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스피릿_일품진로 브랜드 스토리
누구에게나 인생을 걸만한 보물이 있다.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에게 '인피니티 스톤'이 있고, 만화 원피스에 이 세상 전부를 담은 보물 '원피스'가 있다면, 애주가들에게는 매년 나오는 '일품진로 한정판'이 그렇다. 마시즘도 매년 찾아 헤매지만 뚜껑도 구경을 못할만큼 귀한 술이다.
때문에 '선물로 받으면 마시기도 전에 취하는 술'로 알려진 일품진로. 전통적인 소주 제조방식부터, 오크통에 숙성시켜 위스키를 떠올리게 하는 맛까지. 취하지 않을 구석이 하나도 없는 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멋진 것은 사랑받기까지 기다림이라는 미학을 실천하는 사연 있는 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일품진로 20년산'의 출시 소식이 들려왔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 문제는 나만 기다린 게 아닌 것 같아... 대체 무슨 술이기에 출시 소식 만으로도 애주가들의 심장이 뛰는 걸까?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1995년, 진로에서는 증류식 소주를 오크통(참나무통)에 1년 동안 숙성시킬 생각을 한다. 바로 이 다음 해 출시된 ‘참나무통 맑은소주’다.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소주는 쓰다'는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프리미엄 소주의 시장을 열었다. 애주가들 사이 별명은 '위스키 소주'.
오크통에 숙성된 소주가 나왔다는 소식에 술 좀 마신다는 애주가들은 환호했다. 참나무통 맑은 소주는 출시 50일 만에 1,000만 병을 파는 인기를 자랑했다. 조만간 소주가 '한국의 위스키'로 불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프리미엄 시장으로 달려가던 한국 소주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1998년에 출시된 참이슬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지만,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서서히 대중들에게서 잊히게 된다.
수천 개의 오크통에 소주원액을 남긴 채 말이다.
2005년,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합병하여 '하이트진로'가 세워진다. 역사 상 최대 규모의 소맥통합(?)에 애주가들은 '어떤 신상 술이 나올지' 설렘주의보에 빠졌다.
하이트진로도 큰 보물을 발견했다. 공장 한쪽에 잠들어 있는 소주가 담긴 오크통 수천 개였다. 아니 외국도 아니고 한국에 이런 귀한 술이 있었다고?
그리고 2007년, 장기간 오크통에서 숙성한 신제품 ‘일품진로’를 출시한다. 지나온 시간 동안 소주가 더욱 그윽한 품격과 맛을 더해 '일품', 즉 제일가는 수준의 소주가 되어 돌아왔음을 밝힌 것이다. 소주시장 입장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격이랄까?
'비싼 소주가 얼마나 잘 팔릴까?'라는 우려와 달리 10년 숙성된 원액을 사용한 '일품진로'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술이 숙성되는 시간과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일품진로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이.. 이러다가 동이 나는 거 아냐?
오크통에서 숙성된 일품진로는 관리를 위해 매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올해 나오는 일품진로 20년산은 딱 8천병만 생산되었다. 즉 쉽게 구할 수 있는 수량이 아니다. 오직 하이트진로와 거래하는 주류 도매상들이 한정된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 겨우 일부를 줄 수 있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지난 2년 동안 마트만 돌았잖아!
이제는 더 이상 매장에서 일품진로 20년산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물건을 놓기 전에 내가 사면되는 것이다. 아는 주류도매상 분께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일품진로 20년산을 얻...진 못했고 이미 다 팔렸다는 답만 들었다. 이미 많은 애주가, 위스키 클럽, 주류 수집가 등등의 사람들이 물건을 받기도 전에 구매하려 줄을 선다고.
올해도 결국 실패다. 3년째가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아직 2024년(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의 일품진로가 남았다. 이제 그걸 구하는 길은 내가 주류도매상이 되는 방법뿐인가(아니다).
일품진로의 맛도 보지 않고 리뷰를 마칠 수 없다. 일품진로는 한정판을 구하기가 어렵다 뿐이지. 마트나 편의점, 식당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모델이 있다. '일품진로 1924'다.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일품진로 1924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소주다. 국내산 쌀만을 증류해서 만든 원액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깔끔한 맛과 여운을 자랑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소주를 기대하고 마시면 놀라니 주의. 차라리 ‘스피릿(Sprits)’, 흔히 우리가 말하는 '양주'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위스키처럼 시작했다, 사케처럼 깔끔하게 끝나는 느낌이 든다.
드디어 일품진로 1924를 마신다. 향에서도 담백함이 느껴지는 게 분위기가 좋은 술이다. 또 쓰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이 즐겁다. '이거 알콜도수 25%짜리가 이렇게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건가'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마신 후의 끝이 깔끔해서 다시 잔을 채우게 하는 매력이 있다. 깔끔하고 투명한 매력 때문에 계속 음미하면서 숨은 맛을 찾는 재미가 있는 술이다.
또 마시는 방법에 따라, 함께 먹는 안주에 따라서 홈파티에서 바(BAR)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스트레이트로 그냥 마셔도 좋고, 잔에 얼음을 넣어 온더락으로 마시면 훨씬 더 연하고 부드러우면서 풍부해진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프로탄산러인 마시즘이 추천하는 조합은 역시 하이볼이다. 일품진로1924에 레몬 슬라이스, 그리고 토닉워터의 조합이면 어떤 칵테일이 부럽지 않다.
한국사람이 소주를 마시는 이유는 세 가지라고 한다. 기쁠 때, 슬플 때, 둘 다 아닐 때. 이렇듯 우리 삶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소주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때로는 참이슬로, 때로는 일품진로로 애주가 입장에서 마실 수 있는 술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심지어 '일품진로 한정판 구매'라는 인생의 목적까지 만들어줬잖아?
하지만 그것이 일품진로의 출시 소식 때마다 우리의 심장이 뛰게 하는 이유는 아닐 것이다. 외롭지만긴 시간을 묵묵히 견뎌냈을 때, 그 진가를 인정받는 날이 온다는 믿음이 일품진로에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지금은 숙성 중이지만, 멋지게 개봉될 그 날을 위하여. 정성 들여 만든 장인의 술을 건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