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map_전주와 군산에 들린다면 이곳을 꼭 가보세요
커피 찾아 삼만리,
80일간 전국카페일주
우리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공간이 있다. 바로 카페(Cafe)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실 뿐만 아니라, 공간을 즐기러 이곳을 찾는다. 누군가는 휴식을 위해, 누군가는 일을 하기 위해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카페의 문을 연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맞물려 우리는 그런 보금자리를 잃고 말았다.
스타벅스부터 캔커피까지 커피의 모든 걸 사랑하는 마시즘은 안타까운 소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동네에 있는 작고 멋진 카페가 문을 닫은 것이다. 우리 동네뿐만이 아니다 전국에 있는 카페의 90%(약 7만 5천여 곳)가 이런 동네에 있는 개인카페라고 한다. 이분들에게 도움이, 아니 응원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전국에 있는 동네 카페를 돌게 되었다. 위로는 강원도 삼척부터 아래로는 제주도 서귀포까지. 80일 동안 전국일주를 하며 코로나가 끝나면 반드시 가야 할 동네카페를 모아 #withmap 이라는 지도를 만드려고 한다. 그 시작은 맛의 고장이자 여유의 고장 '전라북도'다.
끝없이 펼쳐진듯한 지평선을 따라가면 동심의 세계를 지닌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다.
자연 속에 파묻혀있는 이곳은 미끄럼틀, 동물, 각종 소품 등 동심을 자극할만한 요소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그중에서도 나무 위에 지어놓은 오두막에 오르다 보면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다. 어른들도 이정도인데 아이들에게는 어느 키즈카페 부럽지 않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안내와 아이들의 신나는 웃음소리가 이 카페의 배경음악이다.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거봉에이드와 구운 오니기리다. 상큼한 거봉에이드와 담백한 주먹밥(오니기리)의 조화가 근사하다. 마치 한참을 동네에서 뛰어놀고 들어왔을 때 엄마가 주곤 했던 간식 같은 기분이랄까?
전라북도 군산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곳 회현커피에서는 근사한 융드립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제법 한적한 동네에 있음에도 커피에 쏟는 정성과 맛에 반한 사람들이 원정을 오는 곳이기도 하다.
회현커피가 자랑하는 융드립 커피의 장점은 무엇일까? 융드립이란 융천으로 만든 필터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종이필터에 비해 원두의 오일 성분이 걸러지지 않아 훨씬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대신 이러한 맛을 위해 융 필터를 아기 세탁기에 18번은 세탁해야 한다고 한다.
주변에는 논과 밭이 보이고, 눈에 거슬리는 고층건물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리틀 포레스트' 속 한 장면을 떠올리는 분위기와 섬세한 커피 맛이 이곳에 있다.
이름에서부터 알싸한 맛이 느껴진다. 전라북도 완주의 '카페진저'에는 생강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얼핏 들으면 민초단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호불호가 갈릴 음료일 것 같지만, 에디터들에게는 의외로 친숙한 맛이었다. 해외의 '진저에일'이나 '진저쿠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카페진저의 추천 메뉴는 생강에이드와 생강쿠키다. 생강에이드는 생강을 처음 접하는 초보들도 쉽게 마실 수 있지만 독특한 감각이 올라온다. 가볍지만 톡톡 튀는 매운맛이 시원하게 다가온다고 할까. 다만 호기심에 아래에 깔린 채를 썬 생강을 맛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긴장을 놓고 먹는 순간 불지옥을 맛볼 수도.
서울에서 유행하는 한옥카페가 한 채의 건물이라면, 이곳은 궁궐 같은 느낌이다.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왕궁다원'은 만석꾼(1년에 쌀 만섬을 거두어들이는 부자를 말한다)의 고택을 카페로 리모델링을 한 곳이다. 백제 왕궁이 있었던 곳이기에 '왕궁다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왕궁다원은 실제 사람이 살았던 공간답게. 부엌과 사랑채 같은 건물들이 여러 채 있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여유롭게 거닐다 보면 음료를 마실 장소를 찾을 수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한옥 건물의 방 한 칸을 내어주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왕궁다원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앵두베리차와 방앗간 인절미라떼다. 메뉴만큼이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음료와 함께 나오는 간단한 다식이다. 작은 곳에서도 가득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서울 사람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전라북도에도 숨은 고수들이 있다. 쿡커피 로스터즈는 카페의 위치보다 이곳의 주인인 로스터가 더욱 유명하다. 2014년 골든 커피 어워드 챔피언 정국원 로스터가 운영하는 카페이기 때문이다.
'로스터즈'라는 이름답게 매장의 한쪽에는 거대한 로스터기가 커피 원두를 볶고, 카페 중앙에 오픈된 바에서 바리스타들이 메뉴를 만들고 있다.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는 디테일을 볼 수 있는 카페라고 할까.
추천메뉴는 직접 로스팅한 디카페인 커피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는 500원만 추가하면 모든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맛볼 수 있다. 디카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 넘치는 풍미에 놀랄 정도. 모르고 마셨으면 카페인을 느낄 뻔했다고.
전주 한옥마을에 놀러 오면 다들 찍는다는 컨셉사진. 남들과는 다르게 목욕탕에서 찍어보는 건 어떨까? 전주 한옥마을과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기린토월’은 동네의 옛 목욕탕이었던 ‘호수옥 사우나'를 리모델링한 곳이다. 추억의 목욕탕을 떠올릴 수 있는 소품들이 곳곳에 위치해 마치 따뜻한 유년시절의 기분을 소환하는 듯하다.
