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티백계의 아이돌을 모아봤습니다
여름에 얼음이 있다면
가을에는 티백이 있다
얼죽아도 거부할 수 없는 음료기 있다. 바로 따스한 한 잔의 차다. 커피를 차갑게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차를 차갑게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생각나는 차 한 잔. 나는 자연스럽게 티백을 꺼내든다. 요즘 티백은 보리차, 보성녹차 같은 원로가수(?)만 있는 게 아니다. 오늘은 티백계의 뉴페이스. 편의점에서 만나는 다양한 티백을 만나본다.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 부근에서 나오는 찻잎으로만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까탈스러운 차 종류 중 하나다. 중국의 황제들이 즐겨마셔 별명이 ‘황제의 차'라고. 그런데 이런 귀한 몸 보이차를 편의점에서 만난다고?
우선 색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미녹차, 보리차 등이 맑은 계열의 컬러였다면, 이 녀석은 상당히 어두운 고동색이다. 맥주로 치면 라거와 에일의 차이랄까?
마치 송승헌의 눈썹처럼 맛도 상당히 진하다. 이 녀석의 진가는 식후에 발휘한다. 곱창, 삼겹살이나 배달음식처럼 기름진 식사 후에 마시는 걸 추천한다. 기름기를 싹 닦아주는 기름기 지우개 같은 녀석이다.
단, 너무 오래 우리면 간장치킨(?) 같은 컬러가 되니 조심하자.
한국 티백계의 어버이. 동서에서 오랜만에 신제품이 나왔다. 티백계의 대모 ‘캐모마일'과 탕비실의 황제 ‘현미녹차'가 만났다. 이건 마치 후보 단일화 같은 느낌이랄까?
맛은? 캐모마일과 현미녹차가 7:3 정도로 배합된 맛이다. 처음에는 캐모마일이 앞장서서 끌고가다가, 마무리로 현미녹차가 나타나 깔끔하게 정리한다. 마치 멋진 듀오의 액션장면을 보는듯하다. 은은하고 달콤하다.
기존 캐모마일의 꽃 향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던 분들에게 추천한다. ‘캐모마일 현미녹차’ 정도의 타협은 괜찮지 않을까.
팥과 호박차에 귤껍질을 더했다. 구수한 팥과 호박의 콜라보에, 상큼한 귤향이 톡톡 올라온다. 호박, 팥, 귤. 3인방이 내 입 안에서 단체로 호키포키를 추는 것 같달까?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음료에 대해서는 흥선대원군급 입맛을 가지고 있다. 맛이라면 모름지기 고소하면 고소하고, 상큼하면 상큼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구수함과 상큼함이 동시에 휘몰아치는 이 녀석은 내겐 낯선 맛이었다.
로제 떡볶이, 짜파구리처럼 퓨전의 매력을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쌀쌀한 가을밤. 따뜻한 차 한 잔을 호호 불어가며 마신다. 그러고보면 이토록 간편하게 차를 마신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만약 이 세상에 티백이 없었다면. 우리는 평생 밍숭맹숭한 맹물만 마시면서 살아야 했을테니까.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깊어지는 각자의 밤의 시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