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는 서울대학교 우유가 아닙니다
서울우유 마신다고 서울대 가면,
아인슈타인우유 마시면 노벨상 타니?
공부만 빼고 입시 준비에 치열했을 고등학생 시절. 가고 싶은 대학 캠퍼스의 사진이 박힌 연습장과 우유를 마시며 꿈에 부풀었을 때가 있었다. 과잠바를 입고 걸어 다니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패션쇼 런웨이 같았고, 캠퍼스 투어라도 가는 날에는 이 학교의 학생이 된 듯 설렜던 시기. 독서실에 돌아오면 의욕을 불태우면서 우유를 마시곤 했다. 서울우유... 연세우유...
하지만 우유를 많이 마신다고, 카페 쿠폰 모으듯 대학 입학을 허가해주지 않는다. 더 문제는 서울우유는 서울대에서 나오는 우유가 아니라는 것.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지만(...) 우유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 남아있다. 오늘 마시즘은 대학교에서 나오는 유제품(우유, 두유)에 대한 이야기다.
우유가 아니라 두유였다. '약콩두유' a.k.a 쥐눈이콩두유는 서울대학교를 대표하는 두유다. 서울대 교수님이 설립한 기술지주회사 밥스누(BOBSNU)에서 만들어진다. 이곳은 두유뿐만 아니라 초콜릿, 샴푸도 나온다. 제품계의 약콩학개론을 실천하는 곳이다. 남은 것은 약콩 스파클링 정도가 아닐까?
물론 서울대도 우유에 도전했을 때가 있었다. SPC와 함께한 '밀크플러스 우유'를 냈었다. 하지만 강호의 고수들이 넘쳐나는 우유계를 뚫지 못하고 사라졌다. 물론... 서울대에서 나오진 않지만 약콩두유보다 유명한 '데자와'가 서울대를 대표하는 음료가 되었다는 게 함정.
베지밀이 손오공이면, 삼육두유는 베지터다(약콩두유는 피콜로...할까). 두 두유 모두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노부부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삼육두유에서는 조금 더 고소한 끝 맛이 난다. 때문에 삼육두유만 챙기는 삼육두유러들도 있을 정도.
삼육두유는 삼육대학교와 같은 재단에 속해있다. 대불대 목탁디자인학과, 제주대 감귤포장학과와 함께 삼육대 두유영양학과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실존하지 않는 학과였다(죄송합니다). 다만 학교 편의점 등에서 딸기맛, 초코맛, 열대과일 트로피칼맛에 이어 최근에는 흑당맛 두유까지 출시했다고 한다. 두유에 대한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할까.
서울우유는 아니었지만, 연세우유는 맞았다. 1962년 캐나다에서 온 선교사들이 연세대학교에 젖소 10마리를 선물한 후 연세우유의 시작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캠퍼스를 독립해 강원도에 따로 전용목장을 둔다고 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우유를 생각할 때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성장을 했다.
다른 캠퍼스 음료와 달리 이 녀석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게 미덕이다. 특히 '마카다미아 초코우유'는 초코 덕후들 사이에서 초코에몽의 후계자로 유명하다. 에디터 역시 해장(...)템으로 자주 이용한다.
항간에 고려대학교의 '고대빵'과 연세우유를 같이 마시면 체한다는 소문이 있었다(본격 괴담수집러). 마시즘은 고대빵을 구하지 못해 아직 실험을 해보진 못했다. 연세우유는 준비되어있다. 빵만 구한다면, 언제든지 체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우리나라 최초의 축산대학은 1954년 건국대학교에 세워졌다. 이 축산대학 한 켠의 우유실습장(1964년에 만들어짐)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학우유의 원조 '건국우유'였다. 까마득한 선배들의 조별과제가 전국구 우유를 만든 케이스라고 할까.
건국우유는 90년대 연매출 1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이름을 날렸다. 때문에 삼육대와 마찬가지로 '너희 학교 애들은 학교축제 때 우유를 마시냐'며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문제는 진짜 있다는 게 함정. 건국대학교는 축제마다 '우유 빨리 마시기 대회'를 연다고 한다. 무려 1970년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대회라고 한다. 2017년에는 가수 홍진영씨가 행사로 왔다가 이 우유 마시기 대회에 참가했다고 한다. 다... 당신들 정말 인정이다.
몇 번의 입시설명회보다 한 잔의 음료가 나을 때가 있다(물론 취업률은 훨씬 더 좋은 효과를...). 캠퍼스를 대표하는 제품들은 학교에 대한 브랜딩, 수익 다각화 등의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고 한다. 물론 과잠을 걸치고 한 손에 대학 음료를 마시며 깔맞춤 워킹을 하는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부럽다).
우유뿐만이 아니다. 캠퍼스의 이름을 건 와인들도 만들어지며 대학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학력의 서열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어떤 이미지, 어떤 취향을 드러내는지를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일이라고 할까?
언젠가 캠퍼스 스파클링, 캠퍼스 요구르트 등이 나와서 전국 대학 투어를 해보는 그날까지. 대학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일해라 캠퍼스! 물론 난 졸업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