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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Nov 19. 2020

어른 입맛의 첫 관문,
계피를 좋아하세요?

#계피는 싫은데... 시나몬은 좋아해요는 무슨 다 같은 겁니다

아이와 성인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민증? 결혼식? 아니다. 진정한 성인식은 바로 고깃집에서 이뤄지다. '후식으로 나오는 식혜와 수정과 중에 무엇을 고르는가'에 따라 당신의 입맛연령이 결정된다. 어른입맛으로 대우를 받고 싶다고? 그렇다면 '수정과'를 택하라.


(식당에 수정과 나오면 별점 +1 해드립니다)

수정과가 어른입맛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계피'에 있다. 어른들에게는 속이 따땃한 향신료로, 아이들에게는 누룽지사탕, 홍삼사탕과 함께 벌칙사탕 3대 트로이카를 이루는 '계피사탕'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코코넛 워터, 샐러리 주스에 이어 극한맛을 찾아다니는 에디터 모모. 오늘의 주제는 '계피'가 되겠다.



저 계피는 빼고

시나몬을 넣어주세요


계피에게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한국 이름은 계피라 투박해보이는데, 영어이름은 '시나몬'이라 세련되어 보인다는 것. 때문에 "계피 빼고 시나몬으로 주세요"라는 말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우유를 뺀 라떼'와 함께 카페 알바생이 뽑은 최악의 주문에 뽑히고 있다.


(돌돌돌 말려있는 것이 실론 시나몬, 한 겹으로 말린 것이 카시아)

사실 계피와 시나몬은 엄밀히 따지면 차이가 있다. 시나몬은 스리랑카의 옛지명인 '실론(실론티의 그 실론)'에서 자라는 '실론 시나몬'이다. 반면 우리가 말하는 계피는 주로 중국과 베트남에서 자라는 '카시아'를 말한다. 사는곳과 품종이 다른 것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가격이다. 실론 시나몬을 넣어달라고요? 10배는 비싼데...


하지만 우리나라에 가루 형태로 수입되는 시나몬은 대부분이 '카시아' 품종이다. 결국에는 카페에서 계피라고 부르나, 시나몬이라고 부르나, 이러거나 저러거나, 우리는 어차피 카시아, 즉 계피를 먹게 된다는 말이다.



계피도 한 때는

월급만큼 비쌌단다

(자네! 이번 월급은 계피로 주겠네 ^^)

계피는 인류가 가장 오래도록 사용한 향신료이자 후추, 정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신료로 꼽힌다. 기원전 3천년 전 중국에서도, 이집트 사람들이 미라를 만들 때도 계피를 사용했다. 많은 향신료가 금값이었던 시절이 있었듯 계피 역시 로마시대에는 계피 한 줌의 값이 일반 병사의 한 달치 월급만큼 비쌌다고 한다. 


하지만 1600년대 네덜란드인이 실론에 농작물을 기르며 계피(시나몬)의 역사는 바뀐다. 대규모 경작으로 길러진 시나몬은 공산품화 되어갔고, 여전히 스리랑카에는 계피를 재배하던 곳의 지명이 '시나몬 가든'이라고 남아있게 된다.


근본있는 역사만큼 동서양의 음료에서도 계피를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카푸치노, 프랑스의 뱅쇼는 물론 캐나다에서는 위스키에 계피를 타는 '파이어볼 위스키'가 있다. 한국에는 '모주', 그리고 '쌍화탕'이 계피를 사용한 음료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추운 겨울에 따뜻하게 마시는데 계피만한 게 없었다는 사실.



계피에 대한

취향존중을 해주시죠?

(계피덕후 분류기 3대장)

계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피의 알싸하고 매운 맛을 즐긴다. 또한 특유의 향에서 심신안정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계피취향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맥주는 코젤, 커피는 카푸치노를 시킨다? 빵을 먹는데 당근케이크와 호두파이를 고른다? 향수부터 스파이시 계열을 뿌린다? 이거 분명 계피를 좋아하는 어른입맛이 분명하다. 체포해.


(음료로 치자면 이 셋이 딱 계피러들을 위한 게 아닐까)

계피를 맛보면 몸서리치게 기피하는 애기입맛들도 즐기는 계피가 있다. 바로 '코카-콜라'. 그 제조법은 알 수 없지만 코카콜라에는 약간의 계피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코카콜라를 마시며 가랑비에 옷 젖듯 계피의 향미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어른입맛이 되는 것이다(아니다).



민트초코, 얼죽아, 데자와

다음은 계피가 아닐까?

(여러분 계피코인 타세요. 미래의 민트초코입니다)

첫 만남에 특정음식의 호불호를 물어보며 입맛의 호구조사를 하는 것. 이것은 요즘시대의 인사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내가 가장 잘 아는 자신의 취향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같으면 기쁨이 배가 되고, 다를지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극한입맛이라고 놀림을 받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 나와 다른 입맛을 가진 사람을 만나더라도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면 다음에 함께 무엇을 먹을지 알 수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그래서 묻고 싶다.


"계피를 좋아하세요?"


참고문헌
계피의 다양한 매력, Mercola.com, 2016.4.12
계피와 시나몬은 정말로 달랐다, ㅍㅍㅅㅅ, 2016.1.27
아직도 동인도회사 동전 흔한 ‘아시아 지배 기지’, 주강현, 중앙선데이, 2016.6.19
미라 만들 때 사용… 시신 악취도 막은 마법의 가루, 김소연, 조선일보, 2015.12.7
시나몬과 계피는 같은 거 아닌가요? 다릅니다!, 더농부, 201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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