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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Dec 20. 2021

모던패밀리로 보는 칵테일 5

# 가족과 함께 칵테일을 마셔볼까?

한국에 <전원일기>가 있다면
 미국에는 <모던패밀리>가 있다

정글 같은 바깥 세상에 치인 뒤, 집에 들어와 치르는 나만의 의식이 있다. 그건 바로 <모던패밀리>를 시청하는 것이다. '한 화만 봐야지' 매번 다짐하지만 어느새 한 시즌을 다 봐 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요즘은 보기 드문 자극적이지 않은 훈훈한 유머로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데워주는 <모던패밀리>가 작년, 시즌11로 막을 내렸다. 고등학생이던 헤일리가 쌍둥이 엄마가 되고, 갓난이었던 릴리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사이,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ABC

<모던패밀리>에 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러나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애정이 간다(에디터는 애정이 과해서 문제). 다양한 캐릭터만큼 많이 등장하는 게 바로 '술'이다. 맥주, 와인, 위스키 등 거의 모든 회차에 술이 나온다. 모이기만 하면 한 손에는 꼭 술을 들고 있는 이 가족. 


이들은 과연 어떤 술을 마시는 걸까? 이 사랑스러운 가족이 좋아하는 술, 그 중에서도 칵테일이 낯선 사람들을 위해 <모던패밀리> 속 칵테일을 소개한다.



1. 고통도 잊게 하는 제이의 마티니(Martini)

상남자 제이에게 5살 아들의 연극 발표회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허리 통증이다. 제이는 하루 종일 허리가 아팠지만 통증을 잊기 위해 약이 아닌 '마티니'를 마신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아내 글로리아는 마티니에 약을 탄다.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제이. 그에게 잘 어울리는 칵테일이다.


칵테일의 왕답게 '마티니'는 <007>, <킹스맨> 등 양복 입은 멋진 남자 주인공들의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만 보고 무작정 시켰다가는 예상치 못한 독한 맛에 놀랄 것이다. 오로지 진 특유의 산뜻하고 쌉싸름한 풍미만을 느낄 수 있거든. 여기에 올리브 한 알을 먹고 표정관리만 잘 한다면, 당신이 바로 제임스 본드다(아니다).


몸이 아플 때는 약을 먹어야 하겠지만, 정신이 아플 때는 마티니 한 잔을 추천한다. 마티니를 마시는 동안은 강한 도수에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을테니까.



2. 어색함을 피하고 싶다면, 제이의 마가리타(Margarita)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가 심한 제이. 살면서 봐오지 않았던 공연을 아내와 관람하러 가지만 결국 극장 앞에서 술집으로 도망친다. 그곳에는 아들과 그의 친구들이 있었다. 새로운 것을 피해 도망왔더니 또 새로운 사람이라니! 제이는 그들과 처음 어울리는 자리에서 '마가리타'를 마신다. 스카치 위스키처럼 일평생 독한 술만 마셔온 제이를 새로운 맛의 세계로 인도해준 칵테일이다.


'마가리타'는 클래식 칵테일의 대표이자 테킬라 입문용 칵테일이다. 라임 주스의 상큼함과 잔 가장자리에 묻힌 소금이 만나 테킬라 특유의 단 맛이 강조된다. 끝에 테킬라의 독함이 느껴지지만 새콤달콤의 반복에 계속 들이켜게 될 것이다. 하지만 테킬라는 도수가 40도나 된다는 걸 명심하자. 홀짝홀짝 마시다간 금방 취할 수가 있다.


제임스 본드, 킹스맨이 어울리는 제이도 알고 보면 수줍음 많은 겉바속촉 인간이다. 제이처럼 새로운 사람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 마가리타를 추천한다. 어색함과 불편함은 커녕 칵테일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모를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칵테일계의 사이다, 클레어의 모히토(Mojito)

성인이 됐지만 대학교는 때려치고 집에서 잠만 자는 헤일리. 클레어와 필은 헤일리만 보면 막막하다. 그래서 몰디브가 아니라(?) 헤일리의 미래 계획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모히토'를 마신다. 왜? 모히토라도 마셔야 속이 좀 뚫리니까.


모히토는 더운 여름에 잘 어울린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밀려오는 탄산에 민트와 라임의 상큼함이 더해졌다. 상쾌함과 더불어 럼과 설탕의 단맛, 허브의 씁쓸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청량감이 극대화된다. 더운 여름이면 몇 잔이고 벌컥벌컥 마실 수 있다.


클레어와 필은 가스활명수 대신 모히토를 마셨다. 게다가 클레어는 헤일리의 잔까지 빼앗아 마신다. 물론 그만큼 맛도 좋아서겠지. 이런저런 걱정에 꽉 막혀오는 속을 뻥 뚫어주는 모히토. '고구마+사이다' 조합이 있다면 '걱정+모히토' 조합을 추천한다.


4. 어른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헤일리의 진토닉(Gin&Tonic)

독한 술도 아무렇지 않게 마실 만큼 어른들의 인생은 더 쓰다는 거겠지? 모히토를 마실 때보다는 정신 차린 헤일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자신의 30년 후 미래를 보는 듯한 여인을 만난다. 눈가 주름 예방을 위해 웃지 않고, 바셀린을 바른 수영복을 입고 자는 여인. 헤일리는 이 여인과 '진토닉'을 마시며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본다.


진토닉은 진과 토닉워터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칵테일이다. 하지만 어떤 진과 토닉워터를 쓰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이다. 진의 상쾌한 소나무향에 토닉워터의 씁쓸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칵테일계의 '솔의 눈'이다. 여기에 단맛이 살짝 스쳐 지나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실 때면 나의 식도와 위의 위치를 실감하곤 한다. 불타오르거든. 이건 내가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겠지? 헤일리처럼 어른의 맛을 미리 느껴보고 싶다면 진토닉을 추천한다.


5. 베이비 샤워에는 클레어의 화이트 러시안(White Russian)

한국에 '술꾼도시여자들'이 있다면, 미국에는 클레어가 있다. 클레어는 베이비 샤워에서도 술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화이트 러시안'을 만들었다. 크림이 들어가 섞어 놓고 보면 우유와 비슷한 화이트 러시안. 클레어는 이 칵테일을 젖병에 담았다.


화이트 러시안은 블랙 러시안에 크림을 더한 레시피다. 크림의 부드러움, 깔루아의 달짝지근한 커피 맛, 끝에 올라오는 테킬라의 풍미,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칵테일 한 잔에 크림과 커피가 담겼다니. 칵테일계의 디저트라고 할 수 있겠다. 시간이 지나도 걱정은 No. 얼음이 녹으면 녹은 대로 맛있는 커피우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클레어처럼 베이비 샤워에서도 술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화이트 러시안을 추천한다. 파티를 즐기느라 얼음이 녹아도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베이비 샤워보다는 브라이덜 샤워, 혹은 그냥 샤워를 할 때(?) 마시는 걸 추천한다.



연말은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볼까

<모던패밀리>를 볼 때면 가끔 비춰지는 검은 화면 속 흐뭇한(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드라마는 이미 종영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주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 언제나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훈훈한 가족 이야기라 그럴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이 사랑스러운 가족처럼 가벼운 술 한 잔으로 현대적인 가족이 될 차례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라면 함께 칵테일바에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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