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로 널 보낼 순 없어!
트렌치코트도 아직 못 꺼내 입었는데
벌써 가을이 끝났다고?
이건 아니지. 누가 나 몰래 시간을 앞으로 돌려놓은 것 아니야? 가을, 그것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tmi : 이유는 에디터의 생일이 있기 때문임).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이 계절이 짧게만 느껴진다. 춥다 더웠다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지나버린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대로 보낼 순 없다. 가을을 보내기 싫다면, 마셔서 내 안에 가두면(?) 되잖아!
가을을 말할 때 제철 작물을 빼놓을 수 없다. 든든하고 포슬포슬한 매력의 제철 작물만큼 오롯이 가을을 만끽하는 방법은 또 없을 테니까. 그런 제철 작물을 세상에서 가장 간편하게 먹는 방법. 그것은 바로 음료로 만들어 마시는 것이다. 오늘은 가을을 대표하는 작물로 만든 카페 음료 메뉴를 소개한다.
밤하면 공주. 공주 하면 알밤이다. 대전과 공주 사이. 계룡산 언저리에 가면 카페 ‘휘연'이 있다. 알밤의 고장에서는 단연 공주알밤라떼를 마셔야 한다. 전국의 알밤을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비주얼이다.
잔뜩 들어간 알밤과 따뜻한 우유의 조화가 푸근푸근한 모습의 알밤라떼. 한 입 마시자 입 안에서 달콤한 풍미가 터진다. 아무리 단 음료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알밤 라떼는 거부하기 힘들듯 하다. 시럽이 아니라 진짜 알밤을 손수 으깨서 만든 페이스트로 맛을 냈거든. 일반 도시의 카페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깊은 알밤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강원도는 '감자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자가 흔한 지역이다. 그래, 감자는 맛있으니까. 아메리카노와 감자를 함께 먹는 것도 역시 좋다. 그런데 커피에 감자를 넣는다고?
초심자에게는 ‘감옹커피'를 권한다. 감옹커피는 감자를 갈아만든 옹심이가 들어가서 라떼를 마시면서 동시에 쫄깃쫄깃한 옹심이를 즐길 수 있다. 감자 옹심이의 식감은 공차 밀크티에 들어가는 타피오카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개인적으론 손으로 빚어서 동글동글 각기 다른 모양이 정말 귀여웠다.
감자의 맛을 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감자멜랑슈'를 추천한다. 일반 생크림 대신에 감자를 섞은 특제 크림을 커피에 얹었다. 강원도에서 만나는 오스트리아의 전통 커피라니.
홍시는 맛있지만 깔끔하게 먹기에는 어려운 가을 과일 중에 하나다. 얇디 얇은 껍질을 손으로 벗겨내는 것부터 난관이다. 하지만 전주에 오면 손에 묻히지 않고 홍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홍시궁이다.
짙은 황금색 액체에, 구름처럼 풍성한 거품. 앗, 혹시 맥주? 아니다. 홍시 라떼다. 홍시를 진하게 갈아 만든 베이스에 퐁신퐁신한 우유 거품을 두툼하게 얹었다. 한 입 마실 때마다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에 닿고, 진한 홍시의 달콤함이 입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가히 부드러운 가을의 맛이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에서 ‘펌킨스파이스라떼’를 주문하는 것으로 가을을 기념한다. 미국에 펌킨스파이스라떼가 있다면, 한국에는 ‘호박식혜'가 있다. 은행잎처럼 빛깔 고운 노란색으로 물든 호박식혜야말로 K-가을음료가 아니던가.
전국에서 호박식혜를 가장 잘하는 곳으로 낙산 다래헌을 꼽을 수 있다. 기분 좋게 서걱거리는 살얼음에 자꾸만 퍼먹고 싶은 은은한 당도를 가진 전국구 1티어의 호박식혜다. 이 호박식혜를 마시러 낙산사를 찾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 진하고 깊은 맛의 호박식혜와 함께 가을감성을 연장해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