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양파음료, 버디언은 어디로 사라졌나?
첵스 파맛도 출시되는 이 세상에
버디언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시작은 논란이었을지 몰라도 끝은 '추억과 취향'이 되는 것들이 있다. 한 때 상품출시를 공약으로 걸었다가 소비자투표에서 1위를 해버린 '첵스 파맛'가 그렇다. 2004년에 상품출시를 걸고 밀크초코인 '체키'와 파맛 초코인 '차카'의 투표를 올렸다가... (켈로그의) 예상을 뒤엎고 파맛인 '차카'가 투표에서 이긴 그 사건말이다.
인터넷 전설로만 남을 줄 알았던 첵스 파맛. 하지만 꾸준한 소비자운동으로 16년만에 정말 출시가 되어버렸다. 10년이 넘도록 쌓인 이야기가 브랜드의 스토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근데 그걸 진짜 먹을 수 있겠어?
과자계에 첵스 파맛가 있다면, 음료계에는 양파음료가 있다. 아무리 특이점이 온 음료와 음식이 나타나더라도 이 녀석을 뛰어넘긴 힘들다는 군대의 양파 음료수. 오늘은 이제는 마실 수 없는 음료. 버디언의 흔적을 찾아서.
양파 음료수 버디언은 왜 만들어진 것일까? 먼저 그 이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료를 뜻하는 'BUDDY'와 양파를 뜻하는 'ONION'이 합쳐진 말이다. 하지만 누가 양파음료의 동료가 될 수 있을까? 바로 군인들이다.
2000년 전후, 국내에는 양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당시 전국 생산량의 21% 정도를 책임진 전남 무안지역이 문제였다. 당시 전라남도에서는 남아도는(?) 양파를 처리하기 위해 동료를 찾고 있었다.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고, 양파로 다양한 변형을 만들거나 시식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발견했다. 취향보다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집단... 국방부... 너 양파의 동료가 되지 않을래?
처음 만들어진 것은 '버디언'이 아닌 '마이너스 2인치(2003년 이전 군번은 이 이름으로 기억한다)'였다. 버디언은 장병들의 기호와 상관없이 양파의 재고(?)에 따라 결정이 되었다. 2003년에 양파농가의 피해가 컸을 때는 1 달마다 1인당 1박스씩 배정되기도 했다는 전설이 있다.
버디언의 악명(?)에는 대중심리도 작용했다. 어쩌다 한 번 마시면 괜찮을 수도 있었는데 박스채로 주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양파라고? 다른 음료나 과자들이 0.001% 함유로 생색을 낼 때, 양파 농축액 85%라는 어마 무시한 함유량은 군장병들을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대대로 구전설화처럼 내려오는 맛 후기는 버디언의 위상을 높여갔다. 상온에 둔 참치 기름 맛이 난다. 양파링을 갈아서 만든 맛이 난다 등, 음료의 맛 후기라고 생각할 수 없는 후기가 있었다. 또 버디언에 적힌 '열정과 도전 뒤에는 휴식의 보너스를'이라는 카피는 철캔으로 만들어진 버디언을 찌그러트리려고 밟았다가 부상으로 쉬게 된 이들을 말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래저래 무용담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정도의 악명 높은 맛은 아니었다(사실 제가 마신 것은 개량된 맛일지도). 양파의 매운 향보다는 양파의 단맛이 느껴지는 녀석이었고, 전체적으로는 박카스의 느낌이 강했다. 취향에 맞으면 아무 고통(?) 없이 마시는 금강불괴들도 존재했다.
2008년에는 군대를 넘어 중동에도 진출하려고 했던 특이점이 온 한국음료수. 버디언은 2017년도에 전역(?)을 하게 되었다. 이유는 군 급식 개선(...) 장병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낮던 버디언은 1순위로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추억은 맛보다 달콤하다. 버디언을 구할 수 없자 '버디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시즘에도 '버디언'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많이 올 정도였다.
하지만 버디언을 생산하던 '현대 영농조합법인'에서는 버디언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 대신 양파즙과 순 양파음료, 양파 식초 등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버디언과는 맛이 달라 Q&A 게시판에 문의를 남겨봤지만 다른 양파음료를 권할 뿐이었다. 그 양파음료 말고, 다른 양파음료가 마시고 싶은 거라고!
그렇다면 한 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희미한 기억을 토대로 버디언을 만든다. 일단은 양파를 구하는 게 먼저다. 처음에는 양파껍질 차나 양파 솔트 등으로 향만을 흉내 내려 하였다. 하지만 양파껍질 차는 껍질의 맛이고, 양파 솔트는 고기에 뿌려먹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는 게 함정.
결국 정석적인 방법으로 양파음료를 만드는 수밖에. 버디언에 적힌 원재료명을 토대로 조각을 맞춰갔다. 양파 2개를 채 썰어 냄비에 넣었고, 사과주스와 함께 넣어 약불에 졸여내었다. 이것을 토대로 박카스를 1:1로 맞춰 넣었다. 파인애플 향이 들어갔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아서 환타 파인애플로 넣었다. 깜빡하고 환타 오렌지를 사서 다시 가서 또 샀다는 건 함정.
결국 재료값은 5천 원은 든(...) 버디언이 만들어졌다. 은은한 양파 향과 박카스로 시작되는 첫맛, 양파의 꿉꿉한 달콤함으로 끝나는 맛이 버디언과 같았다. 이 정도면 백종원 아닌가(백종원은 이런 걸 만들지 않는다).
컨셉이나 맛은 대중적인 부분과 거리가 있을지 몰라도 그 간극에서 오는 독특함이 존재하는 음료들이 있다. 하루에도 많은 음료들이 출시되고 사라지는 시장에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조금 아쉬운 음료'보다 '너무 독특한 음료'들이 기억에 남는 듯 하다.
보다 대중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독특함과 이야기를 찾는 이 시대. 언젠가 버디언이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가짜 버디언'을 마셔본다. 음... 그래도 아직 이 맛의 시대가 돌아오긴 힘들겠지?
참고문헌 :
무안 양파주스 군납 성사, 연합뉴스, 2004.10.5
"장병 여러분, 양파 많이 드세요", 연합뉴스, 2004.9.1
무안 양파음료 군납 연간 20억원, 정건조, 경향신문, 2005.12.14
무안 '양파쥬스' 중동 간다, 최현수, 광남일보, 2008.7.21
군대에서 나오는 부식중 가장 인기 없는 것은?, 국방웹툰 슭의 말년휴가, 2012.5.21
돈가스·탕수육·스파게티 군 급식 늘려 신세대 장병들, 와~ 軍침 도네, 맹수열, 국방일보, 2017.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