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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Dec 07. 2021

한국에서 가장 힙한 보리, 슈퍼보리 리뷰

# 보리를 우유에 타먹는다고?

자취를 시작하고 나니 그리워지는 풍경이 있다. 이를테면 가지런히 개어진 양말, 바삭하게 잘 말린 수건, 그리고 언제나 채워져 있는 보리차 물통. 구수하고 노란 보리차. 어릴 때부터 물을 끓여마신 우리집에서는 냉장고를 열어 물병에서 보리차를 따라마시는 일은 익숙한 일이었다. 


그렇게 평생 보리는 끓여서 물로 마시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런데 우유에 타먹는 보리라고?!



슈퍼보리, 넌 누구니.

ⓒ힛더티

슈퍼보리는 우유나 물에 타서 먹는 분말 형태의 음료다. 지퍼백을 열어보면 미세하고 촘촘하게 갈린 가루가 우릴 반긴다. 그런데 이 모습, 익숙하다. 마치 ‘제티(코코아 가루)’가 떠오르는 생김새랄까? 우리에게 익숙한 ‘티백' 형태의 보리차 대신에, 찬물이나 우유에도 쉽게 녹아 들어가는 가루 타입을 선택한 것이다. 동시에 향기는 커피를 연상시킨다. 구수하고 진한 스모키함(이라고 쓰고 탄맛이라 읽는다)이 올라온다. 비주얼로 봐서는 이게 보리인지, 커피인지, 초코인지. 대체 예측이 어려운 상태랄까?


그만큼 새로운 비주얼의 슈퍼보리. 이것을 만든 곳은 어디일까? 바로 ‘힛더티(HIT THE TEA)’다. 이 곳의 작품으로는 성수, 더현대서울 등에서 유명한 ‘슈퍼말차'가 있다. 말차를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움을 안겨주는 곳이다. 말차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 이젠 보리차까지 만든다고? 그렇다. 이번에는 커피를 대신하는 음료의 포지션으로 ‘슈퍼보리'를 출격시킨 것이다. 



슈퍼보리를 마시는 힙한 방법,
우유와 함께

(내가 본 사진과 직접 만들어본 것)

슈퍼보리를 맛있게 마시려면 먼저 우유가 필요하다. 우유에 슈퍼보리를 적당히 넣고 섞으면 고소함이 묻고 더블로 가는 커피우유가 된다. 목욕탕 커피우유가 떠오르는 친숙한 맛이다. 여기서 고급 버전은 약간의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우유를 붓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그런 다음 소량의 뜨거운 물에 슈퍼보리를 넣어서 마치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엑기스를 만든다. 이것을 우유에 부으면 고급스러운 맛이 영락없는 ‘카페라떼'가 되는 것이다.


이대로 멈출 수 없다. 그것이 마시즘이니까. 이번에는 물과 함께 타먹어 보기로 한다.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찰떡처럼 물과 섞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물에 타 먹으니 영락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느낌이 났다. 


커피 중에서도 ‘구수한 맛’은 한국인이라면 대다수가 좋아하는 맛이다. 바로 슈퍼보리가 ‘구수한 아메리카노'를 닮았다. 구수하고 탄 맛이 올라오는 아메리카노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맛이다. 여기에 은은한 달콤함이 더해져서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다. 그만큼 평범하고 무난한 재료인 ‘보리'를 특색있고 특별한 맛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 대단하달까?



익숙함이

색다르고 신선함이 된다면

보리가 이토록 힙한 음료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올드하고 고리타분 것인줄로만 생각했던 우리의 것이 새로운 공법과 포장지를 입고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보리'라는 정체성은 여전히 같지만, 보여지는 패션이 다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했던가. 우리의 것을 힙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응원해본다. 보리부터 동치미까지 나왔으니까... 다음번 주자는 어떤 재료가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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