두끼떡볶이도 피해 가는 노동계의 나무늘보인 마시즘에게 빙수의 마무리를 맡기다니. 하지만 초코시럽을 붓고, 몰티져스를 취향껏 토핑 하는 정도라 가볍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이렇게 열심히 할 줄 몰랐지.


(인싸들은 빙수를 마실 때 빨대를 이렇게 씁니다)

몰티져스 빙수와 함께 온 안내서를 보니 빨대로 몰티져스를 옮겨 담아보라는 게임이 쓰여 있었다. 혼자서 하기에는 자괴감이 들 수 있지만, 둘이서 하면 인싸가 될 절호의 기회. 심지어 빙수 값을 걸고 내기를 하면 어느 스포츠 못지않은 박진감을 느낄 수도 있다. 


(빙수 먹기에는 여러가지 파가 있지만, 나는 가장자리파다)

자 이제 빙수를 먹을 시간이다(원래 빙수는 퍼포먼스가 긴 법). 잘 섞은 빙수를 한 입 먹었다. 시원하고 사르르 녹는 눈꽃얼음 사이로 몰티져스와 아이스크림 초코시럽이 섞인다. 초코우유를 좋아하는 내가 왜 평소에는 팥빙수만 먹었는지. 반성을 하게 하는 달콤함이다. 하지만 완벽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음료'다. 



초코빙수와 어울리는

음료를 찾아서

(빙수와 어울리는 음료로는 초코파와 뜨아파가 있다)

카페에 갔는데 빙수만 먹는다면 그것은 완벽한 의무를 다한 게 아니다. 그것은 치킨집에서 치킨과 물만 먹은 것과 같으며, 목욕을 하고 나와서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지 않는 것과 같은 미련을 남긴다. 빙수도 빙수지만 음료와 함께해야 각자의 매력이 더 사는 법이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함께 마시는 음료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기본적인 구성이지만, 차갑고 달콤한 몰티져스 초코빙수와 만나면 서로의 매력이 증가한다. 몰티져스 초코빙수의 달달함을 아메리카노의 씁쓸함으로 잡아주고, 차가운 빙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반복으로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아예 달달함의 끝을 달리는 조합도 있다. 극강의 달달함인 할리스의 벨지안 초코를 시켜서 묻고 더블로 가는 조합을 해볼 수도 있다. 마시다 보면 달콤하고 차가운 매력이 섞여서 어느 쪽이 빙수이고, 어느 쪽이 벨지안 초코인지 알 수 없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사무치게 그리운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항상 혼자 카페를 가서 음료만 마시고 나왔는데, 함께 음료와 빙수를 시켜먹은 경험도 새로웠다. 오랜만에 집 밖에 나와 할리스커피를 간 보람이 있어 뿌듯했다. 할리스커피에서 빙수 배달도 된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나는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빨대로 초코볼을 옮겼던가)


1년이라는 유구한 시간을 기다려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씨마저 빙수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우리의 이번 여름을 재미있고 특별하게 만들어 줄 녀석들은 누구일까?


* 글은 할리스커피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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