추천하는 메뉴는 이곳만의 레시피로 제조한 시그니쳐 ‘아 커피'이다. 바디감이 느껴지는 진한 우유와 쌉싸름한 리스트레또 커피가 어우러져 진하고 달콤한 라떼음료다. 눈을 감고 마시면 도시의 모던한 카페가 느껴질 만큼, 완성도가 느껴지는 수준급의 커피였다. 그런데 눈을 뜨면 이토록 정겨운 풍경이라니.
이름처럼 군산 근대골목의 작은 틈에 위치한 ‘틈카페’는 빨간 벽돌 사이사이로 담쟁이 넝쿨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비밀의 화원 같은 곳이다.
알고 보니 틈카페는 과거 일제강점기 미곡창고(쌀 창고)로 쓰였던 공간을 개조한 곳이다. 역사가 묻은 공간은 최대한 보존하고, 나머지를 카페로 새롭게 단장해 서로 다른 시공간이 한 곳에서 얽힌듯하다.
이곳 틈카페에서는 ‘틈쉐이크'를 먹어야 한다. 우선 카페이름이 붙은 메뉴는 웬만해선 실패할 수 없으니까. 고소한 풍미가 인상적인 틈쉐이크는 밀크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시원한 음료다.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 벌써 18년 전 드라마 <대장금>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이곳. ‘홍시궁'은 홍시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홍시 디저트 카페다. 입장하자마자 한옥의 서까래가 우릴 반겼다. 홍시를 좋아하는 엄마 생각이 났다.
독특한 음료라면 일단 모두 시켜봐야 한다. 홍시가 들어가는 시그니처 드링크 4종을 모두 시켜보았다. 4종을 모두 맛보니 이곳은 ‘밸런스’를 아주 잘 잡은 곳이었다. 홍시의 맛이 뾰족하게 튀지 않으면서도, 부재료와 자연스러우면서도 은은하게 어우러졌다. 코스요리의 후식으로 등장해도 손색없을 고급스러운 맛이랄까.
그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홍시라떼’와 ‘홍시 코코넛 스무디’이다. 근본 있는 홍시의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홍시라떼’를 먹어야 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다. 다만 내 취향은 달콤고소한 코코넛의 향이 달큰한 홍시와 부드럽게 어울리는 홍시코코넛스무디다. 한국적인 색다른 생과일 디저트를 접해보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지리산 자락에 숨어있는 초가집 카페. 남원 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져 외딴 시골길을 굽이굽이 올라야 등장하는 ‘매월당’. 운전하고 가는 내내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를 외쳤다. 그만큼 아주 깊은 시골의 산속 마을에 위치한 곳이다.
매월당에서는 야생의 녹차를 직접 볶고 말려 한국식 전통녹차를 맛볼 수 있다. ‘녹차’라고 하면 보통 중국이나 일본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한국식으로 만든 ‘고려단차’를 경험할 수 있다.
재야의 은둔 고수를 만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2동의 초가집은 이곳 사장님이 직접 갈대를 엮어 만든 초가지붕을 얹어 완성되었다. 찻잎부터 초가집까지 사장님의 손길이 닿지않은 곳이 없었다. 서양식 홍차문화가 공주님들의 놀이라면, 이곳은 동양 선비들의 흥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지대, 호남지역을 대표하는 음료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전라북도 익산의 ‘아레라’에 가면 시그니처 쌀 드링크 ‘미미미’가 있다.
농후한 쌀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지는 이 맛은 마치 아침햇살을 진공에서 10배쯤 농축시킨다면 이런 맛이 날 것 같다. 익산 지역에서 자란 쌀로 만든 쌀 파우더와 우유를 더해 만들었다. 이 ‘미미미'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이 곳에 온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맛이다. 고소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개인적으로는 설탕이 묻은 빨간색 쌀과자가 떠오르는 맛이었는데, 중독성까지도 비슷한 듯하다. 문을 열고 나와도 입 안에 감도는 고소한 기운이 뒤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쌀과자와 닮아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름과 다르게 전혀 작지 않은 규모의 이곳. 아담원은 ‘수목원 카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채로운 식물이 가득한 동산과 푸른 연못, 넓은 잔디밭을 품고 있는 곳이다. ‘나와 나누는 대화'라는 이름에 담긴 뜻답게 혼자서도 2시간쯤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음료는 입장료 1만원에 포함되어 아무거나 고를 수 있다. 마시즘은 여러 종류 중에서도 ‘착즙주스'를 추천한다. 직접 만들어 신선하고, 자연에 가장 가까운 맛이 나는 만큼 숲길을 걸으며 마시기 적당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아담원에 누릴 수 있는 것은 마치 별장에 온 듯 도시와 동떨어져 조용하고 한적한 자연 속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 아닐까. 옆자리에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이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80일간의 전국카페투어를 돌며 느낀 점은 지역별로 커피문화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라북도를 돌며 만난 카페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이었지만 특유의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풍경도, 커피도, 음료를 기다리고 찾는 시간마저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카페를 소개하고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마시즘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전국카페투어 프로젝트 #withmap에 많은 분들이 '나만 알고 싶은 동네 카페'를 소개해주었다. 여러분들의 응원과 제보가 모여 하나의 카페지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여러분이 만나보지 못한 카페에는 기대를, 알고 계신 카페는 제보를 부탁드린다. 카페라는 우리의 보금자리를 나눌수록 더 풍족